식품 원가 부담 소비자값 인상 봇물 터질 듯
식품 원가 부담 소비자값 인상 봇물 터질 듯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9.19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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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최고점 원료 구매 하반기에 본격 반영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오른 데다 환율까지 상승
라면·음료 등에 원유값 협상 후 유업계도 가세

하반기 식품업계가 제품 값을 일제히 올릴 것으로 보인다. 러-우 사태로 국제 곡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며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는 업계 입장에서 더 이상은 감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보통 3개월 단위로 원료를 구매하는 식품업계가 2분기 최고점에서 구매한 원료 가격이 하반기부터는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곡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띠고 있다는 듯이 발표하고 있지만 실상 머리까지 오른 가격이 겨우 목까지 내려왔을 뿐 원료 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특히 환율까지 오르고 있어 대부분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는 존속 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밖에는 해결방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재료뿐 아니라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건비·운송비 등 제반 비용 전 분야가 일제히 상승해 다른 곳에서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것도 힘들다. 상반기 실적만 봐도 매출은 일제히 증가했지만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이 대부분 감소해 사실상 ‘실속없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라면업계 독보적 1위인 농심은 24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식품업계 하소연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농심은 15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류와 스낵류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했다. 라면은 13개월, 스낵은 6개월 만에 추가 인상이다.

농심이 가격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자 동종업체인 팔도와 오뚜기도 대열에 동참했다. 팔도는 10월 1일부터 평균 9.8%, 오뚜기는 10월 10일부터 11% 각각 인상을 결정했다.

식품업계 역시 일제히 가격인상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상은 미원 12.5%, 안주야 6.7% 각각 인상했고, hy도 야쿠르트의 가격을 10% 올렸다. 또 정식품은 베지밀 20%, 동원F&B는 체다치즈(5매입) 20%, 매일유업은 썬업 과일야채(190㎖) 음료 11.1%를 각각 인상했다.

낙농가와 원유값 협상에 돌입한 유업계는 협상이 완료되는 동시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고, 이 외에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은 기업들 역시 늦어도 10월 안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원재료값 상승에 고환율이 지속되고 물류비 등 국내외 제반비용이 급등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코로나19 기간 20% 이상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의 부담을 외면한 채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식품시장은 품목 대부분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다. 업계가 처한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순간 적자 만회를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처사”라며 “특히 원가 부담 압박에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원가 안정화 시기에는 (가격 인하가 아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중적인 자세”라고 한마디했다.

이 같은 지적에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은 원가 마진이 적어 원재료 값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 시에도 동판인쇄 교체 및 포장재 변경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이를 원가 인상 요인이 줄었다고 가격을 다시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대신 프로모션이나 할인 판매 등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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