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표시제도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7)
건강기능식품 표시제도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10.04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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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포괄적 기능성 표시' 주장에 식약처 난색
효능 인정 시장-정부 안전성 검증, 역할 분담 필요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생산규모가 전년대비 19.8% 증가한 2조 7,12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 간 생산규모 1위를 지키던 홍삼(6153억 원)은 3.7%p 하락한 22.7%를 점유했다. 최근 개별인정형 품목의 매출액 증가가 약진중인데, 헤모힘 당귀등 혼합추출물(면역 개선) 1382억 원,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간 건강) 813억 원, 루테인지아잔틴 복합추출물(눈 건강) 810억 원,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어린이 키 성장) 61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건기식 공전에 따라 획일화된 문구만을 사용함에 따른 표시 문제로 시장 성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소비자 편의를 위한 기능성 표시 개선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의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이는 세계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건기식 시장은 식품과 의약품 중간 쯤 위치해 식품업계와 제약사들이 상호 경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국내 식품산업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 백수오, 가짜홍삼 등 신뢰성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사망사건과 같은 안전문제가 불거지며 어두운 측면도 있는 상황이다. 

 건기식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 ·가공한 식품”을 말하는데, 기능성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일상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와 생리활성 물질을 보충해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기식의 안전성 확보, 품질 향상과 건전한 유통, 판매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약 20년 전인 2002년 8월에 제정되었다. 일본은 1991년부터 ‘특정보건용식품’을 허용했는데, 법 시행 이후 시장의 수요와 규제가 맞물려 급속한 성장세는 꺾였으나 이후 완만히 성장하고 있다.  
 
 사실 업계에서는 국내 건기식 시장 성장의 저해요인으로 정부 규제를 지목한다. 사실 엄격한 규제로 우리 건기식 시장의 무질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직된 기능성 표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기능성 표시 내용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정한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획일화 된 문구만을 기능성 표시 내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극히 제한적인 표현 밖에는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 표시제도는 보다 자유스럽다. 일본의 경우 특정보건용식품(허가제) 중 정장작용을 하는 기능성 원료가 함유됐을 때 “장의 상태를 염려하는 분에게 적합함”, “장내세균의 밸런스를 조절하여 위장의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줌”이라는 표시가 가능하다. 미국도 마찬가진데, 건강강조표시(허가제)식품 중 “칼슘 함량이 높고 체내 이용이 가능한 경우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칼슘과 건강한 식단은 청소년 및 젊은 여성의 뼈 건강을 유지시키고 인생 후반기 골다공증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음”이라는 표시도 가능하다고 한다.

 건기식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과학적 근거에 의해 인정받은 원료를 사용한 식품이라 소비자에게 보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 문구의 사용을 업계에서는 요구하고 있다. 건기식 협회는 기능성 원료에 함유된 기능성분, 기능성분의 작용기전, 기능성 내용의 3원칙을 중심으로 ‘포괄적 기능성 표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같은 원료에도 불구하고 제품마다 표시 내용이 달라지면 소비자가 더 혼란스러워 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시장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자 맞춤형 건기식 소분포장 판매를 허용하는 등 소비자 편의와 시장의 성장 동력 유지를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사실 건기식 관리의 경우, 시장에 맡겨야할 부분과 정부가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그 선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국가별로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최적화해서 시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건기식을 소비자가 비싸게 사 먹은 뒤 효능이 없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제조사와 함께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즉, 유효성 인증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한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해당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참에 건기식 효능 인정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건기식의 안전성만 검증, 인정해 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덧붙여 표시와 광고도 근거에 기반해 보다 자유스럽게 할 수 있도록 시장에 돌려줘야 한다고 본다. 정부도 민간기관에 유효성 인증업무를 위탁하고 안전성, 허위표시, 과대광고 등에 대한 관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집중적 관리를 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의 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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