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첨가물 바로알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8)
식품첨가물 바로알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10.1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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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저장·식도락 돕는 물질…국내선 부정적 인식
소량 섭취가 좋지만 기업도 비용이라 적당량 사용

‘식품첨가물(食品添加物)’은 식품의 저장, 식도락에 기여하는 한편 식품의 질을 속이는 두 얼굴을 가진 물질이다. 이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매우 위험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본에서도 첨가물을 나쁘게 묘사하는 서적이나 뉴스가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 간 조미료 MSG, 카세인나트륨, 인산염 등 경쟁사 간 네거티브 노이즈 마케팅에 의해 억울하게 안전문제로 불똥이 텨 억울한 누명을 쓴 식품첨가물이 많이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식품에 이용되는 첨가물은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 왔다. 이는 인간이 확보한 음식을 보존하고, 식품의 맛과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래 동안 사용돼 왔다. 기원전 약 3천 년부터 고기를 절이는데 소금(鹽)이 이용됐고, 연기(煙氣, smoking)를 관습적으로 사용해 왔다. 과거에는 상온에 보관하다 보니 밀가루, 차, 와인, 맥주, 우유, 육류 등 모든 식품이 쉽게 오염되고 변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유독한 첨가제 사용을 줄이도록 법(法)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존료 첨가가 일상화되었고 식품위생 문제의 가장 간편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게다가 수은, 비소, 납과 같은 유해 중금속을 색소로 사용한 때도 있었다. 결국 식품첨가물의 역사는 식품저장의 증진, 가격 안정 및 식도락에 기여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식품이 실제보다 더 나은 질을 가졌다고 생각하도록 소비자들을 속이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식품첨가물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산업화의 산물인 ‘합성첨가물’의 등장도 한 몫 했다. 예전에는 모든 식품첨가물을 동·식물, 광물 등 천연(天然)으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천연자원의 고갈로 희소성과 수급을 해결하고 생산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합성(合成)으로 첨가물을 만들어야만 했다. 대표적인 합성첨가물로는 설탕 대체 인공감미료인 사카린, 감칠맛의 대명사인 조미료 MSG(글루탐산나트륨), 합성 비타민C, 햄과 소시지의 보존료 아질산나트륨 등을 들 수 있다.

천연마케팅 논란의 원인 제공자 또한 바로 이 합성첨가물인데, 다행히도 수 년 전 식품의 표시기준이 개정돼 법적 분류가 변경돼 ‘합성’이라는 분류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됐다. 즉, 과거 합성과 천연으로 구분되던 식품첨가물이 감미료, 발색제, 산화방지제 등 31개 용도로 재분류됐다.

첨가물에 대한 우리 소비자의 이미지가 나쁘다보니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무(無)첨가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사실 무첨가 표시로 허가된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을 폄하하는 행위는 얌체 짓이다. 이런 무질서를 해결하기 위해 무첨가 표시를 금지하는 법까지 만든 우리 식품나라의 수준이 부끄럽기만 하다. 소비자들이 첨가물에 대해 이런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결국 첨가물 노이즈마케팅을 했던 기업으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모든 물질이 그렇듯 첨가물에도 당연히 독성(毒性)이 있다. 그러나 시판되는 식품첨가물은 엄격한 독성시험과 섭취량을 고려해 안전성 평가를 거쳐 정부 당국으로부터 허가된다. 또한 시판되는 식품에는 허용된 양(量)만큼 섭취할 경우 인체에 해가 없는 허용량(許容量)이 정해지게 되는데, 그 양은 평생 먹어도 안전하니 믿어도 좋다.

우리나라 식품첨가물은 1962년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217개 품목을 지정하면서 안전관리가 시작되었다. 1966년 사탕, 과자, 엿 등에 사용된 표백제 롱갈리트 사건을 계기로 첨가물 안전관리 방식이 발전하게 되었다. 1973년 11월 식품첨가물공전을 만들어 성분규격, 사용기준, 표시기준, 보존기준, 제조기준 등을 수록했으며, 2022년 현재 600여 품목이 허용돼 지난 50년간 400개 정도가 늘어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은 2천 여 품목에 달한다. 식품의 첨가물은 필요하다면 신규로 인정되기도 하고, 비록 과거에 인정됐더라도 안전성 논란으로 위해성이 입증되면 재평가해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첨가물(添加物)은 첨가물일 뿐이다. 식품에 기능을 주기 위해 허용량 이내로만 소량 들어가기 때문에 가공식품에 함유된 정도의 첨가물은 크게 우려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첨가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위험한 독(毒)이라 믿는 것이 문제다. 사실 첨가물이 식품에 사용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첨가물도 돈이라 기업들도 쓸모없이 무분별하게 첨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몸이 아파 약(藥)을 먹을 때, 효능이 외에 독성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식품첨가물도 마찬가지라 보면 된다. 주식(主食)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약처럼 특정 목적을 얻기 위해 소량 사용되는 첨가물을 가공식품에서 무조건 빼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그렇지만 허용된 식품첨가물이라 하더라도 먹어서 몸에 좋을 게 없으니 적게 먹을수록 좋은 소소익선의 물질인 것도 사실이다.

필수적인 첨가물 사용은 이익이고, 무시해도 될 정도로 확률 낮은 위해성은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 첨가물을 포함한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에는 독성이 있으며, 이를 구분하는 것은 양(量)의 문제라는 인식 등을 소비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소비자도 첨가물의 사용 목적을 이해하고 “천연은 좋고, 인공은 나쁘다”, “첨가물은 나쁘니 무(無)첨가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안전성 이슈’에서 ‘표시에 기반 한 선택’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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