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푸드테크] 식단 조절 위한 디지털 기술 개발 한창
[일본 푸드테크] 식단 조절 위한 디지털 기술 개발 한창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10.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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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전기 흐르는 젓가락, 저염식 염분 감도 높이고 맛 향상
미각·시각 등 교차양상 이용 HMD 끼고 식사 때 섭취량 감소
메타버스서 만개한 벚꽃 감상하면서 요리 즐기는 기술도
씹는 동작 따라 소리·진동 발생 먹는 식감 느끼게 하기도
연구개발 초기 단계…기기 소형화 등 이용 편의성 제고 필요

현대인에게 식단 조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특정 영양성분과 칼로리에 제한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알레르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먹는 즐거움은 생존본능은 물론 삶의 기쁨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속해서 식단을 조절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울러 식단을 조절하면 필연적으로 식사 만족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내가 필요하다. 이에 주목해 최근 일본에서는 식단 조절이 필요한 소비자의 식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이 전한 관련 정보를 재정리했다.

● 짠맛을 증폭시키는 젓가락

일본의 기린 홀딩스는 올해 4월, 메이지대학과 공동으로 식사의 간(염분)을 증폭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전기미각’이라 불리는 기술로, 미약한 전기가 흐르는 젓가락형 디바이스를 사용해 염분을 느끼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기린홀딩스에 따르면, 저염식 샘플을 사용해 실험한 결과 사람이 느끼는 염분이 기존의 소금에 비해 약 1.5배 증폭되었다고 한다.

젓가락형 디바이스는 도전(導電)성이 있어 뒤쪽 끝이 전원장치의 전극에 접속돼 있으며, 전원장치의 다른 한쪽 전극은 팔에 장착해 피부에 접속시킨다. 젓가락형 디바이스를 사용해 식품을 입에 넣으면 전기회로가 형성되어 미약한 전기가 흐르는 구조이다.

염분이 증강된 것처럼 느끼게 하도록 두 가지 작용을 활용한다. 하나는 식품에 포함된 나트륨이온의 움직임을 제어해서 느끼는 방식을 바꾸는 작용이며, 다른 하나는 전기로 직접 혀의 미각 세포에 자극을 주어 염분에 가까운 맛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기린홀딩스와 메이지대학은 실제로 저염식 생활을 하는 폭넓은 연령층에게 전기미각을 시험해 효과를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저염 생활 경험이 있는 40~65세 남녀 36명에게 식염수를 함유한 겔 샘플을 젓가락으로 혀에 대보도록 실험했다. 이 샘플로는 전기 자극을 부여하면 간이 1.5배 정도 증강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염분을 30% 줄인 식품을 섭취할 때 이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일반식과 비슷한 염분을 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저염 된장국을 사용한 시험에서는 조사 참가자가 염분이 증가됐다는 평가와 맛있어진 것 같다는 평가를 얻었다.

기린홀딩스는 2024년까지는 전기자극을 이용한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기미각을 식기와 저염식을 조합해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식사 조절을 통한 식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푸드테크를 활용한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기린홀딩스가 개발한 짠맛을 증폭시키는 젓가락, 도쿄대학의 AR로 쿠키 사이즈를 변화시키는 실험 장면, 파나소닉의 식감 재현 기기,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이 메타버스에서 현실세계의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한 ‘Ukemochi’ 기술
△최근 일본에서는 식사 조절을 통한 식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푸드테크를 활용한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기린홀딩스가 개발한 짠맛을 증폭시키는 젓가락, 도쿄대학의 AR로 쿠키 사이즈를 변화시키는 실험 장면, 파나소닉의 식감 재현 기기,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이 메타버스에서 현실세계의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한 ‘Ukemochi’ 기술

● AR 활용해 음식 비주얼 변화

미래 식사에 이용되는 기술 중 하나가 다양한 감각이 밀접히 영향을 미치는 ‘교차 양상’이다. 교차 양상이란 시각과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눈으로 보는 음식의 비주얼과 코로 맡는 음식의 향이 서로 간섭해 음식의 맛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준다면, 이는 교차 양상 상호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시각과 후각이 뇌로 정보를 전달한 경험이 과거에 있으면, 다음번에 동일한 음식을 봤을 때 시각과 후각의 자극으로 인해 그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맛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인간이 식사로 얻는 만족도도 맛과 냄새 외에 비주얼과 소리 등의 정보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기인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교차 양상'에 착안해 AR 기술로 음식을 실제 크기에 비해 더 크게 보이도록 조작해 포만감을 느끼기 쉽게 하거나 겉모양을 바꿔 다른 맛을 느끼도록 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도쿄대학 대학원의 관련 연구팀은 교차 양상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비교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장착하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쿠키를 먹는다. 이때 실제 쿠키와 손의 캡처 영상에서 각각의 영역을 추출해 쿠키 영상을 설정값에서 확대하거나 축소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손 영상도 쿠키 사이즈에 맞춰 변화시킨다.

해당 실험에 따르면, 쿠키 사이즈를 1.5배로 확대하자 쿠키 소비량이 줄고 반대로 0.67배로 축소하자 많은 양을 소비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크기를 변화시켜 식사량을 10% 전후 증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실험에서는 일반 쿠키에 초콜릿 맛 쿠키 영상을 겹쳐서 냄새를 맡게 하자 초코 쿠키를 먹는 것처럼 느끼기 쉬운 것으로 밝혀졌다.

HMD를 이용해 겉모습을 바꾸는 기술은 식단 조절뿐만 아니라 폭넓은 식사 장면에서 응용할 수 있다.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 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과에서 개발한 ‘Ukemochi’는 메타버스에서 현실 세계에 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술이다. 현실 세계의 요리 영상만을 잘라내 메타버스에 반영한 것이다. 이를 사용하면 집에서 밥을 먹고 있어도 만개한 벚꽃을 감상하면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과도 메타버스 상에서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메타버스에 현실 세계의 요리만을 위화감 없이 표시하는 것은 어려워 현실 세계의 요리를 메타버스에 반영하기 위해 영상처리에 심층학습을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실 영상에서 요리만을 잘라낸 영상을 생성해 겹쳐 보이도록 처리할 때 심층학습을 사용한다. 또한 식사 시에는 요리의 위치와 형태를 즉시 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도 심층학습으로 예측해서 실시간으로 따라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화감 없이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

● 소리와 전기자극으로 식감 재현

파나소닉은 씹는 소리와 진동에 실마리를 얻어 외부 자극을 추가해 식감을 재현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기기를 착용한 사람의 씹는 동작을 감지해 그 움직임에 맞춰 소리와 진동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갓 튀긴 닭튀김을 먹을 때의 바삭바삭한 소리를 재현해 닭튀김을 먹지 않는데도 마치 먹고 있는 듯한 식감을 착용자가 느끼도록 한다.

파나소닉이 개발 중인 기기에는 근전도 센서와 스피커, 모터가 소형 컴퓨터와 접속돼 있다. 이용자는 기기의 근전도 센서를 턱의 씹는 근육 부근에, 스피커를 귀의 위치에 닿도록 착용해서 사용한다. 센서가 이용자의 근육 움직임을 감지하면 이에 맞춰 씹는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소리는 막 튀긴 닭튀김을 먹을 때의 소리를 미리 녹음한 것으로, 먹기 시작할 때와 중간, 다 먹었을 때의 소리가 순서대로 들린다.

씹는 소리뿐 아니라 기기에 내장된 모터에서 진동도 발생하며, 턱뼈에 자극을 줘 씹는 맛이 나는 듯한 감각을 재현한다고 한다. 현재는 프로토타입으로 개량하는 단계다. 이용자에게 진짜와 가까운 식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의 소리와 진동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씹는 맛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금까지 살펴본 기술들은 단순히 식단 조절을 돕는 역할을 넘어서 식사 만족감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다양한 요소기술과 그 효과가 막 나타나기 시작한 여명기다. 관련 기술은 활발히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실용화와 보급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짠맛을 증폭시키는 젓가락형 디바이스의 경우, 이용 시 위화감에 대한 조사에서 80% 이상은 일상에서의 이용이 가능했으나 일부는 일상에서의 이용이 힘들 정도로 위화감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또한 현재는 손목시계형 전원장치와 젓가락형 디바이스를 유선으로 연결하고 있어 사용 시 번거로운 착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또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HMD)를 사용한 식사 체험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기기의 소형화와 영상의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앞으로는 개발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이용자의 체험을 보다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식사 만족감을 높이는 효과뿐 아니라 이용 편의성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식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디지털 기술은 이제 막 연구개발단계에 접어든 상태이지만, 다양한 요소기술이 집약된 첨단기술 분야인 만큼 향후 기술 개발 및 실용화의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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