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표시 연착륙 위한 권장소비기한 밑그림 나와
‘소비기한’ 표시 연착륙 위한 권장소비기한 밑그림 나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11.0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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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식품안전연구센터 200개 품목 중 1차로 50개 안전계수 도출
섭취 가능 기간보다 짧고 유통기한보다 길게 설정
수소이온 농도 등 5가지 특성 반영 안전마진 값 적용
식약처 연간 소비자 8860억-업계 260억 편익 예상
소비자 인지도 낮아…3명 중 1명 품질 저하 우려
식품산업협회-중앙대 주최 ‘2022 컨슈머 소사이어티 코리아’ 세미나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식품소비기한 표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권장소비기한’의 밑그림이 나왔다.

권장소비기한은 영업자 등이 소비기한 설정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으로, 현재는 권장유통기한(30개 유형, 42개 품목) 설정을 통해 식품의 품질안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권장소비기한은 과학에 기반한 식품 특성별 가중치 부여로 ‘안전계수(품질안전지수)’를 설정해 내적·외적 요인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품질과 안전이 유지되는 근거가 명확한 식품을 선정해 권장유통기한 설정 식품을 권장소비기한으로 전환하기 위해 중앙대 식품안전연구센터에 식약처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총 4년간 200개 품목(1년 50개 품목)을 설정할 방침이다.

△1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권장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품질안전계수 도출,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등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1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권장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품질안전계수 도출,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등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1일 한국식품산업협회·중앙대 식품안전연구센터 주최로 양재동 소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2 컨슈머 소사이어티 코리아-소비기한 제도 도입을 위한 권장소비기한 설정 및 사회적 환경 조성’ 세미나에서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올해 중 발표 예정인 1차 50개 품목의 권장소비기한 설정식품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권장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안전계수(품질안전계수) 도출이다. 과학에 기반한 안전계수 산출 기획을 위해 국내외 자료를 수집·분석했고, 전문가 델파이조사 및 자문위원회, 학술토론회, 업계 설문조사를 통해 안전계수 산출법을 도출했다.

하 교수는 “실험을 통해 결정된 유통기한의 재현성과 신뢰도는 식품의 내적 또는 외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품질·안전 마진이 필요해 식품의 품질·안전 지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수명으로 판단하고 식품의 특성별 적정 안전계수를 도출했다. 안전계수는 저장실험으로 결정된 식품 수명(섭취가능 기간) 보다는 짧은 기간으로 정하고, 판매기한인 과거 유통기한보다는 길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안전계수 산출법 도출은 저장실험으로 결정된 식품의 수명(품질안전한계기간) 보다는 짧게, 판매기한인 과거 유통기한 보다는 길게 설정해 ‘0.7 ≤ 결정 안전계수 ≤ 1’로 정했다.

안전계수 값 도출은 모의실험 등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해 식품 자체 수명에 영향을 주는 5가지 특성(△수소이온농도(PH) △수분활성도(Aw) △살균, 보존류 함유 또는 저장성 향상 포장 제품(레토르트, 진공 등) △냉장·냉동·상온·실온 제품 △멸균제품)을 결정하고 안전계수를 적용했다.

5가지 식품의 특성이 미치는 저장기간 단축 또는 연장에 대한 영향을 실험적으로 확인 후 일반적인 안전마진 값을 적용했다.

이를 통한 제품의 특성별 안전계수를 살펴보면 수소이온농도(PH) 4.6 이상의 식품은 세균 생장이 용이해 가장 높은 안전계수 값인 0.92를 적용하며, PH 3.5 이하의 강산성 식품은 세균 생장이 중단되고 대부분 효소반응이 감소되므로 안전계수를 적용하지 않는다. 또 PH 3.5~4.6 사이의 약산성 식품은 미생물(효모, 곰팡이 포함) 생장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가능은 하므로 중간 값인 안전계수 0.96을 적용한다.

수분활성도(Aw) 0.91 이상의 식품은 미생물 생장이 용이해 가장 높은 안전계수 값인 0.92를 적용하며, Aw 8.0 이하의 건조 식품은 세균 생장이 중단되고 대부분의 효소반응이 감소되므로 안전계수를 적용하지 않는다. Aw 0.8~0.9 사이의 반건조 식품은 세균 생장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가능은 하며 진균류(효모, 곰팡이) 생장이 용이하므로 중간 값인 안전계수 0.96을 적용한다.

살균, 보존료(항균, 항산화) 함유 또는 저장성 향상 포장(레토르트, 진공, 이산화탄소 충진, 질소 충진, 탈산소제 등) 식품은 미생물 오염도 및 생장, 대부분의 효소반응이 감소되므로 안전계수를 적용하는 않는다. 반면 같은 처리를 하지 않은 식품은 미생물 생장이 용이하고 대부분의 효소반응이 촉진되므로 가장 높은 안전계수 값인 0.92를 적용한다.

저장온도(냉동, 냉장, 상온, 실온)별 안전계수는 지난 2012년 연구된 유통모델의 표준온도 편차 값(냉장 0.07, 냉동 0.08, 상온 0.27, 실온 0.01)을 사용했으며, 온도편차 중 낮은 온도는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온도편차의 절반인 높은 값만 안전에 영향을 주므로 50%를 곱해주고 온도 초과에 미치는 ‘유통+소비단계’ 기여율(85%)인 0.85를 다시 곱해 나온 안전계수 값인 냉장 0.03, 냉동 0.03, 상온 0.11, 실온 0.01을 적용한다. 멸균식품의 경우에는 안전마진을 적용하지 않는다.

하 교수는 “5가지 식품의 특성이 미치는 저장기간 단축 또는 연장에 대한 영향을 실험적으로 확인 후 일반적인 안전마진 값을 적용했다. 단 현실적으로 제시된 식품의 5가지 특성이 같다 하더라도 각 식품의 유형, 종류, 브랜드별 영양조성 등이 다르고 품질안전에 영향을 주는 초기 오염 미생물균총은 물론 보관환경 등 외적 요인도 달라 품질안전한계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소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간사는 소비기한 제도 인식도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기한 표시제에 대한 인식 및 만족도 등에 대해 알아봤다.

소협은 지난 7월 5일~12일(1차), 7월 27일~8월 8일(2차) 두 차례에 걸쳐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행태조사를 실시했다.

백 간사에 따르면 소비자 85.6%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변경되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표시제 변경 시 우려되는 점으로는 34.8%가 ‘식품 보관 기한이 늘어 품질이 저하될 것’을, 30.5%가 ‘유통매장에서 관리를 소홀히 할 것 같다’고 각각 응답했다.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 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안전한 식품 유통을 위한 영업자의 철저한 냉장 및 냉동 시스템 운영’을 35.9%가 꼽았고, ‘해당 식품의 정확한 소비기한 설정’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30.3%에 달했다.

음식물 쓰레기양의 변화로는 77.1%가 감소할 것이라고 했으며, 12.9%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백 간사는 “소비기한 표시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교육·홍보가 필요하며, 보관 기한이 늘어날 경우 식품의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많아 각 제품별 명확한 소비기한 설정 기준의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식품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한 양의 식품 판매와 구매가 중요한 만큼 식품 과소비를 유도하는 끼워팔기·세트상품판매 등 대량 포장 판매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고, 소비기한이 설정된 식품의 판매 종류 시점과 남은 식품 활용 방안에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은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연구관은 “소비기한으로 변경 시 섭취 기한이 증가해 이에 따른 기대효과를 산정했을 때 연간 소비자 8860억 원, 업계 26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문 연구관은 “식약처는 영업자가 소비기한 설정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오는 2025년까지 200개 식품유형별 소비기한을 마련할 방침이며, 올해는 완료 시마다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3~4년간은 유통기한 표시제품과 소비기한 표시제품이 혼재될 수밖에 없어 선적용해 제도가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설정 능력 부족…50개 품목 빨리 배포돼야
안전 마진 충분…업계 의견 수렴 이상적인 값 찾을 것
일본 음식 쓰레기 증가…역효과 막을 행태 분석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일본의 경우 소비기한으로 바뀌며 오히려 음식쓰레기가 증가했다.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마지막 기한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됐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준비하는 단계에서 역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 치밀한 소비자 행태 분석이 필요하고, 유통업체는 품질 보존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 변경 시에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하고 강도 높은 교육·홍보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정년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식품업계는 95% 이상 직원수 10인 미만의 영세한 구조로 이뤄져 소비기한 설정을 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은 스스로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 중 마련될 권장소비기한 50개 품목이 하루라도 빠르게 배포돼 업계의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비자들의 경우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도 섭취를 해왔지만 소비기한은 날짜를 넘기기가 쉽지 않아 오히려 식품 폐기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에 공감한다. 소비단계에서 빠르게 제도가 안착돼야 정착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최원영 식약처 식품기준과 연구관은 “지난 1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물이 곧 나올 것이다. 소비기한 실험을 하면서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 제공하는 값은 안전마진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다. 이 안에서 업계 스스로 기준을 설정하면 된다. 단 책임은 분명히 따른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관은 “과학적인 부분은 상당부분 해결됐지만 정책적 부분은 여전히 고민 중에 있다. 물론 과거 권장유통기한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고 판단돼 영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권장소비기한에 대한 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이상적인 값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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