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의 법칙과 안전사고-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94)
하인리히의 법칙과 안전사고-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94)
  • Jay Lee
  • 승인 2022.11.2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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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 발생하기 전 수십∼수백 번 징후 나타나
미국선 공장별 안전예방委 리스크 분석·예방책 실행
새벽 시간 자주 발생…해썹 논리로 안전 계획 세워야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미국의 한 보험회사 손실통제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다. 1931년 그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망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다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은 1:29:300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명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식품업계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며 이태원 안전사고도 이러한 징후들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 일어나는 식품업계의 안전사고와 이태원 사고를 보면서 여전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식품 공장에서는 생산성만큼이나 종업원 안전사고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에서 OSHA(노동안전청)의 권한은 막강하다. 종업원 안전을 위한 예방에 공장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공장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공장 내부적으로 안전예방위원회를 만들어 항상 종업원 안전에 대한 리스크 분석을 기록하고 판단해 이에 대한 예방책을 세워서 실행해야 한다.

미국공장에서 매니저로 근무했던 필자 경험을 보면 안전사고는 항상 마지막 시프트 근무 중 새벽 시간에 자주 발생한다. 피로가 몰려와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시간이다 보니 졸다가 안전사고 나기 일쑤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공장 내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와 사고 근접 사례(Near misses)들을 검토하고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분석하고 예방책을 마련한다. 이러한 관리‧감독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종업원 안전사고가 나면 미국에서는 해당 기업에 부과되는 책임과 민사상 책임이 커진다. 미국은 거의 무조건 종업원 편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국가 재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들을 무시하고 징후들을 외면해 생기는 인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태원 사고의 경우도 이미 예측 가능한 인재였다. 한국에 재난안전청이 세워졌지만 실제로 얼마나 안전사고 징후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예방책을 세워 실천하는지, 실질적으로 작동되게끔 모의훈련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에 일어나는 안전사고로 인한 비정규직 청년들의 죽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에 혼자 일하도록 맡기는 작업환경이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경제적으로 잘 사는 외형적인 지표보다도 국민들, 종업원의 안전에도 항상 예의주시하는 것이 선진국의 기본 조건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안전사고들을 전해 듣고, 미국인들이 이태원 사고 같은 일들로 의아해하는 것을 보면 창피한 생각도 든다.

식품업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식품 안전과 종업원들의 안전은 비슷한 개념이다. HACCP을 만들 때 모든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통제하는 것처럼 같은 논리로 종업원 안전관리 계획도 세우면 된다. 종업원 안전에 소홀히 하면서 식품 안전 관리만 잘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특히 요즘은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지지만, 종업원에 대한 갑질 및 안전사고 발생 및 예방에 대한 책임 회피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제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종업원 인력 감축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리스크 관리를 재점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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