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외국인도 즐기는 김치, 보람 느끼지만 세계화엔 과제 산적”
[인터뷰]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외국인도 즐기는 김치, 보람 느끼지만 세계화엔 과제 산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11.22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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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발효 음식 효능 재평가로 수출 1억6000만 불 급증
미국서도 기념일…벨기에 요리학교 학생들 한식문화에 풍덩
업계 현실에 장벽…중소업체 해외 시장 맞춘 제조·포장 난관
11월22일 ‘김치의 날’ 3회째 맞아

이제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우리 대표 전통식품 ‘김치’. 이 김치 산업의 진흥과 문화를 계승·발전하고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지정된 ‘김치의 날’이 오는 11월 22일 올해로 3번째를 맞는다. 국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래로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올해는 버지니아주, 뉴욕주에 이어 워싱턴DC까지 김치의 날을 축하하기에 이르렀다.

'김치의 날' 제정 확산에 힘입어 국내 김치 제조기업들의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순풍을 탔다. 2012년 발효된 한미FTA으로 관세 장벽이 낮아진 가운데 한류 열풍, 코로나19가 몰고 온 발효음식에 대한 재평가로 ‘진짜 한국식 김치’를 맛보고 싶어하는 현지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기업의 김치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6000만달러에 근접했으며, 특히 지난달까지 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2446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김치의 가치가 널리 퍼지며 사랑받고 있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 산업 발전을 위해 수급대책 및 매뉴얼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 김치홍보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대한민국김치협회)
△전 세계적으로 김치의 가치가 널리 퍼지며 사랑받고 있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 산업 발전을 위해 수급대책 및 매뉴얼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 김치홍보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대한민국김치협회)

본지는 다가오는 김치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김치협회 이하연 협회장을 만나 국내 김치 업계가 가진 애로사항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이 협회장은 지난달 벨기에 한국문화교육협회와 브뤼셀 세종학당, 벨기에 왕립 나무르 요리전문호텔학교의 주최로 나무르학교에서 진행된 김치 한식 수업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 협회장은 “한식 수업을 통해 나무르학교 학생들이 김치, 입말음식 등 한식의 다양한 조리법과 식재료, 한식문화를 배웠다”며 “완전한 한국식 김치찌개와 쌀밥으로 익숙한 듯 맛있게 식사하는 벨기에 학생들을 보며 김치 사업에 뛰어든 보람과 새로운 감회를 느꼈다. 김치가 해외에서 정말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회상했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 진출과 수출을 대하는 국내 김치업체들의 입장도 하소연했다. 이 회장은 “대상, CJ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주요한 김치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제조·포장설비부터 마케팅·판로까지 해외수출을 위한 인프라가 그들이 기진출한 품목들로 이미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김치 제조업체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마케팅과 판매경로 개척 뿐 아니라 해외 규제에 맞는 김치 제조와 포장조차도 힘들며 정작 국내 시장 군급식 B2B 시장을 위한 원재료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협회장은 배추 등 원재료의 가격 등락에 업계가 버티기 위한 원료 수급대책과 메뉴얼 마련의 중요성을 가장 큰 업계 애로사항이자 협회의 숙원 사업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최근 홍수·태풍·폭염·한파 등 기후변화로 여름배추 10톤한 차에 8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이 금년 여름에는 2700~4000만원까지 폭등하고 배추 1포기에 2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김치업체들은 너무나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며 “김치업체들은 배추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계약된 가격과 물량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부모의 이런 경영의 어려움을 보고 자란 김치업계 2세들은 공장을 승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김치 사업은 ‘저장 사업’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만큼 김치 제조에 따른 원재료의 올바른 저장을 통해 가격과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

이 협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배추가격이 폭등하면 정부에서는 비축 배추를 소비자 물가 안정 명목으로 가락시장에 방출하고 있다. 여름철에 배추를 가락시장에 방출하면 4℃ 이하 저온에서 보관되던 배추가 30℃ 이상의 여름철 고온에 노출돼 급속도로 품질이 저하되고 수율이 50% 이하로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가락시장에 나온 여름철 배추의 대부분을 대량소비처인 김치업체가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협회장은 “현재 농업인, 소비자 중심으로 돼 있는 배추 등의 수급대책에 추가해 김치를 공급하고 농산물의 대량소비처인 김치업체를 대상으로 한 원료 수급대책과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료 안정적 조달 어려움…가격 급등락·품질 저하로 수율 뚝
배추 수급에 김치 업체 추가하고 매뉴얼·컨트롤 타워 필요
종주국에 김치문화 공간 부족…홍보·체험하는 기회 제공을
 

지난달 벨기에 한국문화교육협회와 브뤼셀 세종학당, 벨기에 왕립 나무르 요리전문호텔학교의 주최로 나무르학교에서 진행된 김치 한식 수업 현장. 오른쪽 사진은 벨기에 학생들이 한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김치협회)
지난달 벨기에 한국문화교육협회와 브뤼셀 세종학당, 벨기에 왕립 나무르 요리전문호텔학교의 주최로 나무르학교에서 진행된 김치 한식 수업 현장. 오른쪽 사진은 벨기에 학생들이 한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김치협회)

아울러 김치 산업의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의 김치 소비 증가와 김장문화 계승을 위한 방안에 대해 협회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국 등지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고 있음에도 김치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김치 문화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최근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는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청소년들의 가정내 김장문화에 대한 인식이 저감되고 전통 김치·김장문화 계승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책 중 하나로 김치 홍보관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밝혀왔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김치·김장문화를 위한 홍보관을 세우는 것. 현재 수도권 내 김치를 위한 전시, 홍보활동을 하는 곳은 풀무원의 ‘뮤지엄김치간’이 유일하다.

이에 이 회장은 “대외적으로 김치종주국 위상을 공고화하고 대내적인 전통 김치 문화 계승을 위해 김치 전시관을 설립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과 체험학습의 체계화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식품부에 서울 또는 경기지역에 유치원, 초·중·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김치문화체험이나 서울시민 김장담그기 등 행사들을 개최할 수 있는 체험관 및 전시관 건립 지원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우리 김치가 진정한 세계적인 식품이자 국내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품으로 발돋움하고, 대한민국이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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