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곰 식생활’ 즐기는 스웨덴서 한식 부상
‘라곰 식생활’ 즐기는 스웨덴서 한식 부상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12.02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 식당서 김치·비빔밥 팔고 ‘코리언 BBQ 버거’ 출시
대형 마트서도 한식 관련 제품…유사 김치 판매
채식주의자 많아…식재료서 간편식·밀키트까지
감자 우유 출시…글루텐프리 과자·빵 등 대중적

워라벨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면서 스웨덴의 ‘라곰’이 부각되고 있다. 라곰(lagom)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충분한’ 등의 뜻을 가진 스웨덴어로 소박과 절제, 균형을 지향하는 북유럽 특유의 행동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라곰’ 라이프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삶과 많이 닮았으며, 스웨덴인들의 식생활 근간이 되고 있다. 특히 스웨덴 정부는 우리의 한류처럼 이러한 고유의 생활 방식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으로 인식해 그 자체를 브랜드화해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라곰 철학이 가장 강하게 스며들어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식품으로 여겨 식품 산업을 경쟁력 있는 글로벌 산업으로 육성키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각 기업도 스웨덴의 식생활 변화가 새로운 시대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주목해야 할 스웨덴 식품 소비 변화를 소개한 코트라 스톡홀름무역관의 자료를 정리해 싣는다.

먼저, 무역관이 Food&Friends에서 발간한 ‘2022년 식품 산업 보고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스웨덴인들의 일반적인 식생활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스웨덴에서는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가 늘었으며, 과정을 간소화한 간단한 요리가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익숙한 ‘소울 푸드’를 많이 찾는 한편 새로운 음식에 대한 모험심이 높아졌으며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아울러 △포장 음식과 간편조리식품 이용이 증가했으며 △음식물 및 포장 쓰레기 등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에 최근 눈에 띄는 것이 글로벌 식품과 한식의 부상이다.

스웨덴은 잘 발달한 다문화사회로,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중동 음식이나 아프리카계 음식까지 세계 각지의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국 여행이 크게 감소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스웨덴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으로 모험을 즐기는 경향이 늘어났다.

아시아 음식 중에서는 태국과 일본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높고 흔한 편이다. 특히 일식은 2021년 올해의 트렌드 요리로 스시와 포케 볼이 상위권에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식은 아직까진 인지도가 낮은 편이나 점차 북유럽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한류를 계기로 꾸준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적인 아시아 식당에서는 김치 및 비빔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스웨덴의 유명 햄버거 브랜드 체인점인 MAX에서는 2021년 하반기 Korean BBQ 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멕시코 요리 체인점 TACO BAR에서도 Korean street taco 및 Korean street chicken wing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리법에 고수나 스리라차 소스를 더하는 등 정통 한국의 맛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한식 관련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먹지 않는 형태의 유사 식품이 김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등 식자재 및 양념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절제과 균형을 지향하는 스웨덴의 '라곰'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스웨덴에서는 글로벌 식품과 함께 한식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건강과 환경을 위한 채식이 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식단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스웨덴 외식 체인 MAX가 출시한 Korean BBQ와 현지에서 판매되는 김치, 2021년 개발돼 화제를 모은 감자 우유, 식물 원료를 이용한 채식 생선. (사진=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
△절제과 균형을 지향하는 스웨덴의 '라곰'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스웨덴에서는 글로벌 식품과 함께 한식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건강과 환경을 위한 채식이 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식단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스웨덴 외식 체인 MAX가 출시한 Korean BBQ와 현지에서 판매되는 김치, 2021년 개발돼 화제를 모은 감자 우유, 식물 원료를 이용한 채식 생선. (사진=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

건강 및 환경을 위한 채식주의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후 발자국을 적게 소모하는 채식이 트렌드가 되었다. 스웨덴 무역 투자 위원회가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은 30세 이하 인구의 5분의 1이 채식을 하며,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채식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평균 58%에 달하는 등 채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축에 속한다. 이에 따라 스웨덴에서는 식재료부터 간편식, 밀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채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2022년 스웨덴의 음식 트렌드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감자 우유’이다. 스웨덴은 이미 아몬드, 귀리, 콩 등을 이용한 각종 대체 우유의 생산 및 소비가 매우 활발하며, 채식주의 트렌드를 이끈 세계적인 귀리 우유 브랜드 ‘오틀리(Oatly)’ 역시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다. 점차 다양한 식물 원료를 이용한 대체 우유가 등장하는 가운데 2021년 개발된 스웨덴 회사의 감자 우유가 세계 시장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유당 및 글루텐 불내증을 가진 인구가 타 유럽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락토스프리’, ‘글루텐프리’ 등을 내세운 대체 유제품,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과자 및 빵류 등의 소비도 매우 대중적이다.

소재와 생산 과정은 물론 식단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 및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은 식료품 자체뿐만 아니라 포장재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포장용 일회용기뿐만 아니라 각종 제품 판매 시 활용되는 병, 비닐 포장지 제작 과정에서도 재활용 혹은 지속가능성을 크게 고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케아에서는 버섯의 성분을 활용한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를 도입한 바 있으며, 테트라팩 역시 음료 팩에 활용되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꿔가고 있다.

또한 식‧음료 제품 생산 기업 역시 생산 과정에서 낮은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공정 및 유통 과정에 주목하는 추세에 있으며, 수익금 일부로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꾸준히 시행하는 등 환경 보호 측면에서 여러 시도를 하며 소비자의 관심사에 발맞추어 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환경 및 건강을 위하는 관점에서, 유기농 및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를 선택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 일부 지점에서는 마트 내에 직접 각종 채소를 기르는 온실을 설치해 효율적인 에너지 운영 및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재배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 불안이 스웨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폐기기한이 가까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푸드 세이버’ 앱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소비자는 좋은 음식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식품점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