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트렌드] 식량 자급률 낮은 일본 식품 폐기물 줄이기 국민운동
[글로벌트렌드] 식량 자급률 낮은 일본 식품 폐기물 줄이기 국민운동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12.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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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만 톤 이상 음식 버려져…2030년까지 50% 절감 목표로 민·관 합심
관련법 제정에 소비자 교육…편의점 과잉 발주 예방도
생산자-소비자 연결하는 ‘푸드 셰어링’ 플랫폼 등장
품질·맛 이상 없으나 유통 어려운 제품 할인 판매·기부
버리는 식재료 재활용한 스타트업 가공식품에 관심
기업, 손실 줄이려 AI 도입·유통기한 연장 등 동참

최근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폐기되는 음식물 또한 급증하고 있어 비용, 자원 측면뿐만 아니라 심각한 환경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이 지난해 발표한 ‘농장에서 손실 및 폐기된 식량의 국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25억 톤의 음식물이 버려진다. 또 음식물 쓰레기 폐기로 발생되는 온실가스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식품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제연합도 지난 2015년 채택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식품 손실(Food Loss) 저감을 12번째 목표인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양식 보장)로 설정했다.

이처럼 식량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열쇠로 ‘식품 손실’과 ‘식품 폐기물’ 감축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정책을 입안하는 한편 기술 개발을 통해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식품의 대량 폐기·손실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저감 노력을 최근 소개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일본은 자국 소비 식량의 60% 이상을 해외로부터 수입할 정도로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농림수산성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37%로 호주(200%), 미국(132%), 프랑스(125%), 영국(65%)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일본인의 식단이 쌀과 생선 중심에서 빵이나 육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입 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매년 500만 톤 넘는 음식이 소비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농림수산성 및 환경성의 ’식품 손실(2020년도 추계치) 공표‘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식품 손실량은 약 522만 톤이다. 이는 전 세계 기아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연간 세계 식량 지원량인 약 420만 톤의 약 1.2배에 달한다.

일본의 식품 손실 발생원은 크게 기업과 가정으로 나뉜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은 전체의 약 52.7%인 275만 톤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가정에서 발생한 식품 손실로, 집에서 남긴 음식이나 소비하지 않고 버린 음식물 등이 이에 속한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식품 손실·폐기에 따른 일본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6조75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일본의 연간 국가예산의 약 6.3%에 해당한다.

자료: 농림수산성
자료: 농림수산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식품순환자원 재생 이용 촉진법’에 이어 2019년 ‘식품 손실 삭감 추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2030년도까지 2000년 대비 식품 손실 50% 삭감을 목표로 설정, 관련 부처·지자체·기업·소비자의 역할을 규정해 식품 손실 감소를 국민운동 차원으로 확대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식품 손실 감소를 위한 기본 방침 마련 △식품 손실 발생 실태 조사 △식품 손실 감소의 달(10월) 지정 △편의점 과잉 발주 예방 △식품 손실 저감 방법 소비자 교육 △잔반 없는 회식문화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식품 손실 저감 목표를 제시하고 식품 손실 줄이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7월에 공표한 식품재활용법의 기본방침에서 식품 관련 사업자로부터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2000년 547만 톤 대비 2030년도까지 50%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 기업들이 식품 손실 감소에 적극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 발맞춰 일본 기업들도 푸드 셰어링이나 푸드 업사이클링 등 식품 손실 저감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 푸드 셰어링

최근 일본에서는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푸드 셰어링 플랫폼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푸드 셰어링 플랫폼 '쿠라다시'는 맛이나 품질에는 문제가 없으나 사이즈나 패키지 손상 등의 문제로 유통되지 못하는 상품, 계절 상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등을 기존 상품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이트다. 식품 손실 삭감과 더불어 수익의 일부를 환경·사회 공헌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도요스시장 닷컴'은 도요스 시장에서 판매되는 계절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음식점 영업 제한이나 이벤트 취소 등으로 남은 식자재,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식품 손실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푸드 셰어링 플랫폼 '쥬니쥬니'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나 과잉 생산으로 남은 재고, 패키지 변경으로 더 이상 유통되지 않는 상품 등 품질에 문제가 없으나 폐기 위험에 처한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또한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공헌단체에 환원하며,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 시 희망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다.

● 푸드 업사이클링

△식량자급률이 37%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일본에서도 매년 500만 톤 넘는 음식이 소비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푸드 셰어링이나 푸드 업사이클링 등 식품 손실 저감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오이식스가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가공식품으로, (왼쪽부터) 매실주에 사용된 매실을 활용한 건조 과일, 냉동 야채 공장에서 버려지는 브로콜리 줄기를 활용한 칩, 파인애플 심지를 얇게 썰어 튀긴 과일 튀김. (사진=오이식스 홈페이지)
△식량자급률이 37%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일본에서도 매년 500만 톤 넘는 음식이 소비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푸드 셰어링이나 푸드 업사이클링 등 식품 손실 저감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오이식스가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가공식품으로, (왼쪽부터) 매실주에 사용된 매실을 활용한 건조 과일, 냉동 야채 공장에서 버려지는 브로콜리 줄기를 활용한 칩, 파인애플 심지를 얇게 썰어 튀긴 과일 튀김. (사진=오이식스 홈페이지)

가치 제안형 신선식품 유통·판매 스타트업 '오이식스 라 다이치'는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브로콜리 줄기나 가지의 꼭지·무 껍질 등으로 만든 스낵칩, 표면의 상처 등이 원인이 되어 유통되지 못한 바나나를 얼려서 만든 스무디용 프로즌 바나나, 매실주를 담글 때 사용된 매실로 만든 건매실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풍작에 따른 잉여 채소나 못난이 채소 등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활용되지 못한 식재료를 재가공해 상품화하는 업사이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식품의 서플라이 체인 전 과정에서 식품 손실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생산공정에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도입을 통한 식자재 폐기량 삭감, 유통기한 표기법 변경을 통한 유통기한 연장 등 식품 손실 저감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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