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잉여 쌀 소비, 식품·외식 산업이 나서야
[기고] 잉여 쌀 소비, 식품·외식 산업이 나서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2.12.1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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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 재고량 증가 추세…쌀의무매입법 근본 대책 못 돼
밥쌀용 한계…떡볶이 등 유망 제품 개발로 방향 잡아야
가공 특성 맞는 품종 개발에 외식 업계 적극 동참해야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이 민족의 영원한 식량원, 쌀이 남아돌아 정부와 생산자 농민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켜야 소비자를 보호하고 농민은 쌀값이 인상되어야 소득보장이 되는 절박한 처지이다. 그러나 생산된 쌀이 모두 소비되지 않고 재고로 남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작년 수확된 쌀이 다 소비되지 않고 있는데 재고량은 더 증가할 것이 뻔하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재고량은 총 26만4000톤(신곡 14만6000톤, 구곡 11만8000톤)으로 신곡은 줄었으나 구곡의 재고량은 증가하였다. 구곡의 재고량이 늘고 있다는 통계는 앞으로도 계속 누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잉여 쌀 소비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국회에서는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쌀 의무매입법’을 통과시켜 남는 쌀 수매를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추가 수매 시 비축할 수 있는 창고는 충분한지 검토하고 향후 비축된 쌀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농민은 쌀값이 보장되고 판매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계속해 지금의 쌀 생산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여건에 따라서는 더 증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연평균 쌀 생산량은 380만 톤 정도다.

매년 밀과 옥수수, 콩을 2천만 톤 내외 수입하는 나라에서 자국에서 생산된 주곡이 남아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논리다. 소비가 되지 않으니 생산된 쌀이 남아돌고, 농민은 쌀을 대체할 소득 작물이 마땅히 없으니 손에 익은 쌀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의 인구감소 경향과 젊은 세대의 변화된 식생활 형태로 보면 개인당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주 소비층인 젊은이들은 쌀보다는 빵, 면류 등 밀가루 음식에 더 친숙해 있고 이들이 식성을 바꿔 쌀 소비로 돌아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 주곡인 우리 쌀의 소비 촉진 방법은 없을 것인가. 이제 차분히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있다.

쌀은 전분질이 주성분이고 수입하는 밀과 옥수수도 전분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성분이 비슷한데도 밀과 옥수수 수요를 쌀로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곡류 간 가격 격차와 함께 구성 성분의 물성의 다름이 크게 작용한다. 밀에는 제빵이나 제면 특성에 맞는 글루텐이 함유되어 있어 부풀림이나 끈기를 주어 제빵, 제면 등 특성에 맞으나 쌀은 이 특성에서 밀가루에 뒤지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약점은 밀을 대체하여 쌀 이용 확대를 막는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용 접근 방법을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쌀을 가지고 주식인 쌀밥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인식은 더 이상 쌀 소비 촉진 대책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생산되는 쌀을 이용한 가공제품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쌀을 이용하는 친숙한 제품이 많다. 다양한 떡류, 면류, 가공밥류, 죽류, 쌀과자, 쌀가루(알파미분 등), 쌀음료(식혜), 주류(막걸리), 조미식품(장류, 엿류), 기타 쌀빵(술빵) 등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들의 특성을 부각시키고 새로운 시각에서 젊은 세대에 어울리는 제품개발에 힘쓴다면 식품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양의 쌀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무적인 현상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제품을 생산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예가 나타나고 있다. 익산의 명물 생크림 찹쌀떡은 새벽 1시부터 대기하면서 구매하는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업소는 하루 400kg의 쌀을 소비하고 있다. 또 쌀을 이용한 떡볶이 등도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기 있는 품목이 되고 있으며,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죽 형태의 제품이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현상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로 농촌진흥청의 가공 특성에 맞는 쌀 품종육종이 속속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분질미 적성에 맞는 쌀이 육종되었고 고품질 쌀밥 품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특히 김밥용에 맞는 품종은 제품별 맞춤 품종육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품별 특화된 품종이 계속 육종되고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쌀과 밀의 가격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쌀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더욱 부각시켜 소비자의 부름을 받도록 제품개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고급 떡 제품이나 쌀음료는 밀가루로 대체할 수 없으며 즉석밥은 밀가루가 결코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또한 기능성을 부각해 난소화성으로 비만 억제 쌀, 심‧혈관질환 예방용 쌀 등은 가격에 상관없이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쌀 소비가 가장 많은 외식업계에서 쌀 소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정식은 밥맛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에 맞는 최적의 쌀 품종을 개발, 보급해야 한다. 아울러 취반 방법을 더욱 개선하여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고 양식에서도 쌀 이용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식품산업에서 쌀 사용량을 크게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밀가루 제품, 즉 라면 등 면류에 쌀가루를 일정량 첨가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 판매되는 라면에 10%의 쌀가루를 첨가하는 경우 기존 업체의 보유 기술로 기술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제품가격에서는 상승요인이 있을 것이나 제품의 차별화를 부각시키고 업체와 정부가 노력하여 가격 보전정책으로 상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일정량 미분 첨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잉여 쌀 소비는 전통적인 쌀밥의 개념을 넘어 식품가공용 소재로서 용도 확대와 외식에서 소비 촉진 등 새로운 소비처 발굴이 해법이다. 서둘러 입법만 하려는 의무매입제는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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