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참고값은 누가 책임지나-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의 작심발언(52)
소비기한 참고값은 누가 책임지나-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의 작심발언(52)
  • 김태민 변호사
  • 승인 2022.12.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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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 기간 늘어 위해 발생 우려…소비자 교육·홍보 필요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이태원 참사이후 시시비비를 가리고, 어떤 문제때문이었는지에 대해 원인 규명을 위해 다양한 형사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공권력의 투입, 법령의 집행에는 마땅히 권한만큼이나 책임이 따른다. 법령 집행자로서 행정기관이 소속 직원의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거나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그 책임을 과연 어디까지 누가 져야하는 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식품회사간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에서 클레임이 발생한 경우 제조업체와 유통전문판매업체, 보관 및 최종판매를 담당하는 유통업체가 서로 책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시제의 목적은 폐기되는 음식물을 줄이기 위함이다.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업체가 기존 유통기한대신 소비기한이라는 표시만 사용할뿐 섭취할 수 있는 실제 기간을 증가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개 식품 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수록한 ‘식품유형별 소비기한 설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제시한 잠정적 소비기한 이내로 영업자가 설정한다면 별도의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영업자로서는 기존의 유통기한 설정사유서에 필요한 자료 준비 비용을 절감하면서 실제로 폐기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라 손해볼 것이 없다. 그러나 이제 책임은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유통기한이 경과해도 가정에서 보관 상태에 따라 수일에서 수개월을 더 보관하면서 섭취했던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과자류의 경우 기존 45일에서 평균으로 81일까지 증가했고, 즉석조리식품을 제외하면 모두 짧게는 73시간에서 81일까지 소비기한이 늘어난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참고값의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자가 기존 유통기한보다 제시된 소비기한 참고값을 연장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유통기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법적으로는 유통기한 경과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지만 다수의 언론보도나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실제로 유통기한이 경과하더라도 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기 때문에 이를 믿고 따랐던 소비자는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보다 실제 유통기한이 더 증가한 셈이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소비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예전처럼 보관해서 섭취하려다가는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게 되어 버린다. 이런 점에 대해서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떻게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할지는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바꾸는 것은 단기간에 할 수 없는 것일뿐아니라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아무리 SNS가 발달했다하더라도 전 국민들에게 이런 내용을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혼용하면서 거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2023년에는 영업자에 대한 행정지도보다 소비자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 더 힘써야 한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 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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