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케이싱 외면하는 육가공계 속내는?
천연 케이싱 외면하는 육가공계 속내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1.02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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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 코로나 이후 홈술·캠핑용 수요로 햄 추월…작년 10만 톤 넘은 듯
‘천연’ 수입량 줄어들고 국내 제조장도 생산 중단
업계 “해외 조달 어려워 합피 불가피한 선택” 주장
균일한 품질에 훈연 쉽고 살균 등 안전성 장점도

한동안 주춤했던 식육가공품이 코로나19 이후 HMR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동반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소시지’의 선전이 육가공 시장 전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소시지에 사용되는 케이싱(외피)은 천연 제품이 오히려 줄고 있어 업계가 눈 앞에 이익을 쫓느라 국민 건강은 뒷 전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를 통해 확보한 15개사 기준 식육가공품 연도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2016년부터 감소세에 있다가 코로나19 이후인 2019년(21만3589톤)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2020년 전년 대비 3.5% 증가한 22만1129톤을 기록하더니 작년에는 7%가 오른 24만6026톤을 달성했다. 올해도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한 21만3903톤을 기록 중이다.

판매량도 2019년 21만3030톤에서 2021년 22만3163톤으로 오르더니 작년에는 6.1% 오른 24만4897톤을 기록했다. 올해 9월 기준 역시 21만5612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전체 생산량은 33만톤, 판매량은 32만6000톤으로 각각 추정되며, 올해 생산량과 판매량은 약 35만톤에 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중에서도 돋보이는 품목은 ‘소시지’다. 지난 2013년부터 생산량에서 ‘햄’을 앞서가기 시작해 2019년 8만3043톤에서 2020년 8만8063톤, 2021년 9만2127톤으로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올해도 9월 기준 7만1652톤을 달성해 연내 10만톤 고지를 밟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판매량 역시 2013년 ‘햄’을 제치고 1위에 오르더니 2019년 8만3342톤, 2020년 8만9002톤, 2021년 9만1909톤을 기록했다. 올해는 9월 기준 7만1683톤으로, 이미 생산량을 넘어섰다.

육가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술족, 캠핑족 등이 늘면서 소시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육가공 핵심 품목 중 올해 판매량이 생산량을 넘은 것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 중인 캔햄을 제외하곤 소시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반면 천연케이싱 수입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육가공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천연케이싱(돼지)은 2020년 638톤에서 2021년 537톤으로 감소하더니 올해도 10월 기준 375톤에 불과해 400톤 방어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는 천연케이싱(양)은 2020년 5.8톤에서 2021년 14톤으로 늘었으나 올해 10월 기준 9.4%톤으로 줄었다.

육가공협회도 지난 2011년 준공된 천연케이싱 소독장 ‘내추럴케이싱’을 2020년 매각한 상태다. 국내 천연케이싱 수입이 줄자 경영에 타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소시지 생산량은 약 10톤이며, 이중 천연케이싱 사용 소시지는 6.5%에 불과하다. EU, 미국, 일본 등 천연케이싱 사용 소시지 생산 비율이 85%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전문가들은 천연케이싱을 사용한 소시지의 특성은 합피(인조)케이싱에 비해 밀착성이 우수하고 식감이 매우 좋으며 투과성이 높아 훈연 처리가 용이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천연케이싱과 합피(인조)케이싱은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영양학 강의를 하는 한 교수는 “소시지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양 식품 중의 하나로, 신선한 육류 사용은 물론 소시지 겉표면을 싸는 외피도 천연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천연이 더 비싸기는 하지만 소시지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이익을 쫓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경영 방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단순 가격 문제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돈장·양장케이싱의 경우 사용 직경이 작고 신축성이 없어 주로 굵기가 얇은 소시지밖에 사용할 수 없다. 특히 가스투과성이 높아 훈연처리 시 훈연성분이 쉽게 침투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인조케이싱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각 국가별 금수조치와 물류난 등으로 수급이 쉽지 않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의 경우 보다 쉽게 수급이 가능한 합성수지를 찾는 것은 단순 선택 문제를 넘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합성케이싱은 원가부담을 덜어주는 부분도 크지만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게다가 살균하거나 냉동보관도 가능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업계의 천연케이싱 사용량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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