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약용작물 구매 인식과 원산지 표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25)
소비자 약용작물 구매 인식과 원산지 표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2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2.20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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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식물 국내산 선호 90%…“身土不二” 과신
수입산엔 과도한 불신…허위 표시 세계 최다

작년 말 농촌진흥청이 약용작물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에 대해 소비자 패널 6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품의 효능’, ‘원산지’, ‘가격’, ‘품질’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국내산에 대한 선호 비중이 약 90%로 높았다고 한다. 약용작물은 ‘식재료(42.1%)’로 많이 이용됐으며, 다음이 ‘건강기능식품(26.9%)’, ‘차ㆍ음료(26.4%)’, ‘생약용(4.4%)’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 비중이 높았고, 40~60대는 쌈, 생채 등 ‘식재료’ 이용 비중이 높았다고 한다. 약용식물 섭취로 얻는 기대 효능은 ‘면역력 증진(56.6%)’이 절반 이상 차지했고, ‘혈액 순환(27.1%)’, ‘노화 예방(4.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우리 소비자들은 식품을 선택할 때 ‘원산지 표시’를 가장 중요시 한다. 특히 어패류(45.5%)와 육류(41.5%)의 원산지를 중요시 한다고 한다. 지난 2011년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쇠고기에서 광우병, 대장균 O157검출, 유럽 발 말고기 스캔들 등 수산물과 육류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들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한 2000년 대 초반 다발했던 중국 등 위생관리 취약국들로부터 수입된 저가 불량식품들이 언론에 수없이 등장해 수입식품에 대한 불신을 유발시킨 것도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국내산’에 대한 환상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우리 소비자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국내산을 선호하고 찬양한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농어민에 대한 존경심, 애국심이나 환경보호, 신선한 로컬푸드를 생각하며 국내산을 구매한다면 좋았을 텐데 “국내산은 수입산 보다 품질과 영양,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고품질 식품”이라는 착각으로 구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수입식품의 자유화와 함께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도 소비자들을 부추겼다고 본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산지 속임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6·25한국전쟁 직후 국내 식품산업이 태동하기 전 먹을 것이 늘 부족했던 시절엔 미제(美製), 일제(日製) 등 외국산 구호식품과 수입식품이 더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위생취약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보다 위생관리가 엄격하고 고품질인 선진국 제품조차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

중국산이나 저개발 국가를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靑島)가 위치한 중국 산둥(山東)성 지역은 농사가 잘돼 쌀, 고추, 배추, 대추, 깨 등 농수축산물이 풍부하다. 가격에 따라 품질도 천차만별인데, 상질(上質)의 제품은 오히려 국내산 일반제품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간 우리나라 수입상들이 중국에 가서 품질보다는 식당음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저가 제품만 수입해 오다 보니 중국산 하면 저질, 싸구려, 식당용이라는 오명이 붙게 된 것이다.

‘가격(價格)’과 ‘가치(價値)’는 엄연히 다르다. 국내산이 귀하고 비싸다고 해서 품질(品質) 즉, 질(質)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계약 재배해 좋은 땅, 좋은 물로 엄격히 관리해 우리나라로 들여온 중국산이 농약을 마구 뿌리며, 오염된 용수로 재배한 우리 농산물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원산지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중국에서 왔든, 미국에서 왔든, 우리 땅에서 나왔든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맛있는 가성비 높은 식품이 좋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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