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배달 육회(肉膾) 식중독균 오염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27)
온라인 배달 육회(肉膾) 식중독균 오염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2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3.06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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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 잠재적 위험식품…상온 유통 오염 위험성 증가
위생적 도축 처리에 5℃ 이하 콜드체인 배송을

지난 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육회를 먹은 뒤 설사, 구토, 복통 등 식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게시 글들이 올라왔고 같은 육회를 먹은 것으로 보이는 소비자들의 댓글도 여럿 달린 일이 있었다. 문제의 육회는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에서 ‘핫딜’(특가 상품)로 주로 판매됐고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상당히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육회는 진공 팩에 밀봉돼 있었으며 아이스팩과 함께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 배송됐는데, 배송에 1~2일이 걸렸다고 한다. 제조업체 측은 바로 다음 날 새벽,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어 식약처도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해당 육회 제조업체 2곳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농축산물 거래 금액은 87억 2천5백만 원으로 전년(71억 1천6백만 원)대비 22.6% 증가한 규모라 한다. 온라인 농축산물 거래 금액은 2017년부터 급성장했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55.6% 뛰었다고 한다. 농축산물 구매시 온라인 유통채널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거나 비교가 용이해서’(35.5%)였다고 한다.

이번 식중독균 오염 사건은 생(生) 고기라는 식품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육회(肉膾)가 가공, 유통과정에서의 오염 또는 증식 문제를 늘 갖고 있는 ‘잠재적 위험식품(PHF)’이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식중독균에 노출됐다고 모두가 식중독에 걸리는 건 아니다. 통상 식중독균의 개체수가 어느 정도 증식해야 감염을 일으키며, 감염 시 증상이나 그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5백여 건의 식중독으로 5~6천여 명 정도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다.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식중독 자료를 보면 병원성대장균이 1795명으로 가장 많고, 살모넬라가 1127명, 노로바이러스가 964명의 환자를 매년 발생시켰다. 이번 육회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성대장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고되는 세균성 식중독이다. 이는 감염된 동물, 분쇄육, 오염된 농업용수로 키운 농산물 등이 주된 오염원이 될 수 있고 오염된 식품을 충분하게 익혀 먹지 못하면 식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육회 식중독균 오염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동물성 식품인 육회 자체가 식중독균에 오염되기 쉽다는 것이다. 육회는 장내 상재균으로 식중독균을 늘 보균하고 있는 가축으로 만들기 때문에 아무리 위생적으로 철저히 가공한다 하더라도 애초 고기 자체가 식중독균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병원성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등이 육회 입고 당시부터 자연스레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입고 시 원료에 오염이 안됐더라도 육회의 조리, 가공 중 환경으로부터 리스테리아균이나 다루는 사람 손으로부터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옮겨갔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 유통과정 중 증식이다. 식중독균에 노출됐다고 모두가 식중독에 걸리는 건 아니며 통상 식중독균의 개체수가 어느 정도 증식해야 감염을 일으킨다. 육회는 오염된 식중독 세균이 서식하고 증식하기 좋은 최고의 생 배지 식품이며, 세균들의 에너지원인 단백질이 풍부하고 생고기 자체의 수분도 충분하다. 게다가 오염된 세균이 증식하는 데는 시간과 온도가 필요한데, 온라인 배송의 경우, 이 두 가지가 모두 제공됐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배송 후 가정의 소비자 손에 도달하기까지 하루 또는 이틀이 소요됐다고 하니 균이 증식할 시간이 충분했고 배송온도 또한 드라이아이스나 아이스팩을 사용하지만 5도씨 이하로 유지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육회와 같은 냉장 축산물은 산지에서 도매점이나 음식점으로 이동할 때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동(냉장)탑차 등이 활용된다. 그런데 소비자 온라인 주문 시 택배, 배달에서는 냉장차가 아닌 일반택배나 바이크를 이용해 배송하기 때문에 유통과정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배송 시간도 길고 콜드체인이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식중독균 입장에선 증식할 시간을 번 셈이고 자라기 좋은 상온에도 노출된 것이다. 아무리 배송 시 진공 포장, 아이스팩, 스티로품박스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저온 유지 효과로 봤을 때 냉장차에 비할 바 못 된다.

대책으로 우선 육회 자체가 식중독균에 오염되지 않게 도축 과정부터 철저한 위생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유통과정에서 세균 증식을 막기 위해 5도씨 이하 냉장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식품 냉동·냉장 운반차량 및 물류센터 점검을 철저히 하고, 유통 축산물에 대한 수거 검사와 위생 점검도 강화해야 한다. 사실 육회와 같은 생식용 육류는 택배를 이용해 소비하기엔 적합하지 않으므로 가급적 온라인 배달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육회를 꼭 먹어야 한다면 산지나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즉석조리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서빙되자마자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식약처의 ‘배달 및 택배 유통 냉장축산물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식중독균 오염 여부에 대해 소비자가 냄새나 육안으로는 알 수가 없다. 식중독균이 검출되면 색이 변하는 신속검출 키트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다. 완전한 콜드체인 배송 확인을 위해 저렴하고 간편한 ‘시간-온도감지 스티커(TT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배송 및 유통업계도 콜드체인 확대와 철저한 이력추적시스템 구축 등 식품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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