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우유급식 ‘바우처’로 변경 기대 반-우려 반
학교 우유급식 ‘바우처’로 변경 기대 반-우려 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3.06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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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사업, 광명 등 15개 시·군·구 취약 계층 학생에 월 1만5000원 상당 카드 제공
국산 원유 사용한 가공유·치즈 등 자유롭게 구입
선택권 넓어지고 업계 편의점 통한 매출 증대 기대
흰우유 15개 분량…여타 제품 구입하면 수량 줄어
금액보다 적게 사용 땐 소비↓…복지 예산 늘려야
‘급식’ 적극적 참여 않는 업체 혜택 누려 박탈감도

이달부터 무상 우유급식이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직접 편의점이나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국산 원유를 사용한 유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인 '바우처'형태로 변경되는 가운데 이를 놓고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시범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들에게는 무상 우유 급식 대신 월 1만5000원의 바우처가 제공된다. 이 바우처로 흰우유 또는 국산 원유 50% 이상 함유한 가공유, 발효유, 치즈 등 제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대상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장애인, 국가유공자 자녀 등 취약계층 학생들(만 6~18세 어린이 및 청소년)이다.

△내달부터 무상 우유급식이 ‘바우처’ 형식으로 변경되는 시범 사업이 시행되면서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내달부터 무상 우유급식이 ‘바우처’ 형식으로 변경되는 시범 사업이 시행되면서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학교 우유급식 사업은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을 해소하고 우유 소비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했으나 출산율 저하로 학생수가 줄고, 우유 급식을 희망하는 학생도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는 50%를 상회하던 급식률도 지난 2021년에는 28.1%로 하락했다.

더욱이 무상 우유급식은 취약계층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이들에 대한 ‘낙인효과’ 등 부작용도 지적돼 왔다. 또한 흰 우유 위주의 공급으로 다양한 유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멸균유를 가정 배송하는 등 대안들을 시행했지만 이를 중고 매매 사이트를 통해 재판매하는 등 악용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3월부터 시행하는 우유 바우처 시범사업은 거주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서 카드형태의 우유 구매 바우처를 발급하고, 편의점이나 하나로마트 등에서 국산 유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업계는 이번 시범 사업 확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산 유제품 소비 촉진을 위한 정부 지원책에 오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낙농업계는 오래전부터 무상 우유급식 예산을 확대해 국내 원유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요청을 지속해왔다.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장은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원유를 학교급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유업체들은 이 물량을 시장에서 소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우유 덤핑 판매, 멸균유 생산 확대에 나서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축산발전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학교우유무상급식 예산이 40% 이상 불용되고 있다. 학교우유무상급식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우유급식 바우처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막상 시범 사업이 시작되자 업계에선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분분하다. 수혜자 입장에선 무상급식에 대한 낙인효과를 줄이고 개인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이점이 있으며, 우유급식에 많은 비중을 쏟고 있지 않은 유업체는 편의점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사업의 목적과 장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유급식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 서울우유, 부산우유, 연세우유, 남양유업 등 업체들은 오히려 우유 바우처로 급식률이 줄어들면 매출이 줄어들 수 있고, 국산 원유 소비 증가 측면에서도 현행 개인당 월 1만5000원이라는 예산으로는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급식우유로 쓰이는 우유제품(200ml)의 출고가는 480원 가량, 급식우유로 학교에서 구매하는 금액은 급식인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440원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자면 바우처로 주어지는 월 1만5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우유는 약 34개, 1일 1개 한 달 섭취분을 약간 상회한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구매할 때 같은 크기의 흰우유는 약 1000원, 한 달에 15개 밖에 안 된다. 여기에 가공유, 발효유, 치즈 등까지 더한다면 구매 가능한 유제품 수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지금은 시범사업이지만 장기적으로 바우처 사업이 확대된다면 원유 소비량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유 바우처 사업이 국산 원유 소비량 증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 바우처 사업의 목적과 관련 수혜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우유 급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유업체의 경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의 매출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급식 우유 사업체의 경우 낮은 사업 수익률에도 국민 건강이라는 사명으로 급식 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데 바우처 사업으로 오히려 낮아지는 급식률로 사업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행 예산으로는 무상 급식으로 먹을 수 있는 우유 양보다도 한참 못 미치게 구매할 수 밖에 없어 장기적으론 오히려 수혜자 건강에 대한 기여도나 국산 원유 소비량에 대한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며 “우유 바우처 사업이 국민 건강과 국산 원유 소비 증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관련 복지 예산의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유 바우처 시범 사업은 작년 지자체 공모를 통해 △경기(김포, 광명) △인천(강화) △대전(대덕구) △강원(원주) △충남(당진) △경북(구미) △전북(고창, 남원, 무주, 순창, 임실, 장수, 정읍, 진안) 등 15개 시·군·구를 선정, 약 2만5000명의 학생들에게 우유바우처를 공급한다.

농식품부는 우유 바우처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학교우유급식사업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우유바우처 사업으로 전환하고, 지원 금액도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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