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밀키트’ 영양 성분 표시 암초
성장하는 ‘밀키트’ 영양 성분 표시 암초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3.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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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알권리 불구 제조업체-정부 vs 소비자 의견 엇갈려
원물 원재료·양념 등 규격화에 어려움…제도화 곤란
편차 발생·조리법 바꿀 때마다 검사-포장재 변경 부담
정부 “가공식품 기준 적용 무리…업체서 정보 제공을”
소비자단체 “표시 제품 절반 안 되고 나트륨 함량 높아
안전 체감도 낮고 오해 소지…‘간편조리세트’로 관리를”
느슨한 틀 안에서 문제될 만한 품목 정해 의무화할 수도

밀키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영양성분 정보에 대한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체는 원물을 원재료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밀키트의 특성상 이를 표시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밀키트 제품은 식품 유형이 ‘간편조리세트’나 ‘기타가공품’ 등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영양성분을 표시하지 않아도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건강을 관리하고, 적절한 식품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밀키트 제조업체와 정부 측은 밀키트의 경우 농축수산물과 양념 등 규격화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구성돼 영양성분 표시의 제도화와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재료 구입 및 손질 시간이 절약되고 조리에 필요한 노동력과 음식물 쓰레기의 절감이라는 장점으로 2019년 400억 원대로 확대, 오는 2024년에는 7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1일 녹색소비자연대와 강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건강을 관리하고, 적절한 식품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밀키트 제조업체와 정부 측은 밀키트의 경우 농축수산물과 양념 등 규격화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구성돼 영양성분 표시의 제도화와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식품음료신문)
21일 녹색소비자연대와 강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건강을 관리하고, 적절한 식품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밀키트 제조업체와 정부 측은 밀키트의 경우 농축수산물과 양념 등 규격화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구성돼 영양성분 표시의 제도화와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식품음료신문)

21일 녹색소비자연대와 강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GCN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조선행 위원장은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진행한 밀키트 영양성분 관련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밀키트 소비가 많아지면서 건강한 먹거리 선택을 위한 소비자정보 제공의 필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판 밀키트 제품 중 영양정보 표시 비율은 45.9%로 절반도 안 된다”면서 “몇몇 밀키트 제품에서 나트륨 등의 함량이 일일 기준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비자 건강과 영양 관련 이슈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 밀키트 제품의 영양성분 표시에 대한 제도화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밀키트 브랜드 점유율 상위 3사(프레시지·잇츠온·쿠킷)에서 매출 상위 공통 100개 제품(감바스알아히요 22개, 부대찌개 33개, 불고기전골 23개, 짬뽕 22개)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51개 제품에서 1인분 나트륨 함량이 1일 나트륨 섭취 기준치(2000mg)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물이 있는 제품(부대찌개, 짬뽕류)에 있어 나트륨 함량이 특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방도 100개의 제품 중 4개의 제품이 하루 권장량(54g)을 초과했다.

조 위원장은 “영양성분표시제품은 100개 중 21개만 있었다. 홈페이지와 제품포장에 모두 표시한 제품은 16개뿐이었고,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 55종 중 42개 제품이 표시하지 않았다”며 “과도한 나트륨 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밀키트 영양성분표시 의무화와 업체의 자발적인 영양표시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제조업체와 정부 측은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토론에 참여한 임상훈 프레시지 식품안전 그룹 그룹장은 “밀키트 제품의 영양성분 표시는 작년부터 소비자 알 권리과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화두가 돼 왔다. 하지만 밀키트의 원재료의 많은 부분이 자연 원물로 제조, 포장을 하는 만큼 제품의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도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예를 들어 원물의 수확, 채취, 도축 등이 이루어지는 계절의 차이도 존재하고, 같은 재료라도 개별 품종간의 차이도 있어 영양성분 표시의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영양성분 표시 의무가 제도화된다고 한다면 정부에서 이 오차범위를 감안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또한 그는 표시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포장재 변경에 대해서도 “의무화됐을 때 업체는 기존 포장재에 대한 발주 수량이 있는 상황에서 판매가 잘 되는 제품은 소진될 수 있지만 판매가 부진한 제품의 경우 사용하지 못한 포장재는 폐기해야 한다. 기업은 포장 폐기와 재인쇄의 비용 문제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포장재를 사용하고 새 포장재를 계획할 유예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 심선희 밀키트팀 팀장도 “영양성분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한 방법으로 검토 중이다. 밀키트라는 제품 특성상 제품 영양성분의 편차가 커 정확한 영양성분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서 “또 제조사가 모든 것을 가공해서 제공하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소비자의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영양성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밀키트에 제공되는 조리가이드는 전문가가 다양한 점검을 통해서 제공되고 있는데 이는 조리 환경, 요리 숙련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영양성분 수거 검사 시에 법적 허용기준을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가 되면 원재료의 편차가 생길 시점마다, 표준화된 레시피가 변화할 때마다 영양성분 검사를 해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잦아질 수 있다. 그만큼 변경사항이 잦아질텐데 그때마다 포장재 폐기·인쇄 비용, 품목 제조 변경 보고 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업체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밀키트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에 해당 품목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다양한 측면에서 사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제도화의 현실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재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과장은 “간편조리세트, 밀키트의 특성을 고려해 영양성분 표시 도입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자연산물에 대한 영양성분이 변화되는 폭이 매우 커서 표시하는 값이 정보로서의 정확성이 매우 떨어지는 점, 가공식품에 정하고 있는 허용오차 범위를 준수하기 어려운 점 등 현재의 영양성분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밀키트의 영양성분 표시는 현재의 제도 그대로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과 제공받는 입장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업계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소비자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 홍준배 안전감시국 국장은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밀키트 제품에 대한 소비자 안전체감도가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제품이 많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면서 “소비자에게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 열량·당류·나트륨 등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성분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아울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밀키트 제품을 ‘간편조리세트’의 기준·규격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밀키트 업계는 중량과 식사 분량 등 기본 사항은 표시하지만, 영양성분의 경우 원재료 지방함량 등이 제품마다 다르다 보니 이를 규격화해 표시하기가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등 영양성분은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변화가 있을 만한 영양성분에 예외를 두면 될 일이다. 타 가공식품과 비교해 느슨한 규제가 시행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밀키트 전 제품, 전 영양성분에 대한 표시는 어렵더라도, 주류 품목의 영양 표시가 열량만 표기해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 건강과 안전에 문제시가 될 만한 품목을 정해 표시 의무화를 실시할 수도 있다. 아울러 자율 영양표시를 하는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마련해 실시할 필요성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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