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시대의 중심,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 광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0)
제로시대의 중심,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 광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3.27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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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도 낮은 당알코올…제로 소주·껌 등에 사용
ADI 없는 안전한 물질…일반인 심장 질환과 무관

요즘은 ‘제로 칼로리 식품’ 전성시대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제로 칼로리' 식품의 중심에 서 있는 대체당 ‘에리스리톨(erithritol)’이 심장 관련 질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각종 감미료의 건강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제로 칼로리 식품에 대한 시장의 인기는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조사 결과, 한국의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규모는 2016년 903억 원에서 2021년 218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하며, 업계 조사에서는 2022년 지난해 관련 시장이 이미 3000억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기존 제품에 제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추세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제로 칼로리’ 식품이란 열량이 있는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나 아세설팜칼륨 등 대체 감미료를 사용해 단맛을 낸 식품이다. 그러나 제로 칼로리 제품이라고 해서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위생법」 상 음료수는 100 ml당 4 kcal 미만일 때 ‘무(無)열량’이라고 표기할 수 있고, 식품 100g 당 40kcal 미만이거나 100ml 당 20kcal 미만일 때 ‘저(低)열량’이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 美 클리블랜드 클리닉러너연구소가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리스리톨의 높은 혈중 수치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제로 칼로리 식품들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가급적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에리스리톨이 30g이나 첨가된 음료를 섭취한 사람의 혈장수치를 조사한 결과다. 이 실험에서 사용한 하루 투여량 에리스리톨 30g은 일반적으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감미료의 양이 아니다. 시중 소주나 음료로는 수십 병 이상을 마셔야 하는 많은 양이라 현실적으로 섭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연구 대상이 심혈관 질환자라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 역시 무리다.

에리스리톨은 당(糖)알코올의 한 종류인데, 감미도가 설탕 대비 0.7 정도로 다른 감미료들에 비해 오히려 낮다. 즉, 설탕 5숟갈 넣을 때 에리스리톨은 7숟갈을 넣어야 같은 단맛이 난다는 것이라 남용하기도 어렵고 그냥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가 시릴 정도의 청량감이 난다. 당알코올이란 Sugar alcohol 또는 Polyol로 불리는 설탕 대체 감미료인데, 사실 이것은 당류도 알코올도 아니며 천연의 과실이나 식품 원재료에 자연스레 존재한다. 섭취 시 구강 내에서 산(酸)을 생성하지 않아 충치 예방효과가 뛰어나 껌에도 많이 사용된다. 혈당지수(GI)의 경우 자이리톨은 13, 말티톨은 36로 혈당을 올리지만 에리스리톨은 0, 소르비톨은 4로서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칼로리도 이들에 비해 1/10 수준인 100g 당 20∼26Kcal에 불과하며, 이들 감미료는 모두 체내 흡수되지 않고 90% 이상 배설되므로 혈당치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당뇨환자용 설탕대체제로 좋다.

그러나 알코올의 특성상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일일섭취허용량(ADI)이 설정돼 있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긴 하지만 하루에 50g 이하로 섭취하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당알코올은 마치 식이섬유 비슷하게 작용해서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잘 소화되지도 않고, 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설사를 일으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성은 반수치사량(LD50)값으로 볼 때 18g/체중kg으로 소금(4g/체중kg)보다도 4.5배나 독성이 낮은 물질이라 매우 안전하다. WHO/FAO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이들 당알코올류에 대해서는 ADI를 설정하지 않고 양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NS(Not Specified)’ 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하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지에서도 허용돼 식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유럽 식품안전청은 체중 kg당 0.6g(체중 50kg 성인의 경우30g)으로 권고하지만, 대부분 나라의 식품 당국에선 권장 섭취량을 거의 설정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에게 매일 체중 kg당 1g까지 먹는 것은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체중 50kg의 성인 여성이나 아동들도 매일 50g씩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한다.

요즘 새로, 진로 등 열풍을 일으키는 제로 소주에 에리스리톨이 첨가되고 있는데, 소주에 들어 있는 에리스리톨 함량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하진 않으나 소주를 하루 수십, 수백 병은 마셔야 에리스리톨의 부작용이 발현될 것이며, 오히려 알콜의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니 술을 먹으며 건강을 걱정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 상 설탕 대신 식품에 사용 가능한 감미료는 현재 22종이 있다. 설탕보다 감미도(단맛을 내는 정도)가 높은 감미료로는 사카린, 네오탐,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스테비아, 토마틴, 글리실리진 등이 있고, 오히려 설탕보다 감미도가 낮은 당알콜류인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만니톨, 만니톨, 말티톨, 솔비톨 등이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콜라, 사이다 또는 무설탕 탄산음료 등에 사용되는 감미료로는 주로 설탕의 200배 이상의 당도를 보이는 아스파탐, 스테비아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식품안전나라 공개자료 분석 결과, 국내 유통 중인 가공식품 중 제품명에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제품만 51건이나 된다고 할 정도로 가공식품에 인기가 있는데, 소량 들어간 제품까지 합치면 실제 국내 시판중인 에리스리톨 함유 제품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 사실 식품첨가물은 식품 주원료도 영양소도 아닌 특별한 기능을 주기 위해 살짝 들어가는 첨가물일 뿐이다. 소비자들은 이 부가적인 첨가물이 주는 기능 외에 완전무결한 안전과 더불어 안심까지도 요구하는데, 이는 과욕이다. 사람이 먹는 어떤 음식도 ‘제로 독성’은 없다. “모든 음식엔 독성이 있지만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은 양까지만 사용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식품안전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과유불급, 설탕이고 감미료고 과하면 해가 된다. 에리스리톨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돼 허용된 것이고 허용량만큼만 사용하면 전혀 건강에 문제가 없다. 어떤 제품을 소비할지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운동 후 당이 떨어져 설탕 함유 음료를 찾아 마셔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칼로리가 걱정돼 제로 칼로리 제품으로 단맛을 즐겨야 하는 사람도 있다. 감미료를 선택한 경우 그 감미료가 갖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설탕과 감미료 각각의 장점을 살려 적당량 영리하게 잘만 사용하면 둘 다 훌륭한 음식의 재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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