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구토 사건의 자연독 ‘토마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3)
방울토마토 구토 사건의 자연독 ‘토마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4.17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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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방어 물질…미성숙·저온 노출 때 함량 높아
녹색·쓴맛 열매 피하고 빨갛게 잘 익은 것 골라야

최근 시판 중인 방울토마토를 먹고 구토 등 부작용이 났다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급식으로 나온 방울토마토를 먹은 아이들이 구토와 배탈 증상을 보인 것인데, 증상이 일시적이고 쉽게 회복돼 일반적인 식중독이 아닌 경미한 자연독 알레르기로 판단된다. 이는 토마토에 들어있는 토마틴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토마틴은 주로 덜 익은 열매에 있다가 익으면서 사라지게 되는데, 이번 경우는 방울토마토가 자라면서 저온에 노출돼 익은 뒤에도 꽤 많은 양이 남아있어 문제가 됐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토마틴(tomatine)은 야생 토마토에 함유된 스테로이드 알칼로이드의 한 종류로 토마토 생장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다 성숙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특정 품종(국내 품종 등록번호 HS2106)의 토마토가 올해 초 평년보다 낮은 온도에 노출되며 토마틴이 많이 생성됐다고 한다. 충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해당 품종 수확기인 올 1월 하순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약 3도(℃) 낮아 토마토가 저온 생장됨에 따라 토마틴이 많이 생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토마토, 감자, 고추 등 가지 속(Solanum) 식물은 잎과 열매에 스테로이드 글리코알칼로이드(steroidal glycoalkaloid)라는 구조의 ‘~ine’로 끝나는 2차 대사물인 피토케미컬을 가진다. 이 알칼로이드는 가지 속 식물이 동물이나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만드는 방어물질로 씨가 여물 때까지 잎과 덜 익은 열매 등에 고농도로 존재한다. 열매가 익으면서 그 독성과 쓴맛이 사라져 동물의 먹이가 되고 배설을 통해 널리 씨앗을 퍼뜨린다. 그러나 문제는 잘 익은 후에도 야생 식물의 열매에는 여전히 이 알칼로이드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토마틴(tomatine)은 토마토에, 감자에는 솔라닌(solanine)과 차코닌(chaconine)이 이라는 자연독 알칼로이드가 있다. 보통 크기(약 100g)의 신선한 감자에는 약 7 ㎎ 이하의 솔라닌이 들어 있어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중독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솔라닌은 감자가 햇빛에 노출될 때 녹색으로 변하면서 많이 생긴다. 특히 감자가 싹이 트는 봄철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 솔라닌은 감자의 싹과 껍질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과육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있어 껍질째 감자를 요리해 먹으면 다량의 솔라닌을 섭취하게 된다. 솔라닌은 웬만한 열로는 분해되지 않아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솔라닌은 감자의 아린 맛을 증가시키고 설사, 구토, 복통, 현기증, 졸음, 두통, 발한, 언어장애, 환각 등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호흡이 곤란해지고 의식장애, 운동중추 마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량 섭취하면 위험하다. 예민한 사람의 경우, 적은 양에도 편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솔라닌은 과거 농업용 살충제로 사용된 적도 있었고, 기관지염, 간질, 천식, 진정, 경련 방지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런 생감자의 독성을 몰랐던 초기 유럽인들은 먹고 탈이 난 경우가 많아 감자를 ‘악마의 음식’이라 부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자 중 솔라닌을 포함한 알칼로이드 기준을 kg당 20∼100mg 이하로 정하고 있다.

토마토는 수천 년 전 남미 안데스 지역의 야생 토마토를 중미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16세기 유럽을 거쳐 세계로 퍼졌다. 1960년대 이후 병충해 저항성과 당도와 향미 등 품질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맞춰 품종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여러 야생종과 재래종이 도입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맛, 향, 색깔 등 과일로서의 상품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육종이 진행돼 다양한 토마토가 시장에 나오게 됐다.

토마토를 고를 때는 녹색 빛을 띠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빨갛게 잘 익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단맛이 적고 쓴맛이 나는 토마토는 토마틴 함량이 높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들은 모든 음식은 효능과 독성 두 얼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 독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 스스로 안전한 식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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