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 원의 아침 한 끼와 우리 식문화
[기고] 천 원의 아침 한 끼와 우리 식문화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5.0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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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이어온 쌀밥 중심 식단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 제공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대학가에서 ‘1000원의 아침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간과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밥 한 끼를 상징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미담이다. 물론 1000원은 한 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사회독지가와 기관과 단체, 국가의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창 나이인 대학생들에게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 상당한 정신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간과 경제적인 이유로 아침을 거르는 젊은이들에게 든든한 아침밥을 제공함으로써 하루를 활기차게 맞이하게 함은 물론 본분인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아울러 제공되는 1000원의 아침밥 내용을 보면 밥이 주식이고 몇 가지 한식 반찬과 국을 곁들인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먹음직스러운 쌀밥이다. 아마도 양질의 쌀로 잘 지은 밥은 먹는 학생들에게 우리 주식인 쌀밥의 의미를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 국가적으로 남아도는 쌀 처리 문제로 정부와 입법기관의 견해가 달라 시끄러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쉽게 타결점을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는 한계를 넘어 남는 쌀을 무조건 다 수매하자니 재정적 부담과 함께 수매한 쌀을 어떻게 저장하고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 특히 농촌 출신 의원들은 쌀 생산자인 농민의 소득 보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어려움이 있다 해도 적정 수준의 쌀을 합리적인 가격에 수매해주어 농민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 여길 것이다. 양측은 주장은 이해는 간다.

지난 80~90년대까지만 해도 1인당 연간 100Kg 내외를 소비했지만 현재는 56.7kg(2022)까지 떨어졌고, 이마저도 우리 식생활과 젊은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기준을 볼 때 소비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10년 후에는 10kg 정도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남는 쌀 대책은 근본적으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을 늘리고, 가공용도 확대하는 방법을 서로 고민해야 할 처지이다.

쌀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곡물 중 유일하게 자급자족이 가능한 품목이다. 밀, 옥수수, 콩 등 수요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곡물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양은 연간 1,700만 톤 내외에 이르며 여기에 72억 불 정도를 쏟아붓고 있다. 물론 순수하게 식량자원으로는 46% 정도의 자급률이고 나머지는 사료곡물이다. 육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 돼지, 닭 등에 먹일 사료용으로 수입되고 있다.

쌀은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굶주림을 해결해 준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먹을거리가 넘쳐나면서 밥으로 소비하는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하루에 한 끼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밀가루 음식인 빵과 면류가 이제 주식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또 한 끼를 대체할 수 있는 피자나 스낵 등은 그 편의성과 맛 때문에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이런 상황에서 아침 한 끼를 쌀 중심의 밥이 제공된다는 것은 굶주림 해결이라는 일차적인 욕구 충족과 함께 수천 년 이어온 쌀밥 중심의 식단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데서 더욱 큰 의미를 찾고 싶다.

아침에 쌀밥으로 끼니를 해결한 학생들은 점심이나 저녁에도 쌀밥을 즐길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습관을 들여 친숙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쌀에 적응되어 왔기 때문에 유전인자에 쌀을 태생적으로 받아들이는 본능이 내재해 있다. 이러한 기질을 받고 탄생한 젊은이들에게 아침에 쌀밥을 제공함으로써 몸이 품고 있는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쌀밥과 친숙하게 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본다.

군인들에게도 양질의 쌀밥을 제공하고 맛 좋은 김치를 포함한 한식을 기본으로 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몸에 이어오는 유전적 욕구사항을 만족시킨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 전통 식품과 친밀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는 품질과 맛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1000원의 아침밥은 물질을 넘어 정신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에게도 원가에도 못 미치는 한 끼 밥이, 나 아닌 여러 사람의 보살핌에 의해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 그 고마움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 한 끼를 제공하면서 어려운 우리 쌀 소비와 한식 먹기 운동이 모든 젊은이에게 넓게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아침 한 끼 운동은 이번 기회에 대학생 외에도 어려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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