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과학 용어 국산화 서둘러야
[기고] 식품과학 용어 국산화 서둘러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5.31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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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단백질·지방 등 용어 번역 창조…국내선 차용
베지밀·햇반 등 상표 불구 친근한 이름으로 정착
학계·업계 참여 미네랄·비건 등 우리식 작명 아쉬워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일반 언어는 물론 식품 분야에서도 사용되는 언어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은 이제 갇혀서 살 수 없고 문호를 열고 많은 나라와 교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변화는 언어의 교류라고 여겨진다.

국제화되는 현실에서 서로의 언어와 글은 섞이게 되어 있으나 그 정도가 심하면 한 국가의 정체성을 잃는다. 통신수단에는 말과 글이 포함되며 내 의사를 전달할 때 필수적인 방법이고 말과 글이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라면 일상의 삶에서도 하루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세계 모든 국가는 나름대로 독창적인 말과 글을 갖고 자기들끼리, 때에 따라서는 외국인들과 교류하고 통신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물과 생각들, 행동을 나타내기 위한 이름을 지어 이름에 따른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개념에서 보면 이름과 언어는 사고의 범위를 정해주는 강력하고 제한적인 매체이면서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나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우리 고유한 이름들이 외국어에 오염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 분야가 크게 뒤떨어졌던 우리는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대부분 과학용어를 일본을 통해 접하였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수용한 예가 많았다. 식품이라는 말 자체도 일본어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5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은 일본인들과 정확히 같이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사람도 자기화한 이름을 붙이지 못한 비타민은 우리도 그렇게 쓰고 있다.

물론 한문을 공용화하는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관련되는 단어를 쉽게 같이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이제 우리나라의 위상으로 봐서 학술용어들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작명하거나 새로 만들어 공용어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미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은 국제학술 논문에 우리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식품산업 분야가 확대 발전함으로써 그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가공 방법도 새로운 과학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이름이나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세계 공용어가 된 영어가 새로운 분야의 언어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으나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언어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외래 언어를 자국어화하여 사용하는 귀재는 아마도 일본인일 것이다. 새롭게 통용되는 영어를 자기들 정서에 어울리게 언어를 창조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국제화된 시대에 무슨 뒤떨어진 사고냐고 치부할 수 있으나 글과 언어는 한 민족이 사고하는 기본 바탕이고 감정이 투영된 정신자산이다. 물론 그 말이나 글이 갖는 고유한 의미를 갖도록 하되 우리의 정서에도 부합되는 새로운 말을 창조하여 일상용어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업계, 관계,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Vegan 식품의 글자를 보면 과연 이대로 사용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무기질은 어떤가. 물론 근원은 일본어이지만 이미 다른 영양소가 함께 무기질이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명칭은 미네랄이라 부르고 있다. 그 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우리말은 우리나라 사람들 간의 의사 교환과 통신의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비건(Vegan)이란 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우리가 창제한 식품의 이름 중에는 뜻이 잘 통하고 이해하기 쉬운 예가 있다. 베지밀(물론 영어에 기초를 두었고 초기 논란도 있었지만)은 이제 어느 회사의 상품의 차원을 넘어 콩 음료로 통용되고 있다. 어묵도 쉽게 이해하는 우리말화되었고 그 뜻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게맛살(한동안 논란이 있었지만)도 그 말로서 제품의 특성을 쉽게 전달받을 수 있다. 햇반은 어떤가. 처음은 조금 생소했으나 이제는 한 회사의 상표 차원을 넘어 조리된 간편 밥의 대명사가 되었고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식품과학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어 기술 분야에서 외국어를 우리말화하기는 어려운 것도 있으나 이들도 그 특징과 내용을 정확히 알면 충분히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법률적인 용어나 기업에서 지침으로 사용하는 법규 등에서는 용어의 우리말화는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쇄국적인 사고라고 밀어붙이기보다는 범람하고 있는 외국어를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면서도 친근한 우리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인조유나 인조육 같은 언어는 업계 간 갈등을 불어오고 있다.

새로운 언어제정에는 학계, 기업계 그리고 관계가 관여해야 하고 언어학 분야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나 학계가 선도하여 과학 사전 등에 새로운 언어를 반영하는 노력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식품과학회는 식품 용어사전을 마련, 모든 학술논문에는 이 용어사전의 언어를 따르도록 권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언어를 초기에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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