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이탈리아서 잘 나가는 일식·중식 따라잡나
한식, 이탈리아서 잘 나가는 일식·중식 따라잡나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5.26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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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인기와 함께 관심 고조…현지 요리 트렌드 톱10에 진입
일식, 선호도 높아 연간 3% 성장…스시 2000억 시장
중식, 차이나타운 업고 강세…일식과 어깨 나란히
한식, 인지도 급상승…대형 마트 김치·김·라면 등 판매
건강 이미지…저칼로리 전통 디저트는 젊은 층 취향

프랑스와 함께 자국의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탈리아에서 한류 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한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트라 밀라노무역관에 따르면, 다양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됨에 따라 이탈리아에서도 현지 음식과 다른 매력을 가진 아시아 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서 대중성을 가진 아시아권 음식은 초밥으로 대표되는 일식과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한 중식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직 이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한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이탈리아 여성지 ‘돈나 모데르나’는 한식이 ‘2022년 이탈리아 요리 트렌드 TOP 10’에 진입했으며, 기존 주말 외식에 높은 선호도를 보이던 무한 리필 스시집 방문이 한식당으로 옮겨지고 있는 등 이탈리아 외식 시장에서 한식이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발효 식품의 대표적인 예로 김치를 소개하면서, 김치가 한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면역력과 수면 균형을 촉진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한식이 이탈리아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혀가고 있는 가운데 무역관은 최근 한식과 일식, 중식 등 아시아 식품 시장에 관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를 정리해 소개한다.

△이탈리아 여성지 ‘돈나 모데르나’가 ‘2022년 이탈리아 요리 트렌드 TOP 10’에 한식이 진입했다고 보도하는 등 자국의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탈리아에서 최근 한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사진은 한식 불모지 이탈리아 나폴리에 최초로 문을 열고 정통 한식 '백반'으로 장사에 도전하고 있는 tvN 요리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의 가게 모습과 메뉴. (사진=tvN 유튜브 화면 캡쳐)
△이탈리아 여성지 ‘돈나 모데르나’가 ‘2022년 이탈리아 요리 트렌드 TOP 10’에 한식이 진입했다고 보도하는 등 자국의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탈리아에서 최근 한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사진은 한식 불모지 이탈리아 나폴리에 최초로 문을 열고 정통 한식 '백반'으로 장사에 도전하고 있는 tvN 요리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의 가게 모습과 메뉴. (사진=tvN 유튜브 화면 캡쳐)

● ‘일식’ 현지인 입맛에 잘 맞아

이탈리아의 일식 역사는 1970년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밀라노에 문을 연 이탈리아의 첫 초밥 전문점 ‘포포로야’는 45년이 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식, 특히 초밥은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이탈리아인의 입맛에 잘 맞아 많이 선호한다. 닐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의 95% 이상이 초밥을 자주 먹으며 28%는 초밥을 매일 먹고 싶다고 응답할 정도다. 이러한 높은 선호도를 바탕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이탈리아 초밥 시장은 3%의 연평균 성장률이 예상된다.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이는 만큼 초밥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 또한 다양하며 각 지역에 골고루 퍼져 있다. 이탈리아의 일식당은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주에 가장 높은 비율인 15.4%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라치오주에 10.8%, 캄파니아주에 9.3%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초밥이 보편화된 도시들의 크고 작은 슈퍼마켓에서 도시락 형태의 초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초밥 판매를 ‘스시 아일랜드(Sushi Island)’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스시 아일랜드 시장은 2019년 1억1300만 유로 이상 규모로 자리 잡았으며 한 해 동안 5.4%의 성장을 기록했다. 또 스태티스타의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최소 2~3달에 한 번 이상 마트에서 초밥을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이탈리아 배달 업체 딜리버루에 따르면 최근 빠르게 성장한 배달 문화와 더불어 초밥 및 일식 배달량은 2021년 한 해 동안 134% 성장했다.

● ‘중식’ 비유럽권 음식 중 가장 선호

이탈리아의 첫 중식당은 1980년 베로나에서 시작됐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중식은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유럽권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높은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차이나타운이 큰 역할을 했다. 1920년대 밀라노의 중국 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150개 이상의 식당, 식재료 판매점 및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선 밀라노의 차이나타운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다양한 동양의 문화를 담고 있다. 로마의 차이나타운 또한 상당한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데 밀라노와 같이 다양한 식당 및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중식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비유럽권 음식 중 하나로 현재 밀라노에서 음식 배달 전문업체 글로보를 통해 152곳의 중식당에서 주문할 수 있다.

한편, 14세 이상의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태티스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 음식 중 중식(23%)과 일식(22%)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어서 멕시코 음식(9%), 터키 음식(8%), 인도 음식(5%)이 뒤를 따라고 있으나 격차가 확연하다. 또한 2600여 명의 이탈리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40% 이상의 응답자가 일식(45.4%)과 중식(42.5%)를 좋아한다고 답했으며 과반수가 일식과 중식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높은 선호도와 대중성을 보였다.

● ‘한식’ 인지도 빠르게 확산

한식은 일식과 중식에 비해 이탈리아인들에게 아직 인지도가 낮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이유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한식은 먼저, 좋은 음식과 미식의 즐거움, 느린 삶을 지향하는 2014 토리노 ‘국제 슬로우 푸드 축제’에 한국의 사찰 음식이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또 2017년 밀라노에서는 여러 현지 요리사와 블로거를 초대해 한국 음식을 맛보고 소개하는 ‘한식과 함께하는 여름밤’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또 2021년 로마의 한 카페에서는 오징어 게임과 함께 한국에서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를 유명 한국 아이돌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현지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한류 영향으로 한식에 관한 관심 또한 성장하는 추세로, 최근 몇 년 사이 이탈리아 대형마트 에셀룽가는 김치와 김, 라면 등 다양한 한국 식재료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한식 요리에 직접 도전하는 현지인도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현지에서는 한식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밀라노, 베니스, 브레시아에서는 한복 체험 및 도자기 전시 등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이것이 한국이다: That’s Korea’ 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밀라노 중심부에 있는 이탈리 식당에서는 김밀란 셰프가 콩국수와 산적 쿠킹클래스를 진행한다.

한편, 무역관은 한식이 일식과 중식에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점유율을 보이지만 현재 빠르게 성장 중이며, 한식이 가진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서양 디저트와는 달리 낮은 칼로리의 팥 등을 사용하는 한국 전통 디저트의 잠재력은 최근 건강과 다이어트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탈리아 젊은 세대의 특징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의 니즈를 적시에 파악해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한 마케팅을 통해 이탈리아 내 한식 시장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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