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량만두가 주는 교훈
[데스크칼럼] 불량만두가 주는 교훈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4.06.1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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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만두 사건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끌벅적하다.

지방의 한 중소업체 사장이 오명을 벗어야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하면, 아무런 죄도 없는 우량 만두제조업체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국가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쓰레기로 처리해야 할 자투리단무지를 만두소 공장에 공급했다는 TV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도대체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아연실색,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릴 힘조차 잃은 것 마냥 허탈한 표정들이다. 정말 맥빠지는 일이다.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불신감은 만두와 관련이 없는 일반 식품업체들까지 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한숨이 여기 저기서 새나오고 있다.

´불량만두´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거나 나설 움직임이어서 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들끓기 시작한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안보여 가뜩이나 침체된 식품경기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러나 막상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될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어서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실상에 비하면 정부가 발표하고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너무 부풀려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두소 공장에 자투리 단무지를 공급한 으뜸농산(경기도 파주시) 사장을 비롯한 한국단무지제조협회 회원사 대표들은 자신들이 양심도 없는 파렴치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현장 실태파악을 위해 공장을 찾은 국회의원과 식약청장 및 관계 공무원들에게 "비위생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 말은 할 수 없겠지만, ´쓰레기´ ´썩은´ 등의 단무지 앞에 붙는 수식어는 분명 와전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경찰 수사내용의 진위여부가 더욱 착잡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통 단무지를 김밥용으로 자르는 과정에서 상품화할 수 없는 머리 꼬리부분과 옆구리 자투리 부분을 따로 모은 다음 이중 먹을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만두소 공장에 보낸다"고 목청을 높인 단무지제조업자들은 "방송에서 보도한 사진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찍어간 폐기물로 처리할 진짜 쓰레기 단무지일 뿐이다"며 누명을 벗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반론이어서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20여 업체는 130여개 만두 제조업체의 일부분인데도 마치 국내 시판만두 모두가 불량인 것처럼 비쳐져 선의의 피해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사태가 심각할 수록 옥석을 가려 신중하게 처리해야할 일을 여론에 밀려 성급하게 발표하고 그것을 선정적으로 경쟁 보도함으로써 결국 식품산업 전체를 흔들어놓았다. 32년동안 외길을 걸어온 경기도 파주시의 한 만두업체 사장은 전 세계 25개국에 만두를 수출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신용을 잃게 됐다며 일본의 경우 이미 거래가 끊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내수시장 역시 대형 유통업체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제품을 반품시키고, 아예 입점을 거절함으로써 판로를 막아놓아 상당수 건전한 만두업체들은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만두파동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잘 나가던 업체를 완전 KO시킨 후 무죄판결을 받게 한 우지파동이나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등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무책임한 수사와 발표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민단체들은 행정당국의 안일함을 꾸짖고, 관련당국은 손이 모자라 일을 못하겠다고 푸념하고, 전문가들은 이러 저러한 핑크빛 대안을 내놓지만 정작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국민들은 ´사후약방문´이라도 좋으니 이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지 않도록 오늘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식품안전감시망과 체계적인 행정시스템을 바로 세워줄 것을 촉구, 또 촉구하고 있다. 불량만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불량만두의 실체는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질 일이지만,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몇몇 업자의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기를 소원한다. 국내 식품산업 전반에 대한 안전성과 건전성을 고취해 발전된 선진한국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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