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통-납품업체 관계개선 물꼬
[기자수첩]유통-납품업체 관계개선 물꼬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6.25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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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이 백화점 매출액을 추월하면서 유통업계 최강자로 등극함에 따라 대기업들마저 할인점의 횡포에 떨고 있다. 납품업체들에 따르면 대형 할인점들이 리모델링 비용과 행사비, 물류비 등을 교묘히 떠넘기는 방식으로 제조업체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원자재가 상승으로 몸살을 앓아온 식품업계의 고충은 말이 아니다. 풀무원과 CJ 등은 거래조건 및 납품가격으로 마찰을 빚어 한 대형할인점에서 제품을 완전히 철수하기도 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해묵은 갈등은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에 힘든 소비자만 불편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대형할인점 상위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들이 납품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직권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처럼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한국까르푸가 납품업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초청, 대화의 장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까르푸는 자체적으로‘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공식 도입하고 공정관리팀을 발족했다며 앞으로 관계개선을 통해 손해 없는 공생을 도모하자고 선언해 주목을 끌었다.

까르푸의 경우 그동안 외국계 기업으로 국내 정서를 읽지 못하고 철저한 프랑스식 영업 및 매장 정책을 고수, 납품업체와의 마찰이 잦았다. 특히 이번 행사의 경우 경쟁 유통업체들이 매년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해 온 것과 비교해 까르푸의 경우 창사이래 처음 개최한 것으로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점포의 추가 출점보다는 기존 점포를 국내 실정에 맞게 리뉴얼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필립 브로야니고 사장의 발표도 ‘드디어 까르푸가 한국의 문화, 국내 고객의 구매패턴에 맞는 매장구성과 전략을 수립하고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심리를 낳고 있다.

특히 CP프로그램의 경우 여타 업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모니터링과 감사를 거쳐 프로그램을 위반한 임직원은 강력하게 제재토록 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담고 있어 제대로 실행될 경우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독립 부서로서 ‘공정관리팀’이 신설되게 됨에 따라 그동안 거래상 불이익이 우려돼 불공정 문제를 당당히 제기하기 힘들었던 납품업체의 소리가 제대로 전달된다면 국내 유통시장 환경은 한결 밝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갑과 을의 위치에서 각자의 이익만을 앞세워 상충했던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까르푸의 변화를 계기로 상호 공존을 통한 발전을 꾀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도모하는 시장경제 질서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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