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과 국내산, 원산지표시 제대로 알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0>
국산과 국내산, 원산지표시 제대로 알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0>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7.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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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국내산’…농수산물 법적으로 같은 의미

얼마 전 채소를 사려고 마트에 갔던 한 소비자가 상추에는 ‘국내산’, 깻잎에는 ‘국산’이라고 표시돼 있어 이 두 단어가 다른 뜻이 있는지 헷갈렸다고 한다. 한 TV프로그램에서도 ‘국산’과 ‘국내산’이 다른 것처럼 말해 소비자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이 프로에서는 “국산은 국내에서 생산된 재료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 “국내산은 수입 재료를 갖고 국내에서 제조한 것과 수입해서 한국에서 일정기간 이상 키운 것”이라고 구분했다. 즉 “우리 땅에서 난 배추와 고춧가루로만 만든 김치가 국산 김치”이고 “중국산 배추를 사용해 우리 양념으로 우리 땅에서 포장해 만든 것은 국내산 김치”라는 것이다.

△하상도 교수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국산/국내산’ 구분은 근거가 없고 객관적 정의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미 검증 정보를 여과 없이 퍼 나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산’과 ‘국내산’은 법적으로 동일하며, 차이가 없다. ‘원산지 표기’에 관한 사항은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로 관리하고 있는데, ‘국산’과 ‘국내산’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산 쌀’과 ‘국산 쌀’은 같은 것이다.

‘원산지’는 법적으로 농산물이나 수산물이 생산·채취·포획된 국가·지역이나 해역으로 정의된다. 원산지 표시기준(제5조제1항 관련)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국산이나 국내산 또는 그 농산물을 생산·채취·사육한 지역 명을 표시토록 하고 있어 ‘국산’과 ‘국내산’을 다르게 구분치 않는다.

법적으로는 농산물은 동일 작물, 동일 품종이라도 재배지역, 기후, 토질, 재배방법, 시기 등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에 생산지 개념인 ‘원산지’ 표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천쌀, 나주배, 인삼(중국산), 쇠고기(미국산) 등이 원산지 표시의 대표 사례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로 ‘국산’ ‘국내산’ ‘연근해산’을 같은 개념으로 표시한다. 가공품 또한 원료의 산지·가공방법 등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원산지 표시를 적용하고 있는데, ‘중국산 배추와 국내산 양념으로 만든 김치’를 국내에서 제조한 경우 ‘국내산 배추김치(배추 중국산)’로 표시하고 원료는 ‘배추(중국산)’ ‘고춧가루(국산 또는 국내산)’로 표시한다.

그러나 축산물과 수산물의 ‘국산/국내산’의 개념은 땅에서 나는 농산물과는 좀 다르다.

원산지는 ‘국내산(국산)’ 또는 ‘수입’으로 기재하는데, 국내산(국산) 쇠고기의 경우 수입 소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 6개월이 경과돼 도축된 쇠고기는 ‘국내산(국산)’ 표기가 가능하다.

이는 농식품부 고시 ‘수입생우사후관리요령’에 따른 것인데, 호주에서 태어나 자란 소를 수입해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해 도축했다면 ‘소갈비 국내산(육우, 호주산)’으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수입한 돼지와 닭은 국내에서 각각 2개월, 1개월 이상 사육한 경우 ‘국내산(국산)’ 표시가 가능하다. 물론 괄호 안에 수입국가명을 함께 표시해야 해 삼겹살 국내산(돼지, 덴마크산), 삼계탕 국내산(닭, 프랑스산) 등으로 표시된다.

반입 6개월 지난 수입소는 ‘국내산’ 표기
수입 어패류도 6개월 양식 땐 ‘국산’ 가능  

수산물 경우 외국산이 국내로 이식된 후 미꾸라지는 3개월, 흰다리새우와 해만가리비는 4개월, 기타 어패류는 6개월 이상 양식하면 ‘국산(이식산) 또는 국내산(이식산)’으로 표시가 가능하다. 물론 그 기간 이내로 양식된 경우에는 수입국을 원산지로 표시해야 된다. 현재 시중에 극동산 실뱀장어가 수입돼 6개월 이상 양식된 후 ‘국내산(국산)’으로 표시돼 팔리고 있다.

사실 법적으로는 시판 중인 식품에 표시되는 ‘국내산’과 ‘국산’은 같은 말인데, 이 두 단어를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인터넷에 올리고 퍼 나르고, 방송도 이들을 여과 없이 활용하는 바람에 엉터리 정보가 떠돌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출처 없는 인터넷 정보는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농산물’은 씨가 어디서 왔던 우리나라 땅에서 재배되면 ‘국산 또는 국내산’이 된다. 그러나 가축이나 어패류는 우리나라 토종이거나 외국산(외국 품종)을 들여와 국내에서 일정 기간 키우면 ‘국내산(국산)’으로 표시가 가능하니 잘 알아 둬 앞으로는 ‘국산’이니 ‘국내산’이니 헷갈리지 않았으면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애국심이 강해 국내산을 선호하고 지갑을 아낌없이 여는 우리 소비자의 성향을 이용하는 악덕 상인들이 많다고 본다.

수입한 소를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한 후 ‘국내산’으로 표시하되, 괄호 안에 표시해야 할 ‘식육의 종류 및 수입국가명’을 빠뜨리면 순수 국내산으로 둔갑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 병과가 가능한 ‘허위표시’가 아니라 단순 실수로 판단, 과태료 1000만 원 이하 ‘미표시’로 처분이 내려진다고 한다.

실제 집행된 대부분 사례가 ‘100만 원 이하’의 경미한 과태료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 원산지 표시 관련 편법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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