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바이러스, 중국산 조개젓의 습격-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1)
간염바이러스, 중국산 조개젓의 습격-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8.12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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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간염 환자 올해 들어 6.5배 급증 비상
익히지 않은 어패류 원인…저염 저갈도 한몫

올 여름 우리나라에 A형간염 환자가 급증해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조개젓의 습격 때문이다. 부산지역에서 동일한 음식점을 이용한 손님 64명이 A형간염을 확진 받았고, 충남 소재 병원에서도 A형간염 환자 6명이 발생하는 등 최근 6건의 ‘중국산 조개젓’에 의한 A형간염 집단 발생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중국에서 제조돼 수입된 후 국내 식품회사가 추가 가공한 조개젓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식약처는 이 중국산 양념 조개젓의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지난 1988년 중국에서 오염된 조개를 섭취해 3십 만 명의 A형간염 환자가 발생한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2017년에도 독일 발 E형간염 바이러스 소시지 사건이 있었고 미국에서도 생굴 섭취로 인한 A형간염 감염사례가 다수 보고돼 연이은 간염바이러스 문제로 전 세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은 식품유래 질병 중 바이러스 식중독이 약 80%를 차치할 정도로 심각한데, 그 중 노로바이러스와 A형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많다고 한다. 주로 날로 먹는 어패류 섭취가 가장 큰 감염원이며, 오염된 식수에서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어린이에게 빈발했던 A형간염은 1980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현저히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2천 년대 중반부터 다시 증가 추세라 한다. 특히, 올해 A형간염 신고건수는 7월 현재 중국산 조개젓 등이 원인으로 10,274명인데, 전년 동기간 1,592명에 비해 6.5배나 높은 수치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간염(肝炎, hepatitis)’은 간을 침범한 전염성 간질환을 말하며, 주로 A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A virus)에 의해 발생되는 황달 같은 임상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A형간염바이러스는 우리 몸 속의 간세포 내에서 복제, 증식하여 혈액과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증상은 바이러스가 인체 내로 침입한 후 약 4주간의 잠복기를 거치며, 감기 몸살 증세처럼 발열, 식욕 감소, 구역질, 구토, 전신적인 쇠약감,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

A형간염 바이러스는 열과 산에 저항성이 강해 입을 통해 들어와 위와 담도를 쉽게 통과해 감염을 일으킨다. A형간염의 전파경로는 주로 분변-구강 경로이며,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이 바이러스는 분변으로 배출되고, 실온에서도 몇 개월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특히, 자연에서 생존력이 높아 오염된 음식과 식수에 의해서도 쉽게 전파되며, 어패류, 과일류, 채소류 등이 중요한 오염원이다. 특히, A형간염은 오염된 어패류 섭취에 의한 대규모 발생이 많고 감염된 식품취급자에 의한 식품 접촉 시에도 오염이 일어나 집단급식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 질환은 여름철에 빈발하는데,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합병증 발생도 증가해 40대에는 치명률이 2%, 60대가 되면 4%로 높아진다고 한다.

간염은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 않으나 자연 치유되는 질환이라 3-5주 내에 완전히 회복된다. 충분한 영양 공급과 휴식이 중요한데, 심한 식욕 부진이나 구토 증세가 지속되어 탈수 가능성이 있거나 심한 황달을 비롯한 간염이 의심될 때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음주는 절대적으로 삼가야 하며, 심한 운동이나 장기간의 육체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도 A형간염은 대부분 급성으로 발현되며, B나 C형간염과는 달리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국내외에서 발생한 간염 발생 사례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거나, 제대로 익히지 않고 섭취한 경우였다. 이번에 원인이 된 중국산 조개젓도 날 것의 조개를 발효한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의 일환으로 수입업자들이 저염 젓갈을 선호하고 주문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원인이라 생각한다. 소금은 발효식품의 안전성 유지에 필수적인 보존료라 그 양이 적으면 부패균이나 잡균의 증식이 왕성하게 일어나 쉽게 상하게 되고 어패류 내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생존율 또한 높여주게 된다. 콜드체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이나 다른 더운 위생취약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젓갈 등 수산물 발효식품은 제조 시 충분한 소금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

어패류를 통한 식중독 바이러스의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예방 행동이 가장 중요한데,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므로 가능한 여름철에는 수산물을 익혀 먹도록 하고 날 것이나 저염 발효 수산식품의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철저한 손 씻기, 끓인 물 마시기 등 개인위생을 잘 지켜야 하며, A형 간염바이러스 예방백신 접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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