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식품 법정 온도 ‘10℃ 이하’로 글로벌 식품 환경에 맞게 단계적 하향을
냉장식품 법정 온도 ‘10℃ 이하’로 글로벌 식품 환경에 맞게 단계적 하향을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11.1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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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들쭉날쭉…콜드체인 배송 등 유통 환경별 차등을
식품위생안전성학회 세미나

식품안전 확보를 위해 현행 냉장식품에 대한 법적 보관·유통 온도 기준인 ‘10℃ 이하’ 설정보다 더 낮은 온도로 재고,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냉장식품의 법적 보관·유통 온도 기준은 10℃ 이하, 신선편이식품 같이 미생물 리스크가 높은 식품은 4℃ 이하로 관리토록 식품공전의 보관 및 유통기준에 정해져 있다. 그러나 산학계에서는 이 ‘10℃ 이하’라는 기준이 현행 기술 수준과 맞지 않은데다 저온균 성장의 위험이 있음을 감안해 더 낮은 온도로 점진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주최의 ‘냉장식품의 합리적 온도관리’ 세미나에서 식품안전 확보를 위해 현행 냉장식품에 대한 법적 보관·유통 온도 기준인 ‘10℃ 이하’ 설정보다 더 낮은 온도로 재고,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12일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주최의 ‘냉장식품의 합리적 온도관리’ 세미나에서 식품안전 확보를 위해 현행 냉장식품에 대한 법적 보관·유통 온도 기준인 ‘10℃ 이하’ 설정보다 더 낮은 온도로 재고,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지난 12일 ‘컨슈머소사이어티코리아 2019’에서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주최의 ‘냉장식품의 합리적 온도관리’ 세미나에서 군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경진 교수는 “어떻게 냉장 저장, 유통 보관 됐는지를 알 수 있는 TTH(Time Table History, 시간-온도 이력)에 따라 품질, 신선도 등 식품 안전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보관 및 유통기한은 업체별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업체 유통 보관 관리방법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하며 온도 및 유지 시간 등 제조·유통환경에 따라 유통기한을 차등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박경진 교수(사진=식품음료신문)
△박경진 교수(사진=식품음료신문)

박 교수는 식품 폐기를 줄이고 식품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TTH를 주목, 제품마다의 TTH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품의 TTH에 따라 노출 온도가 높을수록, 노출 빈도가 많을수록, 제조 직후 초기에 노출될수록, 노출 시간이 길수록 미생물 성장률이 올라가 유통기한이 짧아진다. 즉 낮은 온도로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유통기한이 길어지는 것.

박 교수는 최근 성행하는 온라인 식품 배송의 택배 냉장 방법에서 저온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업체마다 다른 택배 냉장 방법에 따라서도 TTH의 차이가 있으며, 조사 결과 대부분 업체 포장에서는 10일까지는 저온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신선식품 배송기업들도 TTH에 따라 식품의 품질과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빠른 배송을 해서 냉장 보관하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콜드체인 시스템은 공장 단위가 아닌 개별 식품, 단위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제품의 정확한 TTH를 알 수 있도록 한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바,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품 초기 오염 수준 및 개봉시점, 보장 방법 등에 의해 TTH가 변화하므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외국과 기준 달라 수출 애로…HMR관련 R&D 저해도
잠재적 위해식품, 기준보다 낮게 관리…4~8℃ 세계 추세
업계, 설비 변경 비용 부담…중점 품목 중심 기준 하향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하상도 교수는 ‘글로벌 냉장식품 온도관리 제도 동향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하상도 교수(사진=식품음료신문)
△하상도 교수(사진=식품음료신문)

하 교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고도화로 국제적인 식품 관리를 위한 냉장온도가 낮아지고 있다. 국가별 차이가 있으나 잠재적 위해식품(PHF)를 중심으로 5℃ 이하 또는 4~8℃ 사이로 관리하는 것이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식품별 성분 조성과 특성(pH, Aw 등)에 따른 합리적, 과학적 근거를 고려한 현행 냉장온도 기준에 대한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 제외국의 냉장온도 관리 현황 및 설정 근거를 조사하고, 비용-편익을 고려한 현행 기준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등 국가에서는 독성 미생물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식품(PHF)’을 지정, 특정 제품에 대해 기준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보관, 관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 예로 코덱스 기준상 식용란의 경우 5℃ 이하, 즉석섭취식품은 6℃에서 보관한다. 미국은 식용란 7℃ 이하, 즉석섭취식품은 5℃ 이하로 관리하며, 유럽연합은 식용란 4℃, 신선채소 1~3℃ 사이, 가공식품 5℃ 이하, 외식시설의 냉장식품은 5℃ 이하로 유통·관리해야 한다.

미국 FDA에서는 살모넬라가 10℃ 이상에서 증식하며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 증식이 저해된다는 연구를 기반으로 USDA의 운송 중 온도 기준을 참고해 식용란의 최대온도 규정을 7℃로 지정했으며, 유럽연합은 식용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균이 8℃ 이하에서는 성장이 불가하며 4℃에서 식용란 속 알부민 성분의 세균 살균효과가 관찰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냉장온도 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하 교수는 “글로벌 수출환경에 대응한 국제 조화에 맞도록 우리나라 법적 식품 냉장 보관온도에 대한 재검토하고, 일괄 하향 조정이 검토돼야 한다”라며 “국내 식품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글로벌 식품 환경에 맞춰 보관온도의 하향 관리는 필요하다. 저온 보관식품, 온도관리 식품 등을 우선으로 지정해 단계별 위해 가능성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 및 식품 유형별 적용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은 ‘10℃ 이하’로 규정돼 있는 현행 냉장온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목소리를 모았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은 ‘10℃ 이하’로 규정돼 있는 현행 냉장온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목소리를 모았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세미나에 참석한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식품 유발 질병 식생활의 변화, 기후환경의 변화, 가정 유통환경의 기술적 발전 등에 있어 과감히 냉장온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냉장온도 관리는 단순히 유통, 소비 단계의 문제가 아니라 기초적인 농산물 생산과정과 공장에서의 생산공정 등에서의 적절한 온도관리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연계적·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큰 문제이기에 다부처의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냉장온도관리를 통한 사전 위해 예방 차원에서 냉장 인프라의 기술적 발전과 그의 확보로 더 심화된 온도관리 단계로 도약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식품산업협회 송성완 본부장은 “온난화 등 지구환경 변화나 우리나라 콜드체인 시스템의 발전, 높아진 에너지 효율 등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현행 냉장온도 기준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제외국에서의 냉장온도관리 규정에 따라 수출에 애로 사항을 많이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성장하고 있는 HMR 시장에서 10℃ 이하 관리체계는 관련 R&D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새로운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발 맞춰 온도 기준도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 유기학 부장은 “업체에서 냉장온도 저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설비 변경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보관집기는 오픈형에서 밀폐형으로 변경해야 하는 등 이에 비용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식품 안전을 위해 투자가 진행돼야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 비용-편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냉장온도 하향보다는 더 조심해야 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기준 하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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