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버섯 리스테리아 식중독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2)
팽이버섯 리스테리아 식중독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3.3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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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등에 분포하는 치사율 높은 전염병…가열 섭취해야 안전

올 2020년 3월 9일 미국에서 한국산(Sun Hong Foods, Inc.) 팽이버섯(200 g 플라스틱 소포장백)이 긴급 리콜됐다. 美 질병예방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리스테리아균으로 인해 3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또한, 22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이 중 12명이 한국산 팽이버섯 등 다양한 버섯류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우리 정부도 미국으로 팽이버섯을 수출하는 4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2개 업체의 팽이버섯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됨에 따라, 3월 18일부터 생산ㆍ유통 과정에서 위생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리스테리아(Listeria monocytogenes) 식중독균은 1980년대 후반 북미, 유럽에서 연속적, 집단적으로 발생해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1981년 3∼9월 캐나다에서 오염된 양배추를 통해 44건의 유산, 사산, 감염된 유아 분만이 발생했었다. 1983년에는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우유를 통한 49명의 환자 발생, 198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연치즈(soft cheese)를 통한 142명의 환자 발생, 2008년 캐나다에서 샌드위치 섭취 후 12명 사망, 2012년 캐나다 식품검사국이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샐러드제품을 전면 리콜한 사건 등 많은 사고가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뉴질랜드산 수입 홍합에서 최초로 검출된 이후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 우유, 냉동만두, 피자 등 냉동식품과 미국산 아이스크림 등에서 검출돼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 L. monocytogenes감염에 의한 식중독 발생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한 수막뇌염 및 패혈증 환자에서 이 균이 자주 분리되고 있어 향후 집단식중독 발생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에게 리스테리아증이 발견된 사례는 1923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리스테리아증은 1980년대 이전까지는 반추동물에서 뇌막염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감염동물과 접촉하는 사람에게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리스테리아에 오염된 식품의 섭취와 감염된 동물로부터도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밝혀졌다. 주된 증상으로 발열, 두통, 구토 등 전구증상이 흔히 일어나며, 살모넬라증이나 장염비브리오 감염증과는 달리 복통, 설사 등의 위장염 증상은 없다. 리스테리아균 감염은 상당 기간이 지난 후 증세가 나타나며 고열과 심한 두통, 목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인다. 특히, 노약자나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 임산부 등에게 위험한데, 일단 감염증을 일으키면 환자의 30%가 사망하는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이 균은 자연계에 널리 상재되어 있고 0∼45℃의 광범위한 온도범위에서 증식하는데, 특히 냉장온도에서도 오랫동안 생존, 증식할 수 있으며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원인식품으로는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 가금육, 식육 등 육류 제품, 생선과 어패류, 만두, 냉동식품, 채소류 등이 알려져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팽이버섯(Flammulina velutipes)은 담자균류 송이과의 버섯인데, 늦가을에서 이른 봄 팽나무 등 활엽수의 죽은 줄기나 그루터기에서 많이 자라 팽나무버섯이라고도 불린다.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에 주로 분포하며, 겨울에 쌓인 눈 속에서도 자라는 저온성 버섯이다. 버섯 갓은 지름 2~8 cm이며, 갓 표면은 점성이 크고 노란 갈색이며 가장자리로 갈수록 색이 연하며, 살은 흰색 또는 노란색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식문화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팽이버섯을 가열ㆍ조리해 익혀 먹어 현재까지 팽이버섯 섭취로 인한 리스테리아균 식중독 사고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리스테리아균은 자연 어디에나 존재해 많은 생식품을 오염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팽이버섯을 대게 익혀 먹지만, 미국에서는 주로 신선편의식품 즉, 생으로 섭취하는 샐러드로 먹기 때문에 리스테리아 식중독이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올 3월 23일 대규모 생산업체 출하물량부터 팽이버섯 포장에 ‘가열조리용’을 표시하도록 제도화해 나간다고 한다. 사실 세균오염 문제는 대부분 원료 유래다. 우선적으로 버섯 재배농장에서 리스테리아 균이 발생 또는 오염되지 않도록 소독과 위생적 생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후 슈퍼마켓, 편의점 등 식품 유통업소에서는 냉동·냉장식품 저장 시 철저한 온도관리, 식육, 생선 등을 다른 제품과 분리 보관하는 등 2차 오염에 주의해야 한다. 소비자도 철저한 냉장온도 관리와 청결 유지 등 위생적 음식 관리 습관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육회 등 날 고기, 살균하지 않은 우유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팽이버섯 등 버섯류도 꼭 가열ㆍ조리해 섭취해야 식중독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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