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오일 열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3)
크릴오일 열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6.2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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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식품 기능성 성분 침소봉대…항산화제 초과도 문제

지난 4월 말 식약처는 홈쇼핑, 온라인 등에서 판매중인 크릴오일 부당 광고 829건을 적발했다. 소비자 기만(55.5%), 건강기능식품 오인·혼동(27.5%), 부당 비교(10.4%), 거짓·과장(4.9%), 질병 예방·치료 효능 표방(1.7%) 등의 사유로 적발됐다고 한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크릴오일 제품은 전부 어유나 기타가공품에 해당하는 ‘일반식품’인데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인양 효능을 과장했다고 한다. 게다가 6월 9일에는 식약처가 시중 유통되는 크릴오일 제품 41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12개 제품이 부적합인데, 이중 5개 제품은 항산화제인 에톡시퀸 기준치(0.2㎎/㎏)를 초과했고 최대 2.5㎎/㎏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그리고 7개 제품은 추출용매 중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인 초산에틸, 이소프로필알콜, 메틸알콜이 들어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성분(헥산, 아세톤)의 기준치를 초과했는데, 이들은 전량 회수·폐기되고, 관련 업체는 행정처분 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크릴 오일이 혈관 내 기름 성분을 없애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난리가 났었는데, 일부 제품은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위·과대광고에 항산화제, 추출용매 등 기준규격 위반으로 철퇴를 맞았다. 크릴오일은 일반식품이라 건강에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반된 항산화제 에톡시퀸은 사람이 섭취하면 DNA를 손상시키고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성분이나 방부 및 항산화 보존효과가 탁월해 주로 생선류의 부패와 지질의 산화방지에 쓰인다.

‘크릴(krill)’은 흔히 ‘크릴 새우’라고 불리는 갑각류이지만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의 해양생물로 십각목(Decapoda)의 새우와는 다르다. 이는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남극해 지역의 고래, 바다표범 등 여러 생물의 먹이로 유명하다. 크릴은 엄청난 수산자원이지만 불소가 많아 사람이 먹을 수가 없어 사료나 낚시 미끼로 쓰거나 기름을 짜서 쓴다. 이 크릴 오일의 주성분은 크게 인지질, 오메가-3지방산, 아스타잔틴 3가지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질 개선이나 혈행 개선에, ‘인지질(레시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아스타잔틴’은 눈의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받았다. 이들 모두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됐는데, 이를 합쳐 논 크릴 오일은 오히려 함량 미달로 일반식품이다.

시중에 떠도는 크릴 오일의 주 효능은 “첫째, 인지질은 물에도 기름에도 잘 섞여서 체내 지방이 분해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 둘째, 인지질 함량이 높아 두뇌 건강, 치매 예방에 좋다. 셋째,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잔틴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 산화방지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기름과 달리 추출 시 화학용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고, 살 빼는데도 특효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크릴 오일엔 이들 건강기능 성분이 함유돼 있다”로 끝났어야지 “이걸 먹으면 이런 효과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시작된 것이다. 체내 기능과 효능을 낼 정도라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양(量)에 대한 언급도 없이 말이다. 예를 들면 “항암효과가 있으니 쌀을 먹어라.”는 주장과 같다. 사실 쌀 속엔 항암성분이 있긴 하나 실제 항암효과를 내려면 쌀 수 톤을 매일 먹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크릴 오일도 마찬가지다. 특정 성분을 추출해 캡슐에 담아 건강가능식품으로 효과를 낼 양을 담아야 한다. 국내 크릴오일 제품은 대부분 1정당 크릴오일이 1g(1000mg) 함유돼 있는데, 인지질이 절반 이상이며 오메가-3 지방산류가 120mg,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잔틴이 300μg 정도라 한다.

즉, 크릴 오일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함유하긴 하나 이 양은 건강기능식품이 요구하는 효능을 주는 양에 못 미친다. 즉, 건강기능식품이 되려면 아스타잔틴을 하루 6 mg 이상 먹어야 하고 오메가-3 지방산도 하루 500 mg 이상 먹어야 하나 크릴 오일 캡슐 한 개를 먹으면 아스타잔틴은 20분의 1, 오메가-3 지방산은 3분의 1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3개, 20개 씩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소비자에게 그렇게 알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메스꺼움, 식욕감퇴, 설사 등 기름 과용이 주는 부작용으로 이렇게 많이 먹을 수도 없다.

우리 몸에서 지방(lipid = fat & oil)의 주 역할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것과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다. 사실 인지질은 특별하거나 귀한 물질이 아니다. 인지질은 우리 몸에서 얼마든지 합성이 가능하며, 계란이나 콩에도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구성돼 있고, 세포는 인지질이 주성분인 된 세포막으로 둘러 싸여 있어 어떤 식품이든 인지질을 갖고 있다. 특히 계란 노른자는 크릴 보다 몇 배나 많은 인지질을 갖고 있다.

또한 불포화지방인 오메가3지방의 가장 큰 단점은 산패되기 쉽다는 것이다. 산패된 오메가3는 내부성분의 변질, 활성산소 유발 등 발암 위험이 있다. 크릴오일 제품에 함유된 아스타잔틴은 그 항산화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함량이 미미하다보니 크릴 오일이 빨리 산패된다. 그래서 항산화제를 별도로 첨가하게 되고 이번 항산화제 기준치 초과 검출 사건도 발생한 것이다.

인지질이나 불포화지방산을 먹으면 살이 빠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방은 기본적으로 열량이 높기 때문에 살 뺸다고 크릴 오일은 먹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 그리고 크릴 오일 구매자는 꼭 제조사에서 제안하는 양만 먹어야 하며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은 산패가 쉽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하며 먹는 것 보다는 소량씩 자주 사서 먹는 편이 더 낫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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