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표시제’ 연말 도입한다…35년産 유통기한 역사 속으로
‘소비기한 표시제’ 연말 도입한다…35년産 유통기한 역사 속으로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6.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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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의약 안전 열린포럼’서 최종동 과장 밝혀…참석자 관심 집중
세계적 추세와 조화…수출 식품 신뢰도 제고-폐기량 저감 효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불구 면밀한 준비 없으면 클레임 증가 지적
대국민 홍보 필수…안전계수 높이고 냉장온도 5℃ 이하 관리를

“이런 경험이 많을텐데, 냉장고에서 유통기한 5일이 지난 우유 발견 시 어떻게 할 것인가? 조사 결과 소비자 95%가 폐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대부분이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중심 선택권 보장을 위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이 본격 추진된다.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고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식품 폐기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법령상 식품 유통기한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일’이고, 식품 소비기한은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일’이다.

24일 개최된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에서 최종동 식품표시인증과 식품표시광고정책TF 과장은 소비자 혼란 방지 및 선택권 보장, 국제 조화와 안전을 기본으로 한 소비자 및 산업체 편익 증가를 중점 전략으로 판매자 중심 유통기한 표시제도에서 소비자 중심 소비기한 표시제도 도입을 올 연말 중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 소비기한이 없다. 유통기한은 우리나라랑 미국만 도입하고 있지만 미국도 작년부터 소비기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국내 유통기한 제도 도입은 35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유통환경이 미흡해 안전계수를 충분히 높게 적용하지 못했지만 실제 이 기간에는 식품산업의 발전, 포장재질의 변화, 유통환경 조성 등으로 인해 과거의 유통기한과 현재 유통기한을 비교하면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포럼에는 박현진 고려대 교수,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최종동 식약처 식품표시인증과 식품표시광고정책TF 과장이 주제 발표를 실시하고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 박미성 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포럼에는 박현진 고려대 교수,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최종동 식약처 식품표시인증과 식품표시광고정책TF 과장이 주제 발표를 실시하고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 박미성 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현재 EU,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은 소비기한을 도입하고 있고, 미국은 식품 특성에 따라 소비기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미국 FDA는 아직 소비가 가능한 식품이지만 다양한 표현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 소비자의 음식물 섭취 기한에 대한 혼란과 식품 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식품기한 표기 방식 표준화를 국제 사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코덱스 역시 2018년부터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자 오인 우려가 있어 식품 표시규정에서 삭제했다.

최 과장은 “정부의 강력한 유통기한 단속에 따라 소비자 대부분은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고, 국제사회와 표기 불일치로 인해 수출경쟁력 저하 우려도 있다”며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최 과장에 따르면 유통기한 설정방법은 표시된 저장조건(냉장·실온 등)에서 설정실험(미생물 시험, 관능검사 등) 등을 통해 산출된 부패시점 내에서 안전계수 등을 고려해 설정하고, 소비기한은 보관조건 준수 시 일반세균수, 대장군균, 곰팡이 등 미생물 부패변화 검사를 실시해 유통기한 경과 후 섭취가능 일수를 산정하는 것이다. 즉 소비기한 적용 시 유통기한이 경과된 크림빵은 2일, 생면 9일, 액상커피 30일, 치즈 70일 까지 섭취가 가능하다.

또한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실시한 소비기한 등 일자표시제도 개선 정책 연구 결과 소비기한 도입 시 식품폐기 비용이 소비자는 3000억 원, 업체 176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과장은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식품선택권 보장 △국제조화로 국내 수출제품의 신뢰도 향상 △안전을 기반으로 식품 폐기량 감소 등을 전망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이에 대해 송성완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소비자 중심 선택권 보장을 위한 소비기한 제도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사전에 면밀한 준비가 검토 없이 시행된다면 식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클레임만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소비기한 전환 시 보관방법 준수 등에 대한 대국민적 홍보가 선행돼야 하고, 식품기업 역시 안전계수를 유통기한보다 높게 적용할 수 있는 사전 제도적 조치가 필요한데, 예를 들어 현행 냉장온도 0~10℃ 관리에서 5℃ 이하로 관리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경제가치 손실은 25조 원 이상이며, 유통기한 경과로 폐기되는 가공식품의 폐기 비용은 연간 1조3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통기한은 제품에 적힌 날짜에 보통 0.5(안전계수)를 곱한 날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반면 소비기한은 0.9(안전계수)를 곱한다. 그만큼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소비기한 도입은 환경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고 주장했다.

단, 박 회장은 익숙한 용어의 변경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만큼 제도 시행에 앞서 소비기한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소비자들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종동 과장은 “제도 도입 이전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 및 소비 인식개선 및 올바른 식습관 지원을 위한 교육·홍보 교육을 실시하고, 기업들의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한 냉장·냉동 체계도 보다 강화할 계획이며, 안정적 제도 도입을 위해 오는 9월 토론회, 간담회 등을 실시해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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