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冷凍)식품 열풍과 안전성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5)
냉동(冷凍)식품 열풍과 안전성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9.2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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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안주 등 냉동 HMR 급성장…해동 후엔 빨리 먹어야

미국농무부(USDA)는 상하기 쉬운 음식은 적어도 4℃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음식을 실온에 둘 수 있는 시간은 2시간까지라 하고 그 이후에는 4℃ 이하의 냉장보관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냉장고의 냉장 칸에 있는 육류의 보관기간은 3~5일 정도에 불과하다. 냉장 보다 더 오래두고 먹고 싶다면 당연히 냉동(冷凍)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냉동실에 들어가면 보관기간이 몇 달 이상으로 길어지는데, 과연 언제까지 보관이 가능할 수 있을지가 늘 궁금하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美 농무부의 ‘Cold Food Storage Chart’에 의하면 품질과 안전성이 유지되는 냉동보관 가능 기한을 “베이컨은 1개월, 핫도그·소시지·런천미트는 1~2개월, 치킨너겟은 1~3개월, 연어·참치 등 기름기 많은 생선은 2~3개월, 간 고기(ground meat)는 3~4개월, 조리된 육류는 2~6개월, 대구·넙치 등 기름기 적은 생선은 6~8개월, 치킨조각은 9개월, 쇠고기 스테이크는 4~12개월, 통닭은 1년까지”라고 한다.

이론상으로 영하 18℃ 이하에 음식을 저장하면 어떤 형태의 음식이든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막아 거의 무기한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보관 기간이 늘어날수록 지방의 산패도 일어나고 산화에 의한 갈변, 건조 등 식품의 질(質)이 떨어지기 때문에 냉동이라도 장기보관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냉동실에 언제 넣어뒀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을 외관이나 냄새, 맛만으로 품질의 정도나 상했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냉동실 보관 전에는 해당 식품의 구입일자, 냉동보관 일자를 적어두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냉동식품의 인기가 없었다. 유통기한이 길다보니 소비자들은 품질을 의심했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리고 해동하고 나면 맛과 조직감도 떨어졌다. 그러나 요즘 마트에 장 보러 가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다보면 신선도에 대한 열망으로 ‘냉장(冷藏)·냉동(冷凍)식품’ 코너가 점점 넓어지고 있고, 가정에도 김치냉장고 포함 냉장·냉동고 두, 세대는 기본이 됐다.

미국 시장분석업체인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냉동(冷凍)식품’의 증가세가 무섭다고 한다. 과거 냉동식품을 꺼리던 소비자들이 생각을 바꾸고 있고, 냉동 간편식을 찾는 1인 가구의 증가세 덕분에 냉동식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70%가 냉동식품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냉동밥, 냉동만두, 냉동피자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인데, 최근 냉동 과채류와 냉동 안주,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인류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확보한 식량을 비축하고 보존해 온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은 단연 ‘저온(低溫)저장’이다. 이는 미생물의 번식과 효소작용을 지연 또는 정지시켜 식품의 부패와 변질을 막는 원리로 오래전부터 식품을 차게 보관하면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상들은 알고 있었다. ‘냉장·냉동고’로 대표되는 저온저장은 초기에는 육류, 해산물, 우유, 농산물, 와인, 맥주 등 저장성이 약한 식품 위주로 활용되다가 점점 과일, 채소, 도시락 등 신선편의식품으로, 요즘은 케이크나 빵에까지 확대돼 그 수요가 하늘을 찌른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천년 무렵부터 얼음을 지하실에 보관하며 음식을 저장했었고, 우리도 신라시대의 석빙고, 조선시대의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산업혁명에 발맞춰 1830년 영국의 제이컵 퍼킨스가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 특허를 출원해 천연얼음의 시대를 끝냈다. 인공적인 저온을 이용한 냉동은 1838년 미국의 글로스터에서 잡은 생선을 냉동, 보존한 것이 최초이며, 가정용 냉장고는 1925년 미국에서 발명됐다. 최근엔 유통과정 중 콜드체인이 보급돼 전자상거래, 배달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식품의 안전성 확보와 농수축산물 수요 확대 등 식품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냉장고도 냉동고도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잠시나마 지연시켜 줄 뿐이지 영원하지는 못하다. 한편, 냉동식품은 해동되고 나면 냉동 시 손상됐던 조직에서 수분이 흘러나와 미생물의 번식이 용이해 오히려 더 빨리 상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해동된 냉동식품은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하고, 재 냉동을 법적으로 금하는 이유가 다 있다. 이렇듯 냉장·냉동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음식의 저장법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신해서도 안 된다. 해동, 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되며, 냉동식품도 장기간이 아닌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보관하며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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