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공식품에 대한 편견과 오해
[기고] 가공식품에 대한 편견과 오해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1.04.2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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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정의 통해 막연한 불안 해소 필요
농축산물 저장성 등 향상…영양 파괴는 일부
장류·통조림 등 이익·편익 막대…식생활 풍요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지구에 현생인류, 즉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는 지금부터 약 250만 년 전이고 아프리카에서 발원되었다고 한다. 생명체의 시조는 약 35억 년 전 출현한 단세포인 미생물이 진화하여 다양한 생명체로 분화되었고 인간도 큰 그림 속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에너지를 토양, 해양, 공기, 햇빛 등에서 얻고 있다. 원시시대 인간은 천연물을 그대로 이용하였으나 지혜의 발달로 천연물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여 먹기 쉽고 맛이 있으며 오래 갈무리하는 방법을 계속 개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불의 이용은 인간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온 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과 먹고 있는 식품은 어느 형태로든 가공하지 않은 것을 찾기가 어렵다. 생과일이나 신선채소를 제외하고 주식인 밥과 반찬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형태로든 가공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럼 ‘가공식품’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식품에 관한 기본 법인 식품위생법에는 “식품이란 모든 음식물(의약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을 말한다”로 정의하였고 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서는 식품이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사람이 직접 먹거나 마실 수 있는 농수산물 나. 농수축산물을 원료로 하는 모든 음식물

식품 자체의 뜻은 전달되나 과연 식품가공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식품 관련 어느 법에도 명확히 설명한 것은 없다. 식품가공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으니 가공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부 언론매체나 소비자단체에서는 가공된 식품, 특히 인스턴트식품 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즉 가공식품은 될 수 있는 한 먹어서는 아니 되는 대상이라는 개념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결과물인 가공식품에 대한 정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의를 통하여 그 진정한 의미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가공식품의 뜻을 정확히 공유하면 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식품과학회에서 편찬한 식품과학기술 대사전에는 식품가공은 ”식품재료의 본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 형상이나 물리적, 화학적, 관능적, 영양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처리 공정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활용 가능한 처리 공정을 거쳐 만든 제품을 가공식품이라 말할 수 있다.

새 국어사전에서는 가공식품은 식품의 원료인 농·축·수산물 등의 특성을 살리면서 보다 맛있고 먹기 편하고 저장하기 좋게 만든 식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농축수산물 원료를 이용하여 여러 처리 공정을 거쳐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시킨 제품으로 그 처리 공정이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을 가공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공을 통하여 맛의 개선, 영양가 증진, 저장성 향상, 품목 다양화, 안전성 확보, 편의성 제고 등 다양한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공에서 극히 일부, 가열처리 등을 통한 영양파괴, 위해물 질의 생성, 자연성 훼손이 일어날 수 있으나 빈도는 낮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모든 식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공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은 없다. 주부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도 대표적인 가공 처리 과정이고, 각종 가공 제품을 만드는 식품가공공장은 농축수산물 원료만을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도입해 안전한 가공 제품을 만들고 있다.

채소류를 가공한 김치, 콩을 가공 처리 한 장류는 대표적인 가공식품이고, 이들은 원료가 갖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밥은 어떤가. 왕겨가 붙은 벼는 도정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고 현미는 식감이 좋지 않아 연식성이 없다. 적당히 도정한 쌀이 밥으로 가공된다. 생선은 어떤가. 물론 생것인 회로도 먹지만 거의 대부분은 가열 조리하여 먹거나 건조, 훈연, 통조림 형태로 만들어 우리 식탁에 오른다.

가공 기술이 도입됨으로써 우리는 실로 다양한 가공식품의 진수를 즐길 수 있으며 우리 식생활이 풍요롭게 되었다. 일부에서 말하는 가공식품의 폐해는 그렇게 쉽게 단정 짓기 어렵다. 일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식품을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편익이 손해 보다 수십 배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가공식품을 멀리하고는 식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앞으로 계속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이 생산되어 우리 식생활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영양 공급, 먹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 식품가공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하여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잠재워야 할 책임은 이 분야 학자와 관계 기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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