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세(肥滿稅, Fat tax)-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2)
비만세(肥滿稅, Fat tax)-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1.10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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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줄이려는 취지 불구 실패 사례도 많아
영양 불균형 식품 탓 이전에 식습관 조절을

요즘 온 세상이 건강을 망친 주범으로 음식을 지목하며 음식에 세금을 매기느라 난리다. 설탕세(Sugar tax), 탄산음료세(Soda tax), 햄버거세(Hamberger tax), 비만세(Fat tax) 등 다양한 음식 관련 세금이 있는데, 원조인 비만세(Fat tax)는 비만 유발 제품에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1922년 덴마크에서 시작됐으며,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술 등 비만을 유발하고 건강을 해치는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들이 최근 유럽과 미국을 비롯 전 세계로 도입,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비만세(Fat tax)’는 인류의 비만율과 질병률을 낮추고자 하는 좋은 취지로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 등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론적으로 피구세(Pigouvian tax, 소비 및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세금)의 일종이며, 죄악세(Sin tax)의 한 종류다. 이에 찬성하는 쪽은 비만세 도입으로 국민 건강이 증진돼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논리이나 반면 반대 측에서는 실효성 없이 제품 가격만 상승시키는 것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세를 도입하려는 국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세금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관련 상품을 소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되는 간접세의 특징을 지녀 계층 간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이 저렴한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계층은 저소득층이 많고, 이들의 엥겔계수(소득 중 식료품 지출 비중)도 높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비만세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덴마크인데, 1922년부터 초콜릿과 사탕에 소비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덴마크 정부는 이를 통해 세수 증가, 지방 섭취량 감소, 비만인구 비율 하락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으나,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각종 행정비용이 소요됐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등 역효과가 커지자 2012년 11월 10일 폐지한 바 있다.

헝가리는 2011년 9월부터 청량음료, 에너지 음료뿐 아니라 소금, 설탕, 지방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햄버거법(hamberger tax)을 도입했다. 이후 프랑스, 멕시코, 미국, 영국(2017) 등에서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고 멕시코는 100g 당 275 kcal가 넘는 고칼로리 음식에도 8%의 세금을 매긴다. 핀란드도 1999년 폐지했던 사탕과 초콜릿 등에 매기던 세금을 2011년 부활시켜 kg당 0.75유로(1,07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과음 방지를 위해 알코올 단위당 최저 술값을 0.45파운드(740원)로 책정했으며, 프랑스도 이 세금을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일본도 2009년부터 기업, 공무원 등 직장인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부비만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비만금지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정부에 이어 각 지자체장들도 인기를 얻기 위해 비만세를 들고 나오고 있다. 2014년에는 美 캘리포니아주에서 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탄산음료 1온스당 1.5센트의 ‘소다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며, 남인도 케랄라주에서도 2016년 7월 패스트푸드에 약 14.5%의 비만세를 도입했다.

세금이라는 강제성보다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경고표시를 하고, 광고를 규제함으로써 소비자의 건강한 선택을 돕는 합리적인 법안을 시행하는 나라도 있다. 칠레 정부는 식품 포장지에 설탕·소금·칼로리·포화지방 여부를 담은 정보와 함께 ‘금지(STOP)’ 문구를 더한 위해성분 전면경고 표시제를 시행 중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건강식품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소극적 규제다. 실제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 세계 1위 국가인 칠레는 도입 6개월 만에 가당음료 섭취량이 60% 감소하는 등 정책의 효과를 봤다고 한다. 영국도 대중교통에 나트륨, 지방,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식 광고를 금지하는 대체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5월 6일 무소속 문대성 의원이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국회에 제출한 것이 최초다. 이후 2021년 2월 강병원 의원 등이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제조·수입·판매하는 회사에 부담금을 매기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 즉 비만세를 제안했다. 비만세를 도입하면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당뇨·비만·고혈압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진단한 것도 도입 이유로 부각된다. 반면 우리 정부는 비만세가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 도입되면 저소득층의 식품 구매력 약화와 물가 인상 등 부정적 효과를 예상해 아직 비만세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실 비만세는 인류의 궁극적인 비만이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탕세가 부과되면 반드시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이 인상된다. 또 그 정도 가격 인상으로는 소비자의 구매를 막을 정도가 안 된다고 본다. 결국은 섭취량도 줄지 않으면서 소비자가 비싸게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걸로 예상한다. 지나친 당(糖) 섭취와 이로 인한 건강문제를 경계해야겠지만 음식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결국 영양섭취 불균형은 소비자의 인식, 교육, 캠페인 등으로 개인의 식습관을 조절할 수 있게 해야만 성공할 수가 있고, 궁극적으로 비만 감소나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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