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일부 버섯에 항암 작용이 있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 알려져 한방약이나 민간약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항암 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의 정체가 다당 성분인 베타-(1-3)글루칸인 것으로 밝혀져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다. 이 베타-(1-3)글루칸 성분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는 것이 꽃송이버섯이다.
학명이 스파라시스 크리스파(Sparassis crispa)인 꽃송이버섯은 한국 일본 중국 북아메리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분포하는 버섯으로 8∼9월에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 뿌리 근처 땅이나 그루터기에서 주로 자란다. 모양은 꽃양배추를 닮았고 색깔은 흰색이나 담황색을 띤다. 씹는 맛이 좋고 송이버섯과 같은 은은한 향이 난다.
그동안 연구 결과 베타-(1-3)글루칸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여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타-(1-3)글루칸은 베타-글루칸의 일종이다. 베타-글루칸은 하나의 화합물을 가리키는 명칭이 아니라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마찬가지로 여러 물질의 총칭이다.
원래 글루칸은 포도당이 여러 개 연결된 물질들로 크게 나눠 알파(α)와 베타(β) 두 종류가 잇다. 이들 중 쌀이나 감자에 들어 있는 녹말이나 녹말이 가수분해되어 생기는 물질인 텍스트린 등은 알파-글루칸이다.
한편 베타-글루칸은 당이 결합된 모양에 따라 베타-(1-3)글루칸, 베타-(1-4)글루칸, 베타-(1-6)글루칸 등으로 나눠진다.
이들 가운데서 베타-(1-4)글루칸은 종이 성분인 셀룰로스다. 그리고 베타-(1-6)글루칸은 자연계의 곰팡이나 버섯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인데 항암 작용은 없다. 베타-글루칸 중에서 베타-(1-3)글루칸만이 면역력을 강화하여 암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식품분석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버섯들 가운데서 항암 성분인 베타-(1-3)글루칸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은 꽃송이버섯이었다. 항암 버섯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아가리쿠스는 베타-글루칸의 대부분이 베타-(1-6)글루칸이었다.
그러면 꽃송이 버섯엔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한 항암 작용이 있는가.
꽃송이버섯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길을 처음 연 것은 일본 도쿄약과대학이다. 이 대학의 야도마 도시히로 교수(현명예교수) 등 연구진은 실험용 쥐(마우스)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실험했다.
먼저 마우스 130마리에게 암 세포를 주입한 다음 10마리씩 13무리로 나눴다. 그 가운데서 12무리에겐 각각 추출법과 양이 다른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을 암 세포를 주입한 지 7일 후, 9일 후, 11일 후에 3회 복강 안에 주사했다. 나머지 1무리에겐 베타-(1-3)글루칸을 주사하지 않았다.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의 추출법은 열 추출법, 냉 알칼리 추출법(수산화나트륨에 담가 추출하는 방법), 열 알칼리 추출법(수산환 나트륨으로 삶아서 우려내는 방법)의 세 방법을 썼다.
연구자들은 시험 시작일로부터 35일이 지난 다음 마우스들에게서 암 세포를 떼어 내어 그 크기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베타-(1-3)글루칸을 주사하지 않은 마우스들은 평균 암 크기가 시험 전 몸무게(약 30ｇ)의 약 3분의 1인 10ｇ이나 된 데 비해 베타-(1-3)글루칸을 복강 안에 주사한 마우스들은 모두 암 세포 증식이 억제됐다. 특히 열 알칼리 추출법으로 추출한 베타-(1-3)글루칸을 주사한 마우스(10마리)들은 모두 암 세포가 100% 사라졌다.
이 실험으로 꽃송이버섯엔 매우 강력한 항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몸무게가 30ｇ인 마우스들에게 주사한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은 100<&27421>이었다. 몸무게 60㎏인 사람의 경우로 환산하면 200㎎의 적은 양으로 그와 같이 놀라운 효과를 얻은 것이다.
또한 야도마에 교수 등 도쿄약과대학 연구진은 꽃송이버섯 추출액을 사용하여 항암제 부작용의 하나인 백혈구 감소를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백혈구는 면역력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혈구로 그 수가 줄면 병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떨어진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암제는 백혈구를 급격하게 줄이고 발열이나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암 치료에선 이 백혈구 감소를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마우스들에게 항암제를 주사한 결과 그 다음날부터 백혈구 수가 줄기 시작하여 5∼6일째까지 줄었다가 7일째부터 9일째까지는 면역 작용으로 백혈구가 늘어났다. 그러나 그 후엔 다시 줄어들어 대조군보다 백혈구 수가 적었다.
이에 비해 항암제 주사와 함께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냉 알칼리 추출) 250㎍을 1회 복강 안에 투여한 경우는 5일째부터 백혈구 수가 늘어나기 시작, 8일째 이후엔 대조군보다 월등히 많아졌다.<그래프 참조>
또한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혈액에 꽃송이버섯에서 추출한 베타-(1-3)글루칸을 넣은 결과 생리 활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산출량이 늘어났다.
사이토카인은 세포에서 방출되는 당단백으로 백혈구 등의 면역 세포를 자극하여 암 세포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작용을 한다. 사이토카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의 효과는 사람이 입을 통해 섭취했을 때도 주사했을 때와 마찬가지겠느냐는 것이다.
종전에 베타-(1-3)글루칸은 주사하면 혈액을 통해서 각 장기로 운반돼 효과를 나타내지만 입으로 섭취한 경우는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베타-(1-3)글루칸은 분자량이 큰 데다 우리의 소장엔 베타-(1-3)글루칸의 소화, 흡수를 돕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도쿄약과대학 연구진은 베타-(1-3)글루칸을 마우스에게 경구 투여한 실험에서 경구 투여로도 백혈구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을 주사로 투여한 실험과 같은 방법으로 항암제 주사와 함께 마우스들에게 50㎍, 100㎍, 200㎍의 꽃송이버섯 베타-(1-3) 글루칸을 각각 경구 투여했다.
그 결과 경구 투여 5일째부터 백혈구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여 8일째에 가장 많이 늘어났다. 8일 이후엔 그 수가 줄어들었다. 경구 투여량 별로는 100㎍을 먹인 마우스들이 가장 효과가 컸다.
그러면 입을 통해 투여한 꽃송이버섯 베타-(1-3)글루칸은 어떻게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일까.
사람이나 동물의 장 속엔 림프 조직이 많이 존재한다. 이 림프 조직엔 백혈구나 대식세포(마크로파지) 등이 있어 이들이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온 몸으로 순환하면서 침입해 들어온 병원체나 암 세포를 발견하면 몸 밖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입으로 섭취한 베타-(1-3)글루칸은 앞서 말한 것처럼 소장의 흡수 조직보다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장을 그대로 통과하는데 그 과정에서 장내 림프 조직에 닿게 된다. 그렇게 되면 림프 조직의 세포가 자극을 받아 사이토카인을 발생시킨다. 그 결과로 백혈구 등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버섯들에 들어 있는 항암 활성 물질이 다당류인 베타-(1-3)글루칸인 것으로 밝혀진 이후 베타-(1-3)글루칸이 들어 있는 버섯들이 기능성 식품이나 신약 개발 소재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상황버섯(Phellinus linteus)의 균사체를 배양하여 얻은 메시마(Mesima), 담자균인 구름버섯(Coriolus versicolor) 균주 배양 균사체에서 얻은 크레스틴(Krestin), 표고버섯(Lentinus edodes)의 자실체에서 분리·정제한 렌티난(Lentinan), 치마버섯(Schizophyllum commune)의 다당류인 시조필란(Sizofilan)은 이미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들이다. 이들 중에서 크레스틴은 최근 약효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아무튼 이들 함암제의 유효 성분은 베타-(1-3)글루칸이다. 이 베타-(1-3)글루칸이 버섯들 가운데서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이 꽃송이 버섯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