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당뇨·고혈압·암 예방효과 크다
보리, 당뇨·고혈압·암 예방효과 크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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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글루칸 밀·쌀보다 7~50배 많아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평가받기 시작한 식품이 보리다.

보리는 보통 식생활에서 부족되기 쉬운 여러가지 비타민류 무기성분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고대 그리스의 검투사들은 힘과 정력을 얻기 위해 보리를 많이 먹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호르데아리(hordeari)´라 불려졌는데 보리의 학명은 `호르데움불가레(Hordeum vulgare)´와 곤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보리엔 변비나 비만 성인병등을 예방하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어 오늘날에도 건강을 유지·증진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곡류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식이요법협회(American Dietetic Association)에선 성인의 경우 1일 20~35g의 식이섬유를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그 식이섬유가 가장 많이 들어있는 식품중에 하나가 보리다. 보리에는 식이섬유가 쌀의 7.2배 밀의 3.3배 함유돼 있어 인체에 여러가지로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사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용성 식이섬유가 쌀의 7.4배 밀의 3.7배 함유돼 있다. 식이섬유는 많이 섭취하면 관상동맥심장질환이나 결장 암 당뇨병 충수염(appendicitis) 게실질환(diverticular disease)의 발병위험을 줄여 준다는 것이 이미 역학연구에서 밝혀져있다.

혈당증가 막아 당뇨병 예방효과

미국 하버드대학이 J.살메론 박사(공중위생학)등은 심장병 암 당뇨병으로 진단되지 않은 40~65세의 미국인 여성 6만5173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에 걸친 대규모 집단추적조사를 실시한 바있다. 이른바 `코호트 연구´란 이 추적조사의 결과는 미국의사회지(JAMA)에 발표됐다.

이 연구보고에 따르면 6년 동안에 조사대상 여성들 중에서 915명이 당뇨병에 걸렸는데 발병자 중 설탕 섭취량이 많고 식이섬유 섭취량이 가장 적었던 집단은 설탕을 거의 섭취하지 않고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한 집단보다 인슐린 비의존형당뇨병(NIDDM) 발병률이 2.5배나 더 높았다.

식이섬유와 당뇨병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메카니즘을 상정하고 있다.

즉 곡물유래의 식이섬유가 적고 당분이 많은 식사를 계속 섭취하면 체내의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져 더욱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필요로 하는 인슐린의 양을 췌장이 충분히 분비할 수 있는 동안은 내당(耐糖)능력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지만 만약 췌장이 충분히 대응할 수 없게 되면 내당능력이 떨어져 인슐린 비의존형당뇨병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하버드대학 팀의 조사연구는 설탕을 많이 섭취하면서 곡물유래의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는 것은 당뇨병발병이 원인이 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농업연구소 연구팀도 식이섬유의 장기간 섭취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엔 베타글루칸이 5.2%함유된 보리빵이 사용됐다.

연구에서 특기할만한 발견은 보리빵을 먹는 동안 조사대상인 여성환자들의 당화 헤모글로빈(glycated hemoglobin)치가 현저하게 줄어든 점. 당화헤모글로빈은 당뇨병환자의 1~2개월 전 평균혈당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검진이나 치료지도에 이용되고 있는데 정상적인 상태에선 6%이지만 당뇨병의 경우엔 20%로 올라간다.

보리빵을 먹고 있는 동안의 당화 헤모글로빈치 저하는 당뇨병환자들의 혈당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보리빵 섭취는 남성환자들에게서도 공복시의 평균 인슐린치를 유의하게 줄였다. 3개월 섭취 후에 24%, 6개월 후에 23%나 혈중 인슐린치가 줄었다. 그리고 혈당저하약을 복용하고 있던 남여 환자 33명중 5명은 복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콜레스테롤 고혈압 개선, 암예방 효과

한편 보리에 많이 들어있는 베타글루칸은 콜레스테롤치를 낮춰주고 심장병을 예방하여 지방의 축적을 방지하는데도 이바지한다. 베타글루칸은 보리의 세포벽을 이루는 물질로서 곡식중 보리에 가장 많아 쌀의 50배 밀의 7배 이상 함유돼 있다.

베타글루칸의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는 그간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베타글루칸은 장안에서 대장균에 의해 낙산(butyric acid)과 같은 저분자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앨버타농업연구소 연구팀은 보리를 섭취하면 혈중지질에 유효한 영향을 미치고 고혈압환자들의 혈압도 유의하게 개선되는 것을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3개월 및 6개월간의 시험에서 남여 모두 유용한 콜레스테롤인HDL콜레스테롤은 늘어나고 유해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남성고혈압환자들의 경우 확장기 혈압이 6개월 시험기간에 평균 9% 내려갔고 수축기혈압도 6개월 동안에 남성환자 5%여성환자 3%내려갔다.

이처럼 앨버타농업연구소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보리가 혈당치나 혈중지질 혈압을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증명됐다.

또한 미국 몬태나주립대학 연구팀도 랫드와 닭을 사용한 실험에서 보리가 총콜레스테롤치와 LDL콜레스테롤치를 낮춘다는것을 확인했다.

보리에 많이 포함돼 있는 베타글루칸은 또한 최근의 연구에서 항암작용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즉 베타글루칸엔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 디 루지오 등 연구진은 지난 85년에 동물실험에서 베타글루칸과 화학구조가 같은 글루칸에 암세포를 저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한바 있다.

또한 보리에 포함돼 있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장암의 발병위험을 줄여준다.

이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혐기성 세균의 번식을 줄여 독성생성을 줄이고 음식을 통해 섭취된 지방산 콜레스테롤 중금속 니트로 소아민과 같은 발암성 물질들을 흡착하여 배설시킴으로써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보리의 표면층에 있는 페룰라산(ferulic acid)도 항산화작용이 있는 페놀산으로서 항암작용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보리는 전세계적으로 약 6000년 동안 활력과 건강을 주는 식품으로 사랑받아왔다. 일본 국립영양연구소 연구진은 보리에 스태미너를 증진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즉 연구자들은 쌀만 먹인 쥐와 보리쌀을 섞어 먹인 쥐를 회전하는 벨트 위에서 달리도록 한 결과 쌀만 먹인 쥐는 54분 동안 680m를 달린 반면 보리를 함께 먹인 쥐는 66분 동안 825m를 달려 지구력이 우수함을 증명했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쥐들은 일반적으로 콩팥이 무거워지고 콩팥내의 비타민 소모도 많아지는데 보리를 혼합한 사료를 먹인 쥐들은 콩팥의 무게변화가 적었으며 비타민C도 적게 소모됐다.

다른곡물과 상성이 좋아 용도 다양

미국 몬태나주립대학 영양연구소에선 이상과 같은 보리의 효용들을 살려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및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식품을 보리를 사용하여 개발중이다.

이 연구소에선 이미 보리 플레이크와 크랜베리 등의 소재에다 칼슘을 강화한 식품을 시험제조했는데 `더 크런초(The Cruncho)´란 상품명의 이 식품은 특별히 청년기에 필요한 영양소의 양이 고려돼 있다.

또한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을 위해 보리로 미국인들이 잘 먹는 기름에 튀긴빵(fry bread)을 만들었다. 이 빵은 보리의 식이섬유가 지방결합성이 있어서 먹어도 지방흡수가 많지 않게 된다는 것.

몬태나주립대학영양연구소 연구팀은 앞으로 보리에서 가용성 식이섬유를 추출하여 칼슘을 강화한 음료에 사용할 계획이다.

보리는 특히 다른 곡류와 상성(相性)이 좋아서 혼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선 최근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여러 종류의 곡물을 혼합사용한(multi-grain)크래커나 빵의 원료로 보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겨층을 제거한 정맥(精麥)은 수프에 많이 사용된다. 보통의 정맥을 수프 속에서 수화(水和)되는데 30분 정도 걸리는데 요리하면 본래 크기의 2~3배로 커진다. 그러나 겨 층을 더 제거한 정맥은 수화시간이 줄어든다.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학에선 그간 약 7년 동안 껍질이 얇은 왁시종(waxy hull-less)보리의 용도에 대해 연구해 왔다. 왁시종보리는 껍질을 벗겨내기가 쉬운데다 노스다코타주립대학 식품영양학과의 크리스틴 패스트너트에 따르면 가용성식이섬유가 6~9% 포함돼 있어 2.5~5%포함돼 있는 딴 보리들 보다 두 배 이상 함량이 많다.

패스트너트와 그의 동료들은 각종의 베이크드 제품 말고도 시리얼이나 스택용으로 보리함유 제품을 개발했다. 예를 들면 보리가루나 보리플레이크 25%와 밀가루를 혼합하여 만든 빵은 팽창성이 우수했다. 그들은 또한 보리를 50% 사용하여 브랜머핀(bran muffin)을 만들었다. 이는 기름 사용량을 줄여도 머핀의 팽창성이 향상됐다고 패스트너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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