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을 전어’와 비브리오 식중독
[기고]‘가을 전어’와 비브리오 식중독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5.09.1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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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식약청 김진수 청장

태풍 ‘나비’가 쓸고 지나간 하늘은 드높게 푸르고 공기는 맑고 신선해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무더운 장마와 밤잠을 설친 열대야 등 올해는 유난히도 길고 더운 여름이었는데 9월이 오고 태풍이 지나가면서 기다리던 수확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다.

가을이 오면 생선회를 좋아하는 바닷가 사람들은 횟감으로 ‘가을 전어’를 일품으로 꼽는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는 여름철에 충분히 먹이를 취하고 생장하기 때문에 일년 중 가을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어는 청어나 정어리와 같은 청어목(目) 청어과(科)에 속하는 어류로서 청어 눈퉁멸의 무리와 가깝다.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전어로 통하나 강원도에서는 큰 것을 ‘대전어’, 중간 것을 ‘엿사리’, 작은 것을 ‘전어사리’라고 부르며 강릉에서는 ‘세갈치’로도 불린다.

중·장년층에 많이 발생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옛날 지방 상인들이 염장해서 서울에 가져다 팔았는데 양반이나 상민 등이 누구나 좋아해 사는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하였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 기능을 돕고 위를 보하며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어로 인한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이 발생해 생선회를 좋아하는 미식가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보통 병원성 비브리오에 속하는 세균들은 수온이 20℃ 이상이 되는 9월까지는 해수와 굴 등의 패류와 어류의 아가미, 지느러미, 비늘 등에서 흔히 검출되는 해양성 세균들이다.

1979년 남해안 일대에서 전격성 피부 괴저와 쇼크를 일으키는 피부 괴질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 균의 생장 특성은 3~6%의 소금물에서 잘 자라는 호염성 세균으로 해수의 온도가 15℃ 이상이 되면 급격히 증식한다. 비브리오 균은 염분과 적당한 온도만 유지되면 빠른 속도로 증식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식중독 균이다.

이 중 치사율이 가장 높고 대표적인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커스(Vibrio vulnificus)에 의한 감염으로 평균 1∼2일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상처 감염증, 패혈증을 유발해 오한, 발열 등의 전신 증상과 설사, 복통, 구토, 하지 통증이 동반된 다양한 피부 병변이 발생한다. 치사율도 아주 높아서 조기 진단 및 신속한 치료를 요하며 대부분 40대 이후의 중·장년층에 집중되어 발생하고 있고 특히 간 질환 환자, 알코올 중독자,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등 만성질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므로 이들 환자들은 어패류 생식을 금해야 한다. 비브리오 균은 열과 냉동에 약하므로 해산물을 끓여 먹거나 냉장 보관 후 먹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가을철이 되면 전어의 고소한 맛에 유혹되어 미식가들의 입맛이 끌리지만 식품 안전에 관한 우려도 동시에 가져야 하는 만큼 다른 방법으로 전어를 요리해 먹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전어를 깨끗하게 손질해 왕소금을 뿌린 뒤 구우면 그 맛도 생선회에 비견할 바가 아니다.

10월이 되어 해수의 온도가 충분히 낮아진 후에 가을 전어의 맛을 음미하도록 하고 그 때까지는 전어구이로서 전어의 또 다른 맛을 느껴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생선회미식가 주의를

개학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하게 되는 집단급식 업소에서나 APEC을 앞두고 각종 회의가 열리는 호텔 등의 각종 식당 그리고 일반 음식점에서는 늘 도사리고 있는 식중독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날음식 특히 어패류는 가열하여 조리하도록 하고 조리한 음식은 신속하게 섭취하도록 하며 조리실 등의 주변 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여 청명하고 상쾌한 가을 하늘 만큼이나 올 가을은 깨끗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단을 고객에게 제공하여 식중독이 없는 건강하고 풍성한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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