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치파동 이후 해야 할일
[기고]김치파동 이후 해야 할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5.11.01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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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부산식약청장

늦은 가을이 되면 겨우내 먹을 김장하기가 각 가정마다 큰 행사였는데 어느새 김치가 식품회사에서 생산되는 식품이 되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김치를 대량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그간 전통 식품은 서양의 홈메이드 식품처럼 각 가정에서 다양한 비법으로 감칠맛 나게 담가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눠 먹었다.

그러나 이제는 김치를 비롯한 많은 전통식품들이 식품공전에 만드는 방법과 원료 등의 기준 규격을 등재하게 되었고 김치의 경우는 2001년에 식품의 국제 규격집인 코덱스(Codex) 규정에도 오르게 되었다.

이번 김치 파문은 우리가 앞으로 식품 행정을 추진함에 있어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각 가정에서 만든 전통 식품 중심의 식생활에서 식품업소에서 공급하는 집단급식과 외식 형태로 바뀌고 앞으로 주 5일제 근무 영향으로 외식의 기회는 더욱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그간 정부의 식품 위생관리는 제조회사의 제조 공정을 중심으로 강조함으로써 식품 원료인 농산물의 생산 과정이나 제품의 유통 과정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취약한 상태였다.

특히 식품 원료의 80% 정도를 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면서 수입국의 원료 생산에 대한 위생문제와 품질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식문화 발달과 식품 환경의 변화에 식품 행정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과거에는 행정부가 식품 정보를 독점적으로 소유한 형태에서 지금은 시험분석 과학의 발달로 많은 시험 연구기관이 식품 분석 정보를 공유하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식품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가 위해식품 정보를 접할 경우에는 예전과는 달리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번 만두파동이나 금번 김치파동에 있어 식약청의 발표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자료 공개 요구나 알권리를 존중해 식약청은 두 사안 모두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신속하게 발표했다.

이미 발표한 사실을 번복하게 되면 불리한 줄 알면서도 예상되는 국민의 질타를 무릅쓰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솔직하게 발표한 측면도 있음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년 말 한약재의 원료 관리 협의차 중국의 수출입 식품 등을 관장하는 북경 소재 질검총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 공무원들은 한국에서의 중국산 식품에 대한 문제 발생은 한국 정부나 기업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한·중간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중국산 식품에 문제가 발생한 때는 당사국 관련 중국 정부 기관에 소상하게 내용을 신속히 통보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는 전통적인 농산물의 생산 방법으로 우수한 원료를 생산한다는 것은 한계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과학에 기초를 둔 농산물의 생산 관리만이 식품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든 우리 나라든 앞으로는 우수농산물 생산기준(GAP)을 도입해 농산물 재배에 필요한 토양 용수 종자 비료 퇴비 등 생산 요소뿐만 아니라 재배, 수확, 수확 후 처리 과정에서의 안전관리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 관리 내용을 기록화해 문제 발생 시 회수할 수 있도록 추적 제도(Tracebility)도 병행 실시해야 한다.

우리 나라부터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야만이 수출 국가에 대해서도 제도 시행의 의무화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전이라도 일본의 유통업체와 같이 한국이나 중국의 농장에 계약 조건으로 GAP 실시를 요구해 생산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식문화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제도 시행만으로는 식품 사고를 예방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식품 정책의 추진 내용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분야별 대응책은 대원칙을 바탕으로 수립, 시행해야 할 것이다.

첫째, 식품 사고가 터질 때만 식품안전에 대해 반짝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부는 식품의 제반 취약한 안전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상시 수집 분석하고 전파해 관련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민간 분야에서도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유통 중인 식품에 문제가 생긴 때는 발생 가능한 위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조직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 식품 등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이를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회수하는 등 위해 식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넷째, 식품 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신속하게 관계 기관 간 협력 체계가 가동될 수 있도록 평소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어야 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다섯째, 식품 사고 등이 발생한 후에는 국민 생활이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고 원상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계 기관 간 협조를 통해 업계를 지원하는 등 복구 지원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대원칙이 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관련 필수 조직이 있어야 하고 비상시에 관계 기관간 협력 체계를 원활하게 하는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하거나 관련 법령에 근거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

비록 다원화된 정부의 식품 행정 체계가 한 기관으로 일원화되었다 하더라도 종전과 같이 식품 사고는 단순하지 않고 금번처럼 외교 문제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정부 부처간에는 긴밀하게 협력해 대처하고 상급 기관에서는 이를 조정 통제하는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김치파동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직도 그치지 않고 진행되고 있으나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각종 대책들이 수립 시행되어 하루 속히 마무리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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