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 사고 유형별 매뉴얼 만들자
[기고]식품 사고 유형별 매뉴얼 만들자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5.11.14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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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파동 후 유사사건 또 대처 미숙
관련부처 의사결정 참여 중지 모아야
김진수 부산식약청장

김치파동의 여진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김치에 검출된 납의 양도 WHO가 정한 유해 기준에 미치지 않고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검출된 기생충 알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면 더 이상 끌어 소비자를 불안하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래 끌면 끌수록 김치 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큰 타격만 줄 뿐이다. 중국, 일본에서도 김치가 좋은 식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소비자들이 즐겨 먹으며 사스 예방 등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이제 정치권이나 행정부에서는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위기에 처해 있는 김치 산업을 회복시키는 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마침 부산에서 APEC 회의가 열리고 있으므로 이 기간에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의 각료와 회합을 가져 혹시 우리의 발표 내용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항들이 있다면 이해를 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떠한 식품 사고도 지나 놓고 나서야 ´이렇게 처리했어야 하는 건데´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고 발생 당시에는 누구도 어떻게 처리해야만 정확한 해답인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동병상련을 안고 있는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많은 식품 사고를 겪어오면서 식약청에 또 닥쳐올지 모르는 동일한 사고를 예비하여 위해분석센터 설치 등 대응책을 강구했으나 작년 만두파동의 기억이 아직도 가시기 전에 그와 유사한 식품사고가 1년 후에 다시 되풀이되었다는 데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이번 김치파동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하고 앞으로 유사한 식품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를 교훈 삼아 보다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줄 믿는다.

앞으로 이러한 식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적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식약청이 수행하는 식품 안전 행정은 과학적인 데이터와 법령을 근거로 하는 전문 기술 행정이다.

유해 물질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유해 유무 여부를 해석하고 허용치를 초과한 때에는 법규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제품과 업소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식품에 혼입이 우려되는 유해 물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식품을 모니터링하여 유해 물질 잔류 허용치 등의 기준을 식품 공전에 수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둘째, 그동안은 식품 사고가 발생하면 단순하게 발표하고 처리만 하면 되는 것으로 쉽게 여겼으나 앞으로는 식품 사고 대책이 식품 행정의 차원을 넘어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여러 관련 기관이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종합 행정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종전에는 식품 사고 발표가 국내에서만 알려지고 처리되는 국내 문제로 국한되었으나 이제는 식품의 원재료는 물론 제조 가공까지 외국에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고 식품 사고 발생 사실도 신문, 방송은 물론 인터넷을 통하여 순식간에 전 세계에 전파되어 지구촌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식품 사고가 발생한 초기 단계부터 관 계기관과 협의해야 하고 유해 식품의 분석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모두 모아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식품 사고의 경우 발표의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관련 기관이 참여한 민관 합동 기구를 통하여 충분히 검토하고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셋째, 식품 안전 행정의 일원화를 식약청 중심으로 하되 조직과 기능이 대폭 보강되고 부처 수준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덴마크 식품청의 농산식품, 축산식품, 수산식품별 조직 형태는 향후 조직 개편 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식품 행정은 여러 기관과 협조해야 하는 업무가 많고 지방자치단체와 밀접하게 연계하여 추진해야 하나 식약청이 중앙 부처의 외청이라는 위상 문제로 인하여 한계에 자주 부닥치게 된다.

더욱이 식약청은 기술 행정 및 연구 관련 조직 위주로 갖추어져 있어 기획, 법무, 국제 협력, 홍보 업무의 전문성과 인력의 부족 현상으로 전문 행정을 지원하는 행정 조직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또한 제도나 법률, 정책 등의 직접적인 기획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식품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처리나 사후 대책을 독자적으로 강구하기가 어려우므로 현재 식약청의 취약한 조직과 기능을 보강 하는 방향의 일원화만이 원활한 식품 안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넷째, 식품 업계가 자발적으로 식품의 위생과 품질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 일본 등의 식품 산업은 관련 협회나 개별 기업 중심으로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이나 우수농산물생산기준(GAP) 제도의 도입을 정부 권고 시기보다 앞당겨 실시하고 정부는 단지 식품별 표준 모델을 작성해 주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식품 산업은 원료와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식품의 품질과 위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제품이 제 값을 받지 못함으로써 비용을 수반하는 GAP나 HACCP 제도의 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소비자도 값싼 제품만 찾음으로써 위생적으로 처리된 제품의 유통 환경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식품 업계는 소비자가 제품의 안전정보를 알 수 있도록 원료의 생산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는 GAP 제도를 통한 농산물 재배 풍토를 조성하고 식품의 제조와 가공 과정에 HACCP 제도를 도입 하는 등 식품의 과학적 안전관리 문화가 하루 속히 정착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다섯째, 각종 식품 사고별로 유형을 분류하고 사건 진행 과정을 분석하여 사고 발생 시 대처하는 방법과 요령을 담은 식품 사고 대응 지침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 검찰, 경찰, 소비자단체, 언론 등에서 식품의 위해 물질 함유 사실을 발표하여도 임기응변식으로 즉각 대응하지 말고 충분한 분석자 료를 토대로 관련 전문가 회의, 정부 기구 등의 심의 절차와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평소에도 이러한 사고 발생에 대비하는 가상 상황을 설정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관련 기관과의 합동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외에도 얻을 수 있는 많은 교훈들이 있겠지만 금번의 김치 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행정력의 낭비, 기업의 경제적 손실, 소비자의 김치에 대한 불안감 증폭, 김치수출 물량 감소 등의 커다란 희생을 치르고 나서 얻어진 귀중한 교훈들임을 고려해서라도 향후 발생하는 식품 사고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메뉴얼화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식품 행정의 일원화는 식품안전 관리 행정의 틀을 다시 짜는 만큼 관련 부처가 함께 동참하고 농림부, 해수부 등의 식품 관련 조직을 식약청에 신설할 때는 당해 인력도 동시에 이체하여 관련 부처로부터 관심과 지원을 받는 기관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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