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PEC의 성공과 식음료 관리
[기고]APEC의 성공과 식음료 관리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5.11.30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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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부산식약청장

부산에서 개최된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아태지역 21개국 정상 및 관계자 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3차 APEC 정상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테러의 위협이 우려되는 가운데 민·관·군 관계 기관들이 사전 치밀한 준비를 하고 안전관리 운영 체계를 적극 가동함으로써 아무런 사고 없이 행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APEC 정상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비한 안전 관리 분야 중 식음료 분야는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행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이다.

안전한 식음료 검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경호실 경호안전본부산하에 국정원 경호안전본부와 식음료안전관리 본부를 두었는데 식음료안전관리본부는 부산식약청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운영하며 APEC 정상 회의 기간 중 식음료 안전관리 활동을 총괄적으로 주관했다.

현장 식음료 검식반은 회의장과 정상 숙소인 호텔 그리고 김해 공항에 검식관을 배치하고 행사 관련 급식 시설과 식음료 등 식자재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시설별로 배치된 검식관은 주로 행사장과 지정 호텔에 반입되는 식자재를 검수하고 조리 식품을 검식하며 조리장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조리 종사자를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처럼 중대한 국제 행사가 무사하게 치러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여러 국제 행사 때 충분한 경험이 있었고 금년 초부터 APEC이 개최될 때까지 관내 식품 관련 업소에 대해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식품 위생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추진한 지역 내 식품안전 관련 시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품 업종별 식품 안전관리를 위해 HACCP 원리에 기초한 표준 자율 점검표를 제시하고 각 식품 업소가 자사 실정에 알맞게 일일점검표를 만들어 스스로 확인 점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권장했다.

둘째, 관내 식품 업소에 대한 정기 식품위생 점검 계획을 홈페이지 등에 사전 홍보하고 업소별로 위생감시원의 위생 점검이 예상되는 사항 중 문제 소지가 있는 곳을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

셋째, 식중독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학교 위탁급식 시설을 대상으로 업소별 자율 점검 사례 발표회를 개최하고 우수 업소의 사례를 매뉴얼화한 CD를 제작, 배포해 전 업소의 위생관리가 표준화되도록 유도했다.

넷째, 정상 숙소를 포함한 APEC 지정 호텔의 경우에도 위생관리 상태를 전면 점검하고 우수 업소 사례를 지정 호텔 조리 책임자 교육 시 발표하게 하고 이를 담은 동영상물의 CD를 제작, APEC 지정 음식점과 호텔 등에 보급했으며 급식 시설에서 원료, 음식 조리, 냉장·냉동창고, 주방 기구 등의 관리를 표준화하도록 유도했다.

다섯째,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식문화 개선´의 홍보 활동 일환으로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의 협조를 얻어 식품 접객업소, 제조업소 등 위생 실태와 단속 내용을 적나라하게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지난 3월부터 매주 방영함으로써 업소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식품안전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다.

여섯째, 학계 산업계 소비자단체 언론 등과 협조해 APEC 대비 식품 안전관리 대책에 관한 심포지엄, 세미나 등을 수시로 개최함으로써 시민, 소비자단체 회원, 업계 종사자, 공무원을 대상으로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의 생활화와 식품 업소의 식품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켜 시민들과 식품 업계 모두가 APEC을 계기로 지역 내 식품 위생 수준을 한 단계 높이도록 유도했다.

근 일년에 가까운 짧지 않은 기간에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각종 시책을 추진한 결과 호텔을 비롯한 식품 업계의 위생관리 수준은 크게 향상됐고 시민들의 위생 의식이 한결 높아지긴 했으나 APEC 행사 기간 중의 일과성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으므로 계속적으로 정부와 업계, 언론, 시민단체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도 각 업소는 관리자 책임하에 자율 위생관리를 생활화해야 하고 언론, 방송에서도 식품 안전에 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APEC 기간 중 회의장과 정상 숙소, 호텔에 근무한 검식관들은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연일 새벽 5시에 출근하고 자정을 넘어 퇴근하는 등 APEC 성공을 위한 사명감만으로 근무했고 기간 중 불꽃축제 때는 교통 체증으로 늦은 밤에 돌아온 투숙객들에게 추위를 녹이도록 따뜻한 음료수를 일일이 대접하는 등 자상하고 재치 있는 서비스로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고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았다. 한 정상 숙소에서는 갑자기 삼계탕을 찾는 바람에 근처 삼계탕 집에 비상을 건 사건도 있었는데 정상들이 좋아하는 식품과 기피하는 식품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IT강국, 한국´의 전시장에는 정통부 산자부 행자부 등이 발 빠르게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있었고 시민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던 의료기기 등 건강 기구의 홍보는 식약청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 대신하고 있었다.

IT와 결합한 식품 의약품 등의 생명공학 제품 또는 시의에 맞는 조류독감치료제 등이 복지부나 식약청에 의해서 세계 정상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사하게 끝나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준비했던 APEC 회의는 이제 폐막됐다. 앞으로 또 있을 국제 행사에 대비해 이번 APEC 회의의 식음료 안전관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보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각 검식반별 활동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정리하고 또한 식품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준비된 전통식품을 비롯해 제공된 많은 식음료에 대한 자료도 수집해 유사한 국제 행사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번 APEC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식음료 관리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참가 기관과 검식관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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