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대담]‘글로벌 식품회사’ 선포한 CJ 김진수 사장
[신춘대담]‘글로벌 식품회사’ 선포한 CJ 김진수 사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6.03.20 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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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 기술·품질로 지구촌 먹거리 한 축 담당”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가 세계 무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선포한 ‘글로벌 식품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된 행보이다. CJ는 더 이상 좁디좁은 내 수시장에 머무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기술과 품질을 무기로 세계 일류 기업과 어깨를 겨루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CJ호의 선장 김진수 사장을 만나 세계화를 위한 구상을 들어봤다.

- 한국 최고 식품 기업의 총수로서 거대한 CJ호를 이끌어나갈 경영철학은.

▶ 이를테면 여자 골프가 같으면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자, 자동차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연 ‘한국 최고의 식품 기업이 세계 최고인가’하는 질문에는 긍정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CJ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감히 ‘세계 최고’를 꿈꾸면서 조직원에게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식품은 안보 차원에 다뤄져야 한다지만 그럴수록 업계 종사자들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인기 상품 베끼기나 덤 주기, 판촉물 등을 앞세운 이전투구식 경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반적인 룰에 의한 선의의 품질 경쟁으로 세계의 먹을거리 시장을 움직이는 우리의 역할을 키우고 또 그런 기업임을 자임해야 한다.

 

 

- 세계속의 CJ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 무엇보다 회사 조직원들이 그렇게 되고자 하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우리 회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식품 회사가 되자고 선포했다.

농업국이라면 GDP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비중이 가장 커야 하듯이 글로벌 회사라면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이 내수보다 많아야 한다. 오는 2013년은 옛 제일제당이 창립(1953년)돼 환갑을 맞는 의미 있는 해로서 이를 기점으로 글로벌 회사로 변모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둘째, R&D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기술이 있어야 세계적인 회사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식품 분야에 이업종 기술이 많이 적용되는데 이들을 활용한 우리만의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미래의 소비자들은 편의식을 선호하면서도 건강에 좋지 않은 것처럼 인식하는 정도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용하기 편하면서도 자연에 가까운 신선도와 건강 지향적인 식품의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나라 연구개발 인력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월등하게 우수한데도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해외 박람회 등에 가서 외국의 샘플을 들여오는 일에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이미 검증된 남의 것을 베끼면 실패 확률이 적겠지만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의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인적, 물적 충족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경영 방침은.

▶ 인재 확보에 욕심을 내는 동시에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현재의 1.3% 수준에서 3%까지 과감하게 늘릴 계획이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네슬레나 크라프트사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재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화를 위한 초석으로 최근 미국의 조그만 회사(애니천)를 인수한 데 이어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섰지만 현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식 전환도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경영 방침은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오늘의 세계적 기업을 만든 삼성전자를 모델로 한 것이다. CJ는 식품 과학에 대한 교육과 투자로 세계적 기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국내 식품 시장은 건강기능식품법 발효 이후 과학적 효능이 입증된 기능성 소재의 사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비록 유용성 표시는 불가능할지라도 일반 식품에 적용하는 아이디어 풀이 넓어져 이를 품질 차별화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데.

▶ 조직의 역할 분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R&D가 영업을 잘하게 하기 위한 지원 부서였다면 앞으로는 미래 지향적 연구개발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능을 해야 하고 영업은 현장에서 최대로 강한 조직 기반을 갖춰 상호 보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아울러 회사 내 사료, 제약, 소재 식품, 가공식품 부문 등 별개 회사와도 같은 사업 본부간 독립적 자율경영을 유지하면서도 협력 체제로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묶는 작업도 추진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식품 산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면 국내외 기업과의 M&A(기업흡수 합병)도 적극 시도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해서 유럽 남미 인도 등 세계 각국으로 갑작스럽게 분산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탐색은 계속 하고 있다.

- 해외 사업을 위한 역점 분야는.

▶ 아직까지는 사료 첨가제나 아미노산 등 B2B쪽 매출 비중이 다시다 햇반 등 B2C보다 크지만 이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6개인 중국의 사료 거점을 더 많이 늘리고, 세계적인 경쟁자와 힘겨루기 중인 생명공학 기술 분야의 핵산조미료 라이신 쪽도 중국 공장 가동에 이어 남미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다시다 햇반 등 B2C 분야는 중국 미국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엔 B2B가 B2C보다 2배 정도 클 것이다.

- 2013년 매출 목표 10조는 해외 투자 법인의 매출을 포함한 현재(3조2000억 원)의 3배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은.

▶ 지금까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할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핵 분열 효과는 대단한 것이어서 우리의 A급 인력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킨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꿈을 갖고 움직이는 자가 얻을 수 있다.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올해는 글로벌화의 목표를 향해 시동을 거는 해로서 이의 달성을 위해 기본 틀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회사 속엔 ‘늙은 호랑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한 문화가 있다.

옛날 삼성그룹의 주력 회사 중 하나였고 1위 식품 기업이란 자만에 빠져 대기업병에 걸려 있는 요소가 틀림없이 있다. 그 부분을 역동성으로 바꿔내는 일이 리더인 나의 과제이다.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우리 회 사제품이 모두 다 조금씩 비싸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사와 가격을 같게 책정하면 좀 더 편하게 장사할 수 있지만 급여 수준이 높은 편이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계속 채용하려면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비싼 가격만큼 품질의 효용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기 위해 R&D 투자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제품 면에선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 많다. 식용유, 올리브유, 불고기 양념장은 물론이고 육가공 부문도 지난 2년 동안 이런저런 도전 속에서 1위로 올라섰다.

건강식품이나 김치 등 몇몇 품목은 아직 매출 규모가 작지만 특히 유통 기간이 길어지면 발효로 인해 포장이 팽팽해지는 김치의 경우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지난 불황기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1위 제품을 인정해 주었느냐 하는 면에선 경쟁사가 유사 제품을 쏟아내기 때문에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R&D 비용 안들이고 경쟁하는 시장에서 얼마나 격차를 벌일 수 있느냐가 우리의 과제로서 그 역시 회사 발전을 위한 채찍으로 삼고 있다. 원가 절감 속에서도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 CJ가 지난해 해찬들을 인수한 데 이어 모닝웰, 삼호F&G 등 중견 기업의 흡수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대해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도 있는데.

▶ 먹는 것이면 모두 취급하고 내수에 너무 욕심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장 논리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M&A를 시도하는 회사들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견줄 만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장류 제품을 예로 들면 우리의 발효 기술과 마케팅력을 다양하게 접목하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이나 중국 시장도 쉽게 뚫을 수 있어 세계 식문화 경쟁에서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대의명분이 충분하다.

물론 매출 규모에서 욕심을 내는 건 사실이지만 핵심 기술 없이 이것저것 인수하는 이른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식품 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더 기업으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각종 법규 등 제도권 안에서 규정을 철저히 지키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에 제기되는 식품 문제는 제도권에서 활동하는데도 불구하고 특정 사안을 여론 몰이식으로 다루는 경향이어서 씁쓸하다.

법규에 준수해서 만든 식품에 위험한 요소가 있다면 법을 고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데도 마치 식품 업계가 잘못한 것인 양 모든 찬 바람을 여과없이 맞아야 하는 실정이다.

다소 억울하지만 그런 문제를 제기한 단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개선할 것은 바꿔나가는 등 상호 이해를 통한 사전 예방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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