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대담]공격경영 나선 ‘서울우유 김재술 조합장’
[신춘대담]공격경영 나선 ‘서울우유 김재술 조합장’
  • 김현옥
  • 승인 2006.04.02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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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 높은 독자적 유제품 개발 경쟁력 강화”

‘필사즉생(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살 수 있다)’ ‘빼앗긴 100만개를 찾아라’

서울우유 사무실 곳곳에 걸린 구호 들이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분위기이다. 국내 우유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서울우유가 위기를 느끼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 주는 현장이다. 올 들어 서울우유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의 구태를 벗고 혁신적 가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급변하는 소비 패턴과 영업 환경에서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 속에서 공격적 영업을 위해 최근 대폭적인 문책성 인사도 단행했다.

초우량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통해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김재술 조합장을 만나 서울우유의 조타 방향을 들었다.



‘1등급A’ 고급우유로 매출 증대
우유에 식품사업 접목 수익 창출

-지난해를 기점으로 서울우유가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올해는 1조1500억 원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유가공 시장이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달성할 계획인지?

▶시장 점유율 38%의 국내 1등 유업체라는 자만심과 서울우유 고객은 영원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가 실망하지 않는 ´고객만족 경영´에 올인할 생각이다.

내수 침체와 출산율 저하로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그동안 백색시유 전 제품에 원유 위생 등급 중 최고 단계인 ‘1등급A’를 사용하기 위한 제반 시설을 정비해 왔다. 따라서 올해는 1등급A에 대한 소비자 집중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고급 우유의 기준이 바로 서울우유’임을 알려 매출 증대를 꾀할 것이다.

-서울우유는 조합의 특성상 낙농가 보호와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원유소비 확대를 위해 백색시유 판매량을 높여야 하고 치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유제품이나 음료 판매도 늘려야 하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대책은?

▶앞으로는 치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유제품이 효자 노릇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원유 소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우유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조합의 역할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낙농가 보호를 생각한다면 부가가치가 더 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금년 10월까지 100억 원을 들여 거창 공장에 1200평 규모의 냉장·냉동 시설을 갖춘 가공 치즈 전문동을 건축, 기존 1, 2, 3공장의 설비를 모두 이전하고 하루 800톤 규모의 종합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우유의 경우 각 공장이 위치한 권역을 담당할 수 있는 양만 공급하고 치즈 유음료 등 고부가 제품의 생산 비중을 계속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쟁사 인기 품목을 베끼기보다는 우리의 독자적인 품질과 용기 디자인을 갖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그래서 종전 생산본부에 소속된 연구소를 올해부터 영업본부 산하 기구로 전환해 현장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 이번 인사의 배경도 그러한 직제개편에 따른 후속조치인가?

▶ 당초 팀 제를 도입했던 것은 팀마다 목표를 설정하고 효율적을 달성하라는 성과보상 차원의 취지였으나 그러한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향을 보여 ‘충격’과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됐다.

서울우유에 근무한 사람이라면 원유의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꿰뚫는 전문가 지식을 갖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술직과 생산직의 벽을 허무는 인사조치도 함께 단행했다.

- 회사의 수익을 올리려면 부가가치가 큰 가공시유의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이의 소비 확대는 흰 우유 시장이 포화된 현실에서 상대적 문제를 안게 된다.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서울우유는 우유 판매량의 80% 이상이 흰우유이다. 만약 서울우유가 부가가치만 생각한다면 가공우유 판매량을 최소 50%까지 늘려야하지만 이를 지양하고 있다.

다만 우유를 싫어하는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다양한 가공우유 예를 들면 치즈우유와 같은 획기적인 카테고리의 제품을 개발, 시장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이는 가공유와 시유의 조화라기보다는 가공유는 가공유대로, 시유는 시유대로 영역을 지키면서 전체 시장의 크기를 늘리는 전략으로 이해하면 된다.

- 경쟁력 제고와 수익성 차원에서 치즈 원료를 벌크로 수입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분유 는 수입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원유 체화가 가중되면 낙농가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조합장의 견해는?

▶시판되는 수입 치즈의 경우 ㎏ 당 5400원 정도로 국산 원유 100%를 사용한 피자 치즈 제조원가의 60%에 불과하다. 국산 피자 치즈의 가격 경쟁을 위해서는 국내산과 외산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제조할 수밖에 없다.

즉 조합은 국내산 피자 치즈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외산 치즈를 수입하는 것일 뿐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은 피자 치즈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국산 피자 치즈 생산을 늘리는 중·장기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 서울우유가 일반 음료 등 기타 식품 사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음료 사업의 경우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우유에 접목시켜 가며 우유와 관련성이 큰 경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 철저히 전략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것이다.

10~20대 여성이 주고객인 유음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최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와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서울우유는 학교급식과 군납에서 우월적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일반 유업체의 도전이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 이 시장을 지키기 위한 방안은?

▶1953년 국내 최초로 학교 우유 급식을 시작했다. 우유 소비가 늘어나던 시기, 원유 부족으로 물량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학교급식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일반 유업체와 달리 서울우유만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학생들의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이란 급식 본래의 목적을 우선으로 중단 없이 계속 공급했다.

작년 9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내 최초로 흰 우유 전 품목에 1등급 중에서도 가장 품질이 뛰어난 ‘1등급A’ 원유만 사용,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급 우유로 품질을 높였다.

이러한 양질의 원유가 우수한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전문 지정 수의사인 밀크 마스터(Milk Master)들이 젖소의 건강 상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으며 거창 공장을 비롯해 HACCP 기준을 모두 통과한 양주, 안산, 용인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생산되는 만큼 급식 우유 시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시판 우유의 경우 최고급 원유 사용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반영했으나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급식 우유 가격은 종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로 현재 하루 평균 학교급식 200만 개, 군급식 25만 개를 포함해 200㎖ 기준 하루 최고 1000만개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유가공 업체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 우유가 성장기 청소년에게 매우 유용한 완전식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가공 시장을 선도하는 서울우유조합의 최고경영자로서 향후 대책은?

▶우유가 청소년들에게 필수 식품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민들에게 우유는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으로서 최고의 식품이다. 만약 성장기 아이들에게 우유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면 박찬호와 최희섭 같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다만 아동 비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점을 고려, 서울우유는 학생들이 우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저지방우유도 공급하고 있다.

작년에 선보인 무지방 MBP우유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우유가 좋은 식품이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면서 등한시하는 이유는 요즘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믿음으로 풀 문제이다.

그간 밀크마스터 등 전문 수의사를 두고 자체 목장과 젖소를 특별히 관리해 온 서울우유는 국민에게 더 좋은 우유를 공급하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뛰어넘는 원유 품질혁신을 이뤄 왔다. 우리 나라 고급 우유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공로를 소비자가 알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거창 공장은 지금도 원유를 경기 일원에서 공급받고 있다. 가공 제품 물류비보다 적게 든다고 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납유받는 것만은 못하지 않은가?

▶거창 공장 설립의 목적은 청정한 환경에서 최신 설비로 유제품을 생산하고 영호남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우유를 빠르게 제공하고자 함이다. 우리 조합에 속한 목장들은 본 조합의 지도 아래 지난 68년간 꾸준히 젖소와 설비를 관리해 1등급A 수준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검증된 목장들이다.

아시겠지만 조합은 정관에 의해 경기도와 충청북도 일부 지역의 낙농가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집유 수송비 차원에서는 현지에서 집유하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지만 정관을 개정하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 낙농가 일각에선 생산자위원회를 구성해 원유 쿼터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일반 유업체는 절대 반대하고 있다. 조합원이 많은 서울우유 입장은?

▶조합의 기본적인 입장은 조합과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생산자위원회는 낙농가 입장에서 필요한 사항이지만 최종 결정 사항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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