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유지기한제도’ 도입 난항 예고
‘품질유지기한제도’ 도입 난항 예고
  • 류양희
  • 승인 2006.11.15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일 열린 토론회서 정부·소비자단체·업계 이견 표출 난상토론
정부측 자의적 품목 선정에 불만
학계선 업계 자율적 위임 주장
정부가 현행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유통기한’ 표시품목과 ‘품질유지기한’ 표시품목으로 구분·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15일 열린 ‘품질유지기한 품목선정 및 관리방안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식약청 HACCP 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용역의뢰를 받아 ‘품질유지기한 품목선정 및 관리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글로벌헬스케어 신승용 컨설팅사업 본부장은 “품질유지기한 도입은 소비자 인식을 전환해 제품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짐은 물론 업체로서는 폐기처분되는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등 사회적, 경제적 효과가 크다”면서 제도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 본부장에 따르면 품질유지기한 표시품목으로 잠정 선정된 건과류, 간장, 인삼차 등 44개 품목의 경제적 효과는 현재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반품을 5%로 추산할 때 폐기물 감소는 28만 톤, 경제적 금액으로는 336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세부방안에 대해서는 정부, 업계, 소비자단체간 이견이 많았다.


우선 품목선정과 관련해 식품공업협회 유영진 부장은 “제도 도입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던 정부당국의 입장과는 달리 세부사항에 있어서 실질적인 반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품질유지기한 도입 대상품목 중 음료류나 면류가 빠진 것 등을 지적하며 “품목선정에 있어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하상도 교수도 “PL법(제조물책임법)이 확실히 자리잡는다면 굳이 품목설정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면서 품질유지기한 도입 품목을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황성휘 사무관은 “국내 식품업계의 80%이상이 영세업체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제도 도입부터 업계의 자율에 맡기면 추후 문제발생시에는 업체와 소비자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면서 단계적 제도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창준 식품안전정책팀장도 “20년 동안 유지돼온 유통기한제도를 바꾸는 데는 일정기간 과도기가 필요하며 그러한 관점에서 품목선정을 이해해달라”며 향후 업계 자율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제도도입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혼란도 해결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유영진 부장은 “정부가 제도도입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괜한 불안이 조성되지 않도록 설득력 있는 언어로 설명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유통기한제도로는 글로벌시대에 제품의 수출입 과정상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점과 제도변화 이후에도 업체가 담당해야할 책임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이해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도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의 개념에 소비자들은 혼동할 우려가 있다”면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유통기한도 소비기한으로 바꿔 소비자들이 새롭게 제도를 인식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하상도 교수도 “정부와 학계, 소비자들의 용어가 서로 달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면서 용어정리의 필요성을 덧붙여 강조했다.

식품공업협회 유 부장은 또 ‘최상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Best Before)’이라는 품질유지기한의 정의에 대해서도 “품질의 증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최상급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 CODEX나 일본, EU처럼 ‘제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편 소비자연맹 이 부회장은 “제도도입 이후 업체는 폐기손실비용 절감 등 여러 이점이 있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면서 “특히 품질유지기한이 경과됐을 경우 제조업체 및 판매업체 책임으로 관리된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불안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식품공업협회 유 부장은 “제도도입으로 인해서 소비자의 안전이 약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기한이 조금 경과한 식품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될 수 있어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음은 물론 푸드뱅크 등 공익단체에 기탁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제도의 이점을 부각시켰다.

이창준 팀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도도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히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단기적인 개편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면서 업계나 소비자단체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