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인수 ‘2강 1약’ 압축
코카콜라 인수 ‘2강 1약’ 압축
  • 류양희
  • 승인 2007.05.03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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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LG생활건강·웅진그룹 참여
4000억대 제시…격차 커 유찰 가능성
음료업계 시나리오별 득실 계산 분주
올 상반기 음료업계의 최대 이슈인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전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G생활건강과 SPC그룹, 웅진그룹이 2강1약 구도로 윤곽을 드러냈다.

당초 입찰에 참여한 씨티벤처캐피탈(CVC)은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제외됐고, 멕시코의 펨사도 중도에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는 SPC와 웅진그룹으로 압축됐고 이중 SPC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제3의 참여업체가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운 LG생활건강임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일순간 반전됐다. LG생활건강 측이 인수 희망가격을 가장 높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SPC그룹과 웅진그룹은 4000억원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한 반면 LG생활건강은 그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현재까지는 LG생활건강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초 최소 7000억 원 선을 바랐던 코카콜라 측의 희망과 차이가 커 유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물론 코카콜라보틀링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 등 불리한 조건들이 많아 유찰시킨다고 해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코카콜라 측의 고민이다.

한편 음료업계는 각각의 시나리오를 따져보며 이해득실을 계산하기에 분주하다. 탄산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이미 주스시장은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가 양분하다시피해서 당분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인수할 경우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기존 업체에 부담을 안겨줄 소지가 높으며, SPC가 인수할 땐 계열사 프랜차이즈 매장과 탄탄한 유통망 등을 활용해 당장 압박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시나리오 1] LG생활건강 인수= LG생활건강의 가장 큰 무기는 막강한 자금력. 이번 인수 전에서 참여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인 4000억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또한 그동안 M&A시장에서 침묵을 지켜왔던 LG가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는 시장의 분석도 그 가능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생활용품 및 화장품 전문기업으로 인식돼온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미래 성장사업으로 녹차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설정, 이를 뒷받침할 유통망 확보를 위해 이번 인수 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미 지난 90년대 식품사업부를 통해 감식초음료 ‘마이빈’ 비타민음료 ‘레모니아’등을 내놓았다가 실적부진 등으로 2000년 제일제당(현 CJ)에 음료사업을 넘긴 바 있어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세계적인 금융전문 그룹인 씨티그룹은 LG생활건강에 대해 코카콜라보틀링 인수 전 참여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씨티그룹 측은 코카콜라보틀링 인수는 LG생활건강에 부정적이고 마진 하락 압박으로 이익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을 모토로 한 회사이미지와 탄산음료 전문회사로 각인된 코카콜라 이미지는 전혀 맞지 않는 조합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 측은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할 경우 콜라를 비롯한 탄산제품보다는 ‘미닛메이드’를 중심으로 한 녹차와 주스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차 음료를 비롯한 독자 브랜드를 활성화시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나리오 2] SPC인수= LG생활건강의 참여가 뒤늦게 알려지기 전까진 SPC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고 아직도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SPC는 삼립식품 샤니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을 거느린 식품명가로, 기존 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 음료사업을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는 프랜차이즈 구조로 돼있고 삼립과 샤니는 동네 구멍가게까지 샅샅이 훑는 탄탄한 유통망을 자랑해 코카콜라의 유통망과 합쳐질 경우 그 영향력은 인수에 참여한 타 업체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콜라가 KFC,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며 급속한 저변 확대를 이끌어냈던 점을 상기시키며 SPC그룹 계열사 매장에서 코카콜라 제품이 판매된다면 매출이 다시 살아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측한다. 더욱이 SPC그룹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연구개발 노하우와 인프라도 이러한 효과를 뒷받침해 나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기존 음료업계도 SPC의 인수를 가장 꺼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자금이다. 4000억원 가까운 인수자금을 SPC가 어떻게 동원할 수 있을지 업계 관계자들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인수 이후에도 상당기간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칫 그룹 전체에 큰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나리오 3]웅진그룹 인수= 업계 전문가들은 웅진그룹의 인수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고 있다. 제시한 가격도 낮을뿐더러 다른 두 기업에 비해 내세울 만한 강점이 별로 없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두 기업보다는 음료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그러나 웅진그룹 내 웅진식품은 이미 ‘계륵(鷄肋)’으로 전락했다는 혹평과 함께 제과업계에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했던 선례가 썩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웅진이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할 경우 그룹전체나 코카콜라보틀링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웅진그룹이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한 후 웅진식품과 묶어 재매각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돌고 있다. 음료업계에서도 웅진그룹이 인수할 경우 가장 수월한 상대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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