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B.세레우스’ 합리적 규격 기대하며
[기고]‘B.세레우스’ 합리적 규격 기대하며
  • 김현옥
  • 승인 2007.05.17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식 연세대 교수

유감스럽게도 작년에는 유난히 조제분유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이 많이 발생했던 한 해로 기억된다. 시판 분유제품에서 발견된 이물질 사건을 비롯해 엔테로박터 사카자키(Enterobacter sakazakii) 검출 등 국산 조제분유의 품질 및 안전성과 관련된 수차례의 언론 보도로 말미암아 관련 업계가 지금까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소비자들 또한 제품에 대한 불안감과 불필요한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모 회사 산양분유 제품 300g중에 단 1 마리의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고 난 후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경험을 아직도 많은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솔직히 필자의 견해로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이 미생물의 기준 규격이 제조업체와 관련 단체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불검출’로 입법 예고되면서 일단락되었다.

서양 속담에 비가 내리면 억수같이 퍼붓는다고 했던가. 얼마 전 식약청은 국내산 분유 및 이유식 제품을 수거해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균이 단 한 마리라도 검출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서슬이 시퍼런 내부 방침을 세웠다는 소식에 업계는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 식약청은 영유아식의 바실러스 세레우스의 정량규격(g당 100이하)을 신설, 공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술적 입장에서 판단해 본다면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이 세균은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통성혐기성 그람양성 세균으로, 생육 적온은 30~40℃인 전형적인 간균이다. 특히 토양, 곡류, 동물의 배설물에 많이 존재하는 세균으로 100℃에서 40분간 가열처리 후에도 생존할 정도로 지독한 포자를 형성할 수 있다.

분류학적으로 보면 Bacillus cereus group은 그 미생물학적 특성이 매우 유사한 6종, 즉 B. cereus, B. thuringiensis, B. anthracis, B. mycoides, B. pseudomycoides, B. weihenstephanesis로 구성된 집합체로서 오염된 환경에서 이 식중독균을 정확하게 분리, 동정하는 일은 상당한 숙련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타 종과는 달리 B. cereus는 지렁이와 같은 무척추동물의 장내 균총 중에서는 형태학적 변화가 일어나 섬유상 형태로 존재하며, 대부분이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세균에 의해 일어나는 식중독 증세는 설사형(diarrhea, 구미형) 및 구토형(emtic, 일본형)의 2가지로 대별되며, 열에 불안정한 enterotoxin은 설사를, 열에 안정한 독소(cereulide)는 구토형 식중독을 각각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감염량은 대략 정상인의 경우 106-8 cfu/g 정도로 알려져 있다.

FAO/WHO(2004) 자료에 의하면 조제분유와 관련된 미생물 또는 미생물 독소의 위험정도에서 ‘Category C’, 즉 ‘이 미생물이 신생아에게 질병을 일으켰으나 조제분유에서 검출되지 않은 경우, 조제분유에서 검출되었으나 신생아에 질병을 일으켰다고 확인이 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할 정도로 위험정도가 가장 약한 병원성 미생물로 규정되어 있을 정도이다.

2004년도 유럽식품안전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에서 발간된 저널에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 공급되는 분유 시료의 60%이상이 B. cereus 양성이었으나, 이 미생물에 의한 직접적인 식중독 발병은 없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조제유 및 성장기용 조제식에 대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1개 회원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 및 유럽연합(EU)에도 미생물의 규제에 대한 규격기준이 없으며, 시료 그람 당 미국 1,000, 캐나다 100 (n=10, c=1, m=102, M=104), 호주/뉴질랜드 100 (n=5, c=0, m=100),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100, 헝가리와 폴란드 100, 스위스 1,000, 이란과 덴마크 0.01g중 불검출(환산하면 100군/g에 상당함)으로 설정되어 있다.

조제분유의 경우 유가공 제품의 법적인 품질을 규정하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이나 식품공전에 상에 등재된 대부분의 식품처럼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미생물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식품으로 결코 무균제품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된 세레우스균은 독소생산에 따른 병원성 때문에 영유아용 조제분유나 성장기 조제식에서 규제 대상으로 현재 활발히 검토되고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원료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무균 상태로 완전히 박멸하는 작업은 영양학적으로나 식품학적으로나 바람직한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나 생후 6개월 이상 되는 유아들은 면역 기능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므로 이들이 먹는 가공식품에 대하여 병원성 미생물의 오염을 철저히 관리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단, 국제적으로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을 뿐 더러 그다지 치명적이지도 않은 미생물을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할 경우 국내의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되고, 결과적으로 국가나 소비자인 대중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식약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합리적인 기준 설정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