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애그플레이션’ 해법 고심
식품업계 ‘애그플레이션’ 해법 고심
  • 장강훈
  • 승인 2007.12.1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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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 폭등 빵·과자 등 최고 50% 인상 불가피

국제 농산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공식품 원자재를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생필품인 라면을 비롯해 비스킷과 스낵 등 과자류의 원재료로 쓰이는 밀 품목 가격 상승은 식품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어 내년 초부터 물가 인상 바람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콩과 사탕수수, 귀리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2005년 이후 이들 농산물의 가격상승률이 75%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그플레이션이 골디락스 시대의 종식을 독촉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의 경기퇴조와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골디락스(고성장-저물가)시대가 마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인 애그플레이션이 전세계 시장에 불어 닥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앞으로 이 같은 농산물가격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달 말부터 빵, 과자, 라면, 국수, 아이스크림 등 식료품의 가격 인상전망이 가시화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국내 최대 밀가루 공급업체인 CJ제일제당의 밀가루값 인상은 라면, 빵, 과자 등의 연쇄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사재기 현상을 유발했다. 밀가루 가격 인상이 발표된 다음날 밀가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0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내년 초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라면도 150% 이상 판매량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품목별 인상 폭은 과자류가 10~20%, 빙과류는 30~50%, 오렌지 음료는 20~3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자류의 가격 인상은 이달 20일게 시작될 전망이다. 오리온제과는 우선 2800원짜리 초코파이 한 상자를 3000원으로 인상하고 연내 감자스낵 등 일부 제품가격도 올릴 계획이다. 롯데제과도 비스킷과 스낵, 껌, 캔디 등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20%가량 인상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탈지분유, 혼합분유, 유당, 버터 등을 주원료로 하는 각종 유제품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를 것”이라며 “국제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탈지분유는 1월 톤당 3200달러였으나 지난 10월 5200달러로 연초 대비 62.5% 올랐다. 전지분유는 1월 톤당 2100달러에서 10월 5600달러로 166.6% 상승했다. 버터도 1월 2100달러에서 10월에는 무려 6100달러로 190.5% 급등했다.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소비량이 폭등하고 있는 커피도 가격 상승 압력을 견딜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커피원두 시세는 연초 파운드당 70센트에서 지난 11월 82~85센트로 15%가량 올랐다.

식품업계는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대안이 가격 인상 대신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과 양과 가격을 함께 늘리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꼬깔콘’의 희망소매가격 그대로 두고 양만 5g 줄였다. 크라운제과는 1000원짜리 조리퐁의 양을 20g 줄였다. 반대로 빙그레는 샌드형 아이이스림 ‘빵또아’의 양을 150㎖에서 180㎖L로 늘리면서 값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했다.

곡물값과 물가의 동반상승이 가속화 되자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식품산업 진흥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부는 특히 “식품 원자재 수급대책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농촌경제연구원 등 산하기관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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