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식품 이물질과 숭례문 화재
[데스크칼럼]식품 이물질과 숭례문 화재
  • 김현옥
  • 승인 2008.03.21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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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식품업체들의 이물질 검출 사건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며, 문득 얼마 전 온 국민을 좌절케 했던 숭례문 화재 사건이 떠올랐다.

거대한 불길 속에서 형체를 잃어가는 국보1호를 바라보던 국민들은 한결같이 초기진압의 미숙을 책망했다. 소방재청이 시민의 신고를 받는 즉시 불길의 맥을 잡아 체계적인 화재 진압에 나섰더라면 국보 1호가 맥없이 무너지는 국가적 수치는 모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소방재청이 긴밀히 협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책임을 미루고 우왕좌왕하다 전소시킨 것에 국민들은 가슴을 치고 있다.

37년간 국민스낵으로 사랑받아온 농심의 ‘새우깡’이나 국내 최대 참치회사인 동원F&B의 ‘참치캔’은 모두 간판급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물질 검출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소비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은 숭례문 화재사건만큼이나 크다.

새우깡의 경우 원인물질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생쥐머리 모양’으로 추정된다는 표현 자체가 혐오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며, 참치캔의 칼날 조각엔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위기관리 대응능력 부재이다.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들이 기업에 클레임을 걸었을 때 즉시 원인규명에 나서고 자진 리콜을 취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농심은 식약청이 이러한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 무려 한 달간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끌어오다 뒤늦게 문제의 전 제품을 폐기 조치하는 한편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혀 늑장대처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동원F&B 역시 자체 조사결과 커터 칼이 제조 과정상에서 들어 갈 수 있을 가능성을 30번 넘게 조사했으나 이상점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가 식약청이 조사결과 제조과정에서 혼입됐다고 발표되자 뒤늦게 사과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글로벌시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국내 대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은 완전 초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업계는 우리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안전욕구가 안전성, 건전성에다 완전성을 요구하는 ‘국민소득 300만불 시대’ 수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때문에 사건발생시 즉각적인 확인작업과 책임 있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비하고 수시 교육을 통해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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