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원산지둔갑 ‘속수무책’
진화하는 원산지둔갑 ‘속수무책’
  • 황세준
  • 승인 2008.12.19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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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양 내장 2단계 세탁 거쳐 국내 반입

최근 중국산 돼지 내장이 미국에서 가공된 뒤 미국산으로 둔갑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에는 호주산 양 내장이 보다 교묘한 2단계의 세탁 과정을 거쳐 반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KBS등 주요 언론은 지난 18일 메인 뉴스를 통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양 내장이 호주를 통해 수입됐다’고 보도했다.

보도 당시에는 ‘구제역 위험이 있는 중국산 돼지 내장이 미국을 통해 수입됐다’는 것과 같은 뉘앙스로 받아들여졌으나 사실관계는 좀 더 복잡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호주에서 수입된 양 내장은 미국산이 아니며 호주산이 미국에서 가공된 후 다시 한국으로 수출됐다는 것.

호주는 광우병 청정 국가여서 호주산 양 내장은 수입이 허용돼 있지만 문제는 2단계에 걸쳐 원산지를 위반하다보니 한국 정부로서는 미리 알 수도 없었고 확인 과정에 시간도 오래 결렸다는 점이다.

수의과학검역원은 제보를 받고서야 지난 8월 19일 호주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양 내장제품 중 일부가 제3국에서 가공됐는지 여부를 호주 정부에 확인 요청했는데 호주 정부로부터 공식 문서가 도착한 것은 20일이 경과된 9월 8일이었다.

호주 정부는 공식 문서에서 수출 작업장이 호주에서 도축된 가축에서 생산한 케이싱(장)을 미국으로 보낸 후 그곳에서 정선(selection) 및 등급판정 과정을 거쳐 호주로 재 반입해 한국으로 수출한 것이라고 알려왔다.

검역원은 제3국 가공을 허용하고 있지 않는 현행 호주산 우제류동물 및 생산물 수입위생조건 위반으로 판단하고 즉시 해당 수출작업장에 대한 수출중단 조치 및 해당 작업장에서 수입된 양 내장 1건 1.5톤에 대한 불합격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그동안 수입한 양 내장은 이미 시중에 유통돼 손을 쓰기엔 늦은 상황. 국내에 반입된 양은 총 25t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양 내장은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현재까지도 금지 품목으로 돼 있다. 광우병 위험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산 양 내장이 미국에서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산이 일부 섞였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만일 미국산 양 내장이 호주에서 가공된 후 또 다른 제3국산으로 둔갑해 들어온다면 대응이 매우 늦어질 우려가 있다.

원산지 둔갑이 현재까지는 위생문제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진화하는 원산지 둔간법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한국 정부 당국의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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