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 재격돌…최후 승자는?
소주시장 재격돌…최후 승자는?
  • 김현옥
  • 승인 2009.04.1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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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낮춰 더 부드러운 맛 vs 알칼리 환원수의 목넘김
롯데주류 ‘처음처럼’ 인수 맞서 ‘진로 제이’ 18.5도로 승부수
모델 신민아 기용 광고전도 불꽃
‘부드러움의 공식을 찾았다. 18.5도 진로제이’. vs ‘흔들고! 쪼개고! 넘기고! 알칼리환원수라 목넘김이 부드럽다. 처음처럼’

최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진로와 롯데의 소주 광고 카피들이다.

진로에서 18.5도로 도수를 낮춘 새로운 ‘진로제이’ 출시와 함께 모델을 세련된 이미지의 신민아로 교체하면서 부드러운 맛으로 대표되는 ‘처음처럼’을 공략하자, ‘처음처럼’에서 새로운 광고로 맞불을 놓은 것. 진로는 ‘진로제이’ 출시를 기점으로 전체 소주 시장의 25%정도로 추정되는 부드러운 맛 제품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주 시장의 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60년대 서광주조(진로의 전신)와 삼학이 10년에 걸친 소주 전쟁을 벌였고, 결국 1966년 진로주조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한 진로가 품질 향상과 공격적인 마케팅 끝에 소주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진로의 독주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건 것은 바로 두산. 두산은 1993년 경월소주를 인수한 이후 1994년 ‘그린’소주를 출시하면서 제품명과 어울리는 녹색 소주병을 처음 선보이며 차별화에 성공, 수도권 시장에서 진로의 명성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에 맞서 진로는 '참나무통 맑은 소주'를 출시, 소주 시장은 일대 격전을 벌인다.

치열한 소주 시장이 평정된 것은 결국 진로에서 1998년 알코올 23도의 '참眞이슬露'를 출시한 이후이다. 1974년부터 30여년 가까이 지켜져 왔던 ‘소주=25도’의 등식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았고, 대나무 숯을 무기로 한 참이슬은 '이슬이 주세요'가 술자리 유행어가 될 만큼,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참이슬의 독주 속에 곰바우, 미소주, 산소주등 경쟁사들의 새로운 신제품들은 조용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소주 시장은 웰빙 열풍을 타고 깨끗하고 깔끔한 트렌드가 중심이 되기 시작한다.

두산이 알칼리환원수가 첨가된 ‘처음처럼’의 마케팅 포인트를 ‘부드러운 소주 맛’으로 공략하고 나서 소주 시장은 깨끗한 맛으로 대표되는 ‘참이슬’과 부드러운 맛으로 대표되는 처음처럼으로 양분되게 된다.

‘참이슬’은 깨끗하고 깔끔하면서도 소주다운 맛이 살아있어 전통적인 소주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비해, ‘처음처럼’은 부드러운 소주 맛을 강조해 여성들과 소량 음용자들이 선호하는 추세이다. 업계에서는 ‘참이슬’이 여전히 시장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숙취와 순한 맛에 민감한 여성층을 중심으로 ‘처음처럼’의 부드러운 맛의 차별화 또한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진로에서 출시초기의 제품명 ‘제이’를 ‘진로제이’로 바꾸면서 알코올 도수 또한 18.5도로 낮춘 것은 바로 이러한 부드러운 소주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참이슬’이 대나무숯과 23도의 새로운 알코올도수로 소주 시장을 평정한 것처럼, 부드러움의 핵심은 결국 소주 도수이기 때문에 진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맞서 ‘처음처럼’은 기존 이효리를 모델로 한 마케팅 전략은 유지하면서 롯데 인수에 발맞추어 롯데자이언츠 포수 강민호를 모델로 부산경남권 시장을 공략에 나섰다.

업계는 소주 도수의 마지노선을 사실상 18도대로 예상하고 있어서, 이번 ‘진로제이’와 ‘처음처럼’의 격돌이 부드러운 시장의 최후의 일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로제이’는 5월부터 신민아를 모델로 한 동영상 광고를 새롭게 온에어 하는 등 ‘처음처럼’을 공략하기 위한 2차 마케팅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진로는 새로운 도수와 모델, 새로운 제품 라벨을 무기로 ‘처음처럼’의 부드러움과는 선을 긋는 새로운 부드러운 맛의 소주를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참이슬’이 소주 시장 본연의 맛을 지켜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부드러움의 ‘진로제이’ 두 개의 브랜드로 오랜 소주 시장의 마케팅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18.5도’와 ‘알칼리환원수’의 대결, 소주의 종가 진로와 소주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유통의 강자 롯데의 대결, 새로운 CF 퀸으로 등극하고 있는 신민아와 섹시 아이콘 이효리의 대결 등. 부드러운 소주 시장의 격전은 수많은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과연 부드러운 소주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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