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정적 식량 공급과 GM 정책
[기고]안정적 식량 공급과 GM 정책
  • 김현옥
  • 승인 2009.05.15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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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식량난 속 GM 시각 변화돼야
이철호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라이스워(rice war, 2009)의 저자 이완주는 그의 책 서두에서 이런 말을 전하고 있다.

“-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지난 4월 식량 값이 폭등하자 일주일째 항의 시위가 이어져 여섯명 넘게 숨지면서, 자크 에두아르 알렉시스 총리가 사임했다. ... 멕시코에서는 주식인 옥수수의 품귀로 일명 ‘토르티야 폭동’이 일어났다. ... 인도네시아에서는 콩 부족으로 식품회사들이 공장가동을 중지하였고 격분한 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이자 공공식량보조금을 올렸다. ... 이집트는 국내 쌀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쌀 수출을 금지시켰고, 빵 값이 폭등하자 값싼 배급 빵을 사려던 사람들끼리의 다툼으로 일곱명 이상이나 사망했다. ...과거 쌀 수출국이었으나 지금은 세계 쌀 수입 1위인 필리핀은 올해 270만톤의 쌀을 수입해야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필리핀 전체 인구의 35% 정도가 쌀값 폭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식량폭동은 모로코와 예맨, 기니, 모리타니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일어났다. 러시아는 6개월 동안 우유, 빵, 달걀 그리고 식용 기름의 가격을 동결했다. 태국은 식량 곡물의 가격을 동결했다. 인도는 질 좋은 바스마티 쌀의 수출을 금지시켰다. 모로코에서는 식량 폭동 혐의로 34명이 투옥되었다. 카메룬에서는 폭동이 일어나 24명이 죽고 1천5백여명이 부상당했다. 예멘에서는 12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는 만 명 이상이 시위에 가담했고 중국은 식량부족으로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에서 북한주민이 중국 친척에게 얻어가는 곡물 보따리까지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나라들이 식량부족으로 인한 정치적인 불안을 안고 있다. -“

이러한 세계적인 식량난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온 나라가 뒤흔들리는 소요를 겪었지만 그것은 배고픈 사람들의 절규가 아니라 어쩌면 배부른 사람들의 투정으로 보이는 것은 왜 일까? 과연 우리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일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세계 3대 곡물수입국이다. 식량자급률이 30%이하로 대부분의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다행히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외화를 많이 벌어들여 어려운 세계 식량사정 속에서도 풍족하게 잘 먹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외국의 곡물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세계적인 곡물 수급의 악화로 우리가 원하는 식량을 세계 곡물시장에서 구할 수 없을 경우에 국민의 대부분이 굶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은 전쟁 못지않은 국가적 비상사태이다.

이러한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식량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도, 국가의 식량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부처도, 대부분의 일반인들처럼 하루세끼 배부르게 먹고 있는 일상에 습관이 되어 그 문제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식량의 위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앞에 와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기상악화와 사막화로 세계의 식량 생산과 수급에 커다란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에서는 약 9억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곡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여기에 덧붙여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의 생산으로 세계 곡물 재고량이 급감하고 가격은 지난 2년 사이에 2배로 뛰었다.

이러한 변화는 주기적인 곡물시장의 가격변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세계 곡물 거래상들의 판단이고, 투기자본의 개입과 식량 무기화 사태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예측하고 대비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전혀 대책이 없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0여년에 걸친 우루과이 협상 기간 동안 식량자급률이 70-80% 수준에 있던 영국과 독일이 식량자급을 달성했다. 식량자급률이 30% 수준이던 일본은 필사적으로 이 수준을 지켰고, WTO 출범 이후 10년 동안 식량자급률을 40%대로 높이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초 50%에 달하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그칠 줄 모르고 하강하여 우루과이 협상이 끝날 때에 이미 30% 이하로 급락했고 그 이후 계속 떨어져 이제 25%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물을 외국에 의존하게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식량수급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견되는 것은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되는 유전자재조합(GM)곡물과 방사선조사와 같은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과 불신이다. 식품안전이 식량안보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식량안보는 식량의 생산 공급과 식품 안전이라는 두개의 축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아프리카 최빈국의 국민들이 굶어가면서도 유전자재조합(GM) 곡물의 원조를 거부하는 것을 볼 때 국가의 식량안보는 단순한 수요공급의 밸런스 문제가 아니며 지역별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과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성이 함께 고려되는 거시적 국가경영의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 선다.

식량의 생산 공급과 식품안전 관리는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으면서 또한 상충적 영향을 미친다. 식량의 생산 공급이 부족하면 식품의 안전은 거론할 여유가 없게 된다. 우리나라 80년대까지의 상황이다.


우리나라 3대 수입국…자급률 25% 불과

콩·옥수수 등 non-GM 구입 어려워져

EU 등 자국 이익우선…표시 융통성 있어야


반면 식품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면 식량을 쌓아 놓고도 먹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크게 확장된 90년대 이후의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세계 곡물시장의 60%를 공급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90%, 옥수수의 75%가 GM작물이다. 이 수치는 앞으로 2-3년 내에 거의 100%로 올라갈 것으로 보이며 또다른 주요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도 2-3년 후부터 GM곡물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제 세계 곡물시장에서 non-GM 곡물을 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우리 국민들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국민의 80%이상이 GM식품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사 먹지 않겠다고 답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수년간 일부 과격선동가(activist)들이 집요하게 GMO에 대한 우려와 악성 소문을 퍼뜨렸고 언론이 이에 동조한 결과이다. 이로 인해 심각한 식량대란이 예견되고 있음에도 국가의 식량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여기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GM(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기준 개정안을 입안예고 하고 이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여 GMO 원료가 사용된 모든 식품에 표시확대를 의무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신식품전문분과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검토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실효성 있는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행의 검출가능 품목에 대한 표시에서 확대하여 검출방법이 없는 모든 식품에 GM표시를 의무화 할 경우 이력추적에 의하여 관리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3년의 유예기간동안 이력추적제가 확립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위원들의 견해이다. 그럴 경우 관리할 수 없는 법 시행으로 국민의 불신이 가중 될 수 있으므로 이력추적제 확립에 대한 책임있는 로드맵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2)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의 대부분이 GM식품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식품(식용유, 간장, 전분, 물엿 등)이 GMO로 표시되면 식품시장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 고가의 유기농 식품이나 non-GM 식품을 사먹을 수 있는 계층과 그렇치 못한 계층간의 위화감이 커질 수 있다.

(3) 국산 식품에 대한 역차별을 막을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력추적에 의하여 GM식품의 표시관리를 실시할 경우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철저히 관리되어 모두 표시하게 되지만 외국(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가공식품에 대하여는 이력추적을 할 수 없다. 수입업자가 제출하는 서류만으로 관리하겠다고 하는 관리방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GM표시된 국산 식품을 기피하고 표시되지 않은 수입식품을 non-GM식품으로 오인하고 구매하게 되므로 결국 국내 식품산업은 도산하고 수입식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4) 표시확대에 대한 국가적 이해득실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시행하여야 한다.

표시확대에 의한 식품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하며 식량 공급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와 같은 식량수입국인 일본이 GM표시 확대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을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충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일은 국방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일차적 책무이다. 전 세계가 안정적인 미래의 식량 확보를 위하여 GM곡물을 받아들이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식량자급률이 세계 최저 수준에 있는 한국이 역주행 하려고 하는 이 위험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기능은 조정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소비자의 알권리 주장을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야한다. 우리와 같은 상황에 있는 일본과 대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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