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소비자운동의 허와 실③-GM식품 표시 의무화
[기고]한국 소비자운동의 허와 실③-GM식품 표시 의무화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09.07.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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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수급·식품산업에 큰 타격
non-GM 원료 수입때 20~40% 가격 상승
이철소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모든 GM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추가비용에 의한 가격상승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식량 수급과 국내 식품산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전 세계는 앞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물부족과 식량부족으로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서기 2050년에는 기후 온난화와 사막화로 세계의 식량 생산 능력이 1/3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생명공학 기술에 의한 내한성, 내냉성 작물의 개발이라고 믿고 있다. 이미 병충해에 잘 견디고 제초제에도 내성이 있는 GM옥수수와 GM콩이 개발되어 그 재배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90%, 옥수수의 80%가 GM곡물이다. 앞으로 수년내에 세계 곡물시장에서 non-GM 옥수수와 콩을 구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GM식품을 아무런 표시 없이 전 국민이 먹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GM식품의 위해성을 강조하고 아무 대책 없이 불매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알권리 주장에 밀려 GM식품의 전면적인 표시 의무화를 입법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원료를 수입하여 가공 판매하는 업계에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 입법예고대로라면 사실상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GM표시를 해야한다. GM식품이 위험하다고 교육받은 소비자들은 GM식품을 기피할 것이다.



기업들은 전력을 다해 전 세계를 누비며 non-GM 원료를 수입할 것이며 이것은 필연적으로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현재보다 20-40%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GM식품의 표시확대가 거론되면서 국내 식품산업의 피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non-GM옥수수를 세계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게된 한국전분당협회가 지난해 5월부터 GM옥수수를 수입한다고 공표하였으나 그 결과는 재난 이상이었다.



소비자의 거부감을 알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전분과 물엿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므로 전분당산업의 가동률이 반 이하로 떨어졌고 이 산업에 종사하는 만여명의 근로자가 해고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중국의 전분과 물엿이 국산보다 질이 떨어지고 non-GM이라는 확인이 없지만 소비자들의 안심을 위해 기업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다. 기업들은 non-GM 옥수수와 콩을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하고 있으나 이들의 품질이 몹시 조악하고 곰팡이 독소 혼입의 위험마져 있다. GM식품 불매운동이 오히려 우리의 식탁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GM식품의 표시확대에서 예상되는 사후 관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현재의 기술로는 가공식품에 사용된 GM원료를 분석적 방법으로 검출해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검사방법이 없어 사후 관리가 안 되는 표시 제도를 시행할 경우 관리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커지고 외국에서 속이고 들어오는 가짜 non-GM 식품 때문에 국내식품산업은 황폐화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표시 확대인가 묻고 싶다.



MSG 제조회사 한 두 기업이 치명상을 받아 조미료 시장을 외국에 내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식품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고 이 나라를 동남아 저개발 국가들처럼 외제식품이 범람하는 나라로 만들자는 것인가?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이 우리만 못하여 GM식품 표시제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식품위생사건들의 발생 경위와 결과를 조사 분석하였다.



그 연구 결과를 두 권의 책 “식품위생사건백서 I 및 II (고려대학교출판부, 1996, 2005)”로 출판했다. 그간 발생한 50여건의 대형 식품사건의 대부분이 비전문가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실체 없는 공포심의 확산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소비자단체들이 식품안전 문제의 전문성을 깨닫고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소비자단체들은 정부가 사용을 승인한 GM식품의 안전성을 국민에게 교육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과격 소비자단체들과 신생 시민단체들이 그들의 세를 확장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무리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이러한 무리들을 가려서 배척하고 국가이익을 위해 옥석을 가려야하는 단계에 와 있다. 선진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류들을 “액티비스트”라 칭하고 순수한 소비자 보호 운동과 달리 극렬선동가 그룹으로 취급하고 있다. 언론들도 이러한 액티비스트들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지금은 우리사회가 선진사회로 격상되는 과도기이다. 우리의 소비자 운동도 이제는 선진국 형으로 바뀌어 책임있는 NGO로서 소비자의 권익과 국가이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고려대 이철호 교수의 ‘한국소비자운동의 허와 실’ 기고문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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