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제역과 식품안전
[기고]구제역과 식품안전
  • 김현옥
  • 승인 2010.03.02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제역 관련 식품안전 체계 믿을 만
반경 3km이내 가축 살처분, 오염 고기 시중 유통 안 돼
이문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구제역이 발생해 소 2,223두와 돼지 16만155두가 각각 살처분된 후 한 동안 뜸하다가 금년 1월 초 포천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6개 농장으로 확산돼 3,450두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됐다.

2000년과 2002년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 보상비만 약 4,500억원이 지출됐다. 구제역 발병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소비를 기피해 이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치면 경제적 손실은 엄청난 것이었다.

도대체 구제역은 왜, 어떻게 발생하는 것인가? 구제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칠레 그리고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 국가에서만 발병하지 않을 뿐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발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질병정보를 잘 알 수 없는 북한과 구제역 상재지인 중국, 몽고,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와 인적, 물적 교류가 증가하면서 오염된 축산물의 밀반입, 오염된 사료 원료와 볏짚의 수입 그리고 농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들이 즐겨먹는 토속 음식 등이 주된 전염원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언제든지 구제역은 발병할 수 있어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폐사율은 높지 않으나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기며, 침을 많이 흘리고, 발열, 식욕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전염성이 매우 큰 질병이다. 잠복기는 2~14일 로서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산유량과 증체율이 급격히 감소해 산업동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감염된 가축은 수년 동안 바이러스를 보균하면서 건강한 동물에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발병하면 반경 3km 이내의 가축은 모두 살처분하고 10km 이내의 가축은 이동을 제한한다.

구제역의 병인체는 RNA바이러스로서 독감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쉽게 변이돼 7가지의 혈청형에 80여 가지의 아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과 2002년에 발생한 바이러스는 O형이었으나, 올 1월에는 A형이 발생했다. O형은 중국, 몽골, 동남아지역에서 그리고 A형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에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을수록 오래 생존한다. 즉, 냉장 조건(4℃)에서 3~10일, 냉동 조건(-20℃)에 2~3개월, 건초에서 6개월 이상, 의복과 신발에 묻어 2~3개월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70℃ 이상에서는 수분 이내에 그리고 산과 알칼리에 의해 쉽게 사멸한다.

구제역은 감염동물의 물집이나 침, 유즙, 정액, 분변 등과 접촉, 혹은 감염 지역내 목부, 수의사, 인공수정사, 차량, 의복, 기구에 의한 간접 접촉에 의하여 전파된다. 오염된 사료나 물을 통하여 전파될 수 있고, 공기를 통해 육지에서는 50km, 바다를 통해서는 250km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호흡기와 소화기의 점막에 존재하는 수용체를 통해 체내로 침투한다. 우제류의 점막에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수용체가 있으나 사람을 비롯한 비 감수성 동물의 점막에는 수용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는다. 실제로 실험동물의 혈관내로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구제역이 발병하지만, 호흡기 혹은 소화기 내로 접종할 경우는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는다.

구제역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인수공통점염병으로 분류했다. 주된 증상은 권태감, 발열, 구강 점막의 물집과 괴양 등으로써 일주일 이내에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은 세계 도처에서 발병하고 있으나 사람에서의 발병 예는 아주 희귀하다. 그 이유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오염된 축산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위산에 의해 바이러스가 사멸될 뿐만 아니라 원천적으로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수용체가 침입 경로인 소화기와 호흡기 점막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서 아주 드물게 발병한 이유는 입안의 상처를 통하여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입한 경우이다. 이와 같은 특이한 경우에만 사람이 구제역에 걸릴 수 있고 그 증상 또한 경미하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구제역을 인수공통전염병에서 제외시켰다.

실제로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쇠고기, 돼지고기를 조리하는 과정에 모두 사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제역이 발병하면 반경 3km 이내의 모든 건강한 가축도 살처분한다. 그러니 구제역 바이러스에 오염된 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학력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 안전 그리고 웰빙식품과 관련하여서는 비과학적이다. 모든 식품은 그 자체가 존엄한 것이며,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으면 모든 식품이 월빙식품이다.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이 발병하면 웬지 찜해서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왠지 찜해서’는 비과학적인 불확실성을 믿는 미신과 같다.

우리 정부는 과학적인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다. 이제 정부를 믿어보자. 그리고 식품을 의심의 대상이 아니라 맛으로 즐거움을 그리고 영양으로 건강을 지켜주는 믿음의 대상으로 바꾸어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